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시 소개

'Alice in underwater' 송정현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차 좀 더 마셔.”
3월토끼가 앨리스에게 진심으로 권했다.

“난 아직 한 모금도 안마셨어요. 그러니 좀 더 마실 수가 없죠.”
기분이 상한 앨리스가 대꾸했다.

“덜 마실 수가 없다는 말이겠지. 아무것도 안 마셨을 때, 좀 더 마시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니까”
모자장수가 말했다.


1.jpg Alice in underwaterworld 1, 40 x 40 inch, digital pigment inkjet print, 2013




수중 촬영 자체가 일반 작업에 비해 힘들었을 같다. 수중 촬영 작업을 하게 이유가 있을까?

사진학을 공부하며 고학년이 되어서야 작업 괜찮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함께 공부하던 주변 사람들에 비해 그런 호평은 많이 늦게 들은 편이라 너무 기분 좋았다. 더 많이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과 좋은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이 가득했다.


그래서, 특정 개념이나 본인 생각을 덧붙여 누구나 다 작업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닌 나와 타인, 모두에게 인정받을 만한 쉽게 촬영할 수 없는 어려운 사진, 시각적으로 깜짝 놀랄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했고, 작업 당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공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정 공간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모색했다. 매일같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땅 위에서 촬영하는 것이 아닌 어떤 공간. 기술이 발전했다면 우주를 배경으로 해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었고, 땅굴이 아닌, 땅속의 단면에서 촬영할 방법은 없는지도 살펴보았다.


고민하며 조사하던 과정에 수중 사진 작업과 촬영과정의 스틸 영상을 보았다.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도 미친 듯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어려운 것들 밖에 없는 환경 안에서 완벽하게 해냈을 때의 평가에 대한 기대감과 잘해내기만 한다면 앞으로 어떤 어려운 작업을 하게 되어도 다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서 오히려 기분이 들뜨기까지 했다.


3.jpg Alice in underwaterworld 2, 40 x 40 inch, digital pigment inkjet print, 2013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어느 작업이든 무작정 오래 촬영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촬영전의 과정을 촬영만큼 공들여서 준비하는 이유는, 사진에 자신감이 없던 내가 과연 모델을 세워서 진행에 버벅대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나의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너무도 걱정되는 마음에 남들보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하게 되었고 이런 과정이 촬영을 매끄럽게 마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주제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인데 사진, 그림, 디자인, 영상, 책 등 많은 것을 찾아보고 내 생각과 정리해서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확실하게 정해지면 시안 스케치 작업에 들어간다.


보통 포트폴리오는 8-12장정도 작업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혹시나 슛에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항상 시안 스케치작업을 최소 15장에서 대체적으로 20장정도 여유롭게 만든다.


시안을 잡는 첫 작업은 러프하게 스케치하기 때문에 그런 1차 과정이 끝나면 최종 작업물이 지루하지 않도록 전체, 미들, 클로즈업으로 나눠서 세세하게 스케치를 들어간다. 각 장마다 필요한 소품, 배경, 포즈, 말하고자 하는 의미 등을 기록한다. 여기까지 시안작업은 끝나게 된 것이지만 여기에서 사전준비과정이 끝나지는 않는다.

연출사진은 배경, 모델, 소품, 장비 등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모델을 섭외하고 로케이션을 찾아 다니고 내가 생각하는 소품을 구하러 다닌다. 특히 수중작업에서는 정말 하나도 쉬운 부분이 없었는데, 그런 삼박자를 맞추기 위해서 정말 많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촬영 전 모든 것들이 준비가 되면 정해진 촬영 일에 맞는 시간단위 스케줄 표를 짠다. 그리고 사전에 사용한 비용과 촬영 중에 사용할 비용 등 정말 세세한 것까지 적고 실제 촬영할 때 참고할 최종 시안스케치까지 뽑은 다음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마치고 실제 슛에 들어간다.


실제슛 (1).jpg
실제슛 (3).jpg
실제슛 (7).jpg


여기까지는 어느 작업이었던 간에 공통적인 진행사항이었다. 수중촬영 같은 경우는, 많은 소품을 필요로 했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시스트 3명, 수중장비 및 장소대관책임자 1명, 모델 1명) 정말 정신이 없었다. 실제로 촬영을 진행하며 눈앞이 캄캄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스킨스쿠버 장비를 착용했기 때문에, 물속에서 얼마든지 오래있을 수 있었지만 모델은 눈도 떠야하고 숨도 쉬어야하니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또한 물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아서 어떤 것들을 요구하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물 밖으로 나와서 몇 번이고 다시 말해야 했다. 당시 겨울이었는데, 히터를 켜도 추워서 모델의 컨디션이 빨리 떨어졌다. 빠른 시간 안에 만족할 만한 컷들을 얻어야 하는데, 입힌 옷과 소품, 모델의 머리카락은 있는 대로 둥둥 부유했고, 사전에 조사할 때 본 사진과 스틸 영상들이 다시 한번 더 대단하다고 밖에 느낄 수 없었다.


훨씬 더 컨트롤 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직접 작업을 진행해보니 원하는 컷들만 빠른 시간 안에 얻는 다는 것은 한계라고 전부가 말하고 있었다. 보여지는 것 외에도 많은 컷들을 준비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어떻게든 차분하게 계속 슛을 진행했고 어느 정도 결과물을 본 다음에는 누구보다 지친 모델을 배려 해야 했고 대관 시간을 훨씬 초과했기 때문에 욕심을 접고 빨리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대관을 종료하고 장비를 반납하고 집에 돌아와서 사용했던 소품들 중 대여했던 것을 미리 빼두어 정리를 하고 바로 셀렉에 들어간다. 사진마다 어울리는 느낌으로 보정을 하는데, 굳이 의도하기 보다는 촬영된 사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내가 좋아하는 어느 톤으로 작업하게 되는 것 같다. 작업을 마치고 발표한 다음 지도교수님과 내 의견의 접합점을 찾아 그 중에서 프린트할 컷만 프린트하고 그에 맞는 액자까지 맞추면 하나의 시리즈에 대한 작업이 끝이 난다.




2.jpg Alice in underwaterworld 3, 40 x 40 inch, digital pigment inkjet print, 2013




앨리스를 주제로 작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번 작업은 Elena Kalis의 [Alice in underwaterworld] 시리즈에서 시작한다. 외국에는 이미 다양한 수중사진들이 나와 있지만, Elena Kalis의 작업을 오마주 하게 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책을 너무나도 매력적이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진은 원작을 본인의 작업방식으로 보는 사람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바로 알아차리게 했으며, 물이라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고 신비롭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영감과 쉽지 않은 연출사진에 대한 욕심과 도전이 어우러져 나도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장면마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구석들이 많은데 그냥 바라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놓친 부분은 책에서 발견하는데, 다음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차 좀 더 마셔.”
3월토끼가 앨리스에게 진심으로 권했다.

“난 아직 한 모금도 안마셨어요. 그러니 좀 더 마실 수가 없죠.”
기분이 상한 앨리스가 대꾸했다.

“덜 마실 수가 없다는 말이겠지. 아무것도 안 마셨을 때, 좀 더 마시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니까”
모자장수가 말했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뿐만 아니라, 백설공주처럼 동화 캐릭터들을 작가님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들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마음이 힘들고 당장 어려운 것들을 잊고 싶을 때는 디즈니 시리즈 비디오를 꼭 재생했었다. 눈 앞에 문제들에 있어 잠깐이나마 여유를 갖게 만들어준다.

같이 전시하는 작품은 백설공주의 마녀에서 모티브를 얻었던 [FINDER] 시리즈 중 일부이다. 앞으로도 동화 캐릭터에서 시작한 연출 사진들을 꾸준히 할 것이며, 나중에 그것들을 다 같이 전시하고자 한다.



6.jpg Alice in underwaterworld 4, 40 x 40 inch, digital pigment inkjet print, 2013




작업 이외에 요즘 관심 있는 일이 있다면?

전에도 지금도 언제나 패션 광고 사진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드로잉에도 흥미를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하나의 결과물을 내려면 정말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지만 드로잉은 가진 재능과 옮겨 담을 도구로 무한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느낀다. 특히나 콩테, 목탄으로 그려내는 것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명암의 차이로 나오는 결과물이 정말로 아름답고 균형이 없는 듯 하지만 정교하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또 사진, 그림 등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작업을 꼭 하지 않더라도 간단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모임에 관심이 많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어떤 것을 보고 어떤 현상에 관심이 많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7.jpg Alice in underwaterworld 5, 40 x 40 inch, digital pigment inkjet print, 2013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나가고 싶은지 작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쉽지 않은 연출사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작업을 걸어놓고 그 의미를 날것으로, 1차적으로 배출하는 것들을 싫어한다. 일반인들이 봤을 때 이게 뭐냐고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작품에 반대한다. 의미가 단순하더라도 시각적으로 사로잡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관객과 작품 사이에 새로운 공감을 얻고 싶다. 사진은 보여주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라샤펠의 대단한 작품을 봤을 때 느낀 것을, 훗날 내 작업을 통해서도 보는 사람이 느꼈으면 좋겠다.


이번에 보여주는 수중작업은 어느 정도 성공한 실험적인 작품일지 모르겠지만 연출하는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는 더욱 발전된 수중사진을 보여주고자 한다.





송정현 작가님의 작품은 '서래마을 카페 레빗홀'에서 9월 4일 일요일부터 10월 5일 수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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