Artist Interview
평면, 동조자적 관계, 상상 혹은 공상은 ‘현실의 이미지’를 직조하는 중요한 3요소가 된다.
전혀 개연성 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 영역은 신기하게도 하나에서 몇 가지 화면을 구성하는데 동시에 혹은 선별적으로 작용하며 작업을 이루는 근간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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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을 통해 현실의 플랫 한 단면을 만들어내고 ‘동조자적 관계’를 통해 진심을 마주하며 ‘상상 혹은 공상’을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도전적 행위를 일삼는다. 그렇게 나는 지금의 시간을 거느리며 현실의 이미지를 직조한다.
- 구하영 작가 작업노트 中
저도 몰랐던 작품들의 느낌을 제대로 보신 거 같아요. 면밀하게 계획성을 갖고 작업을 진행하는 편이 아니라 이 질문 자체로 굉장히 많이 정리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장면을 만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일상으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고 이미지들을 이렇게 저렇게 제 스타일에 맞게 구성합니다.
제가 활동하고 움직이는 주변에서 얻습니다. 자연, 도시 혹은 작은 동네, 이웃들의 움직임?
네, 많이 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책이나 스마트폰을 잘 못볼 정도죠. 이동시간이 보통 1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그때 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사실 상상이라기보단 거의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뭔가 나 개인의 어떤 유익함을 꿈꾸는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다 같이 사는 사회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웃고, 삶을 가치 있게 여기고 그 순간을 감사할까 하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합니다. 또는 작업하는 시간외에 하는 다른 활동에서 겪은 여러 사건을 통해 느낀 점이나, 관계에 대한 복잡미묘한 고민들을 합니다. 아 참! 그리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는데요, 도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제한적인 움직임과 표정을 관찰하기도 하고, 창 밖을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하늘과 여러 사물들을 통해 색과 화면분할에 대한 소스를 얻기도 합니다.
처음 이미지를 구성할 때 연필로 스케치를 뜨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때마다 왁구에 고정된 캔버스는 다소 불편함이 좀 있었구요, 어느 날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캔버스 천조각에 연습삼아 벽에 고정시켜놓고 드로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느낌이 저와 맞아 지금까지도 계속 그런 식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크게 어떤 의도 같은 것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떤 의도 때문에 이렇게 작업을 해오는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들 하시더라구요 ^^
처음 인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저희 동네 이웃 분들을 관찰하면서부터 입니다. 집 근처에 정육점, 과일가게, 문방구가 나란히 혹은 마주보며 있는데요 주인아저씨들의 겨울점퍼가 모두 주황색 거위털 점퍼였습니다. 브랜드는 각각 달랐겠지만 모양이나 색이 아주 비슷했어요, 아저씨들은 모두 아침 일찍 가게를 여시고 가게 앞 청소부터 물건을 내리고 받는 것, 막간의 타임에 장기 두기 까지 늘 함께하시며 즐거워 보이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가끔 그 분들과 섞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기도 하시구요, (저희 아버지 겨울점퍼도 주황색 입니다^^) 그때 그냥 그런 모습이 좋았습니다. 뭔가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느낌, 허물없는 이웃, 소박한 웃음 뭐 이런것들이요, 그래서 이 분들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을 만들고 어떤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꾸미기 시작 하였습니다. 작품 중 “DO I PANTS ON?”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오방색도 쓰고 원색을 주로 사용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색만 고집하는 건 아니구요, 이미지의 상황, 당시에 관찰한 어떤 대상에 따라 색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흐린 하늘의 이미지를 많이 모으고 노을도 많이 관찰하다보니 톤이 좀 다운되거나 코랄빛이 가미된 여러 색들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작업 아이디어나 과정에 대한 계획들이 굉장히 산발적으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가 문득, 잠이 들기 전에 갑자기.. 이런 식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서 주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대한 진행을 정신 없이 들어가는 편이라 과정을 중간중간 사진으로 남겨놓질 못해요.. 그리고 기억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모든 정보(잡생각, 상상 따위)는 거의 머릿속에 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더욱 중간과정에 대한 이미지나 자료가 희박합니다.
집 근처 산책코스에 개구리가 우는 시기나 매미가 우는 시기, 귀뚜라미가 우는 시기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는 친구가 아르바이트 면접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동네 초등학생 친구들과 나들이 나갈 계획을 짜거나 튜브의 바람은 동네 자동차정비소에 부탁하면 될까? 뭐 이런것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동일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어느 작품에 애착이 간다 하는 건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관찰된 따뜻하고 소박한 소재들을 모으고 꾸준히 이미지화 할 것입니다. 제가 담아낸 작품들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이상이 아니라 반드시 이 각박한 현실에서 건져낸 소중한 가치이어야 할 것이며 그것들을 드러내고 건드리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가고 싶습니다.
구하영 작가님의 작품은 건대 '카페 ho2 2호점'에서 7월 16일 토요일부터 8월 12일 금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