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편재(遍在) _두루 퍼져있다.
저 자신이 모든 사물과 두루 합일(合一)되어있는 상태.
모든 것들 속에 자신이 들어 있었다.
마치
모태 속에 들어 앉아있을 때처럼
행복하고, 안온한 상태로
바람이 될 수도, 물결이 될 수도, 구름이 될 수도 있었다.
자비롭지 않은 것은 없었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었다.
-작가노트 2013
한 가지 색을 선택하여 엷은 밑색을 겹겹이 올리는 작업은 동양화에서 색을 올리는 기법과 비슷합니다. 아크릴 미디엄에 물과 물감을 배합하여 엷은 색을 만든 다음 빽붓으로 바탕색을 만드는 과정은 작가가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반복하여 진행합니다. 원하는 형상을 표현하기위해 형태의 테두리를 테이핑 하여 막고, 물감의 양을 조절하거나 색을 여러 번 올리는 밥법으로, 색의 농담을 다르게 합니다. 형태 작업이 끝나면 다음은 점(點)을 얹는 작업입니다. 글로스 미디엄과 물감을 배합한 재료를 세필 붓으로 떠서 얹는 방법으로 한 점, 한 점을 올립니다. 이때의 작업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물감 덩어리의 반입체적인 효과와 붓의 방향에 의해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작업의 재료는 서양화의 재료를 사용하지만,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작업에 담긴 내용은 정서적으로, 동양의 사상과 색채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폭포 : "강의 흐름이 중단된 유일한 지점"
흐름이 중단되는 지점은 다시 시작인, 출발점이 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폭포에서 느껴지는 힘(생명력/기운생동)을 작업에 끌어들이고 싶었습니다. 늘 시작과 끝이 일맥상통 한다는 생각과 삶과 죽음이 같은 선상에 있다는 생각, 함께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힘든 시간과 시절에 또 새롭게 시작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주고 싶은 작가의 소망이 폭포의 이미지 속에 담겨있습니다.
2006년부터 이끼에 덥힌 돌의 모습을 보고, ‘공생(共生)’이라는 키워드로 작업을 하면서 함께 호흡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돌과 이끼가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숨울 쉬고, 성장하고, 생존한다는 생각이, ‘공생’이라는 키워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제 작업의 과정 안에서 ‘반복(反復)’과 ‘질서(秩序)’라는 키워드도 중요합니다. 호흡 안에서 이루어지는 들숨과 날숨의 반복(反復). 보이지 않는 질서(秩序)를 지키는 시간은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작가가 경험하고 느끼는 과정을 말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한자의 뜻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고, 같은 단어 다른 뜻, 발음에서 오는 연상 작용도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일본어 뜻의 호흡이라는 단어가 제가 그리고 있는 이끼, 또는 이키로 발음되는 것을 알고, 제목으로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살아가는 과정은 나를 알아가고 깨닫는 과장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결과가 나의 선택이 원인에 되어 나타나고, 한해 한해가 갈수록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나의 몫이 됩니다. 늘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위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 과정을 반복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들을 마주하게 될 땐, 슬픔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 후에 알게 되는 사실은 나다운 것, 스스로에게도 속지 않는 온전한 나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전 작업에서는 자연(내가 평안한 공간)에서 숨을 쉬는 시간에서, 명상하고, 생각이 무(無)가되는 시간에서 찾으려고 했다면, 2016년 작업에서는 걷는 행위를 통해서 스스로에게 자신에 되는 시간, 자신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제 작업에는 늘 편재(遍在)된 풍경이 있습니다. 내가 꼭 거기에 있지 않아도, 거기에 있을 수 있는 자연과 하나 되는 풍경, 그리고 제가 가고 싶은 풍경 속에 나를 조용히 내려놓고, 마음의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 합니다.
오보라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제 작업은 제가 지닌 열정만큼 제 자신을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생각도, 걸음도 꼭 제 자신만큼 이어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들이 노력으로 채워집니다. 사실은 그 과정이 괴롭고, 서글픈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괴롭고 슬픈 풍경 속에 저를 던져두고 치열함을 경험하는 시간이 제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강해지는 것보다 스스로가 ‘강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누군가의 말에 동감 합니다.
자기 발걸음의 유일한 주인인, 그 여행자의 길/ 평정심을 갖고, 천천히 걷는 산책자/ 그냥 자신의 리듬에 맡기는 걸음/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그 사실을 슬프게 견디면서 간다._고독한 순례자/ 자기 자신 이외에 그 어떤 것이 되기를 열망하지 않는다./ 모든 길이 결국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믿음. 내 마음을 평온하게 위로한다.
-작가노트 2016
저는 보이지 않는 것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습니다. ‘꽃’ 이라는 게 시각적, 상징적으로 의미부여가 많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제가 좋아하는 이끼는 좀처럼은 눈에 띄지 않는, 저만의 꽃입니다.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서 경험되어 질 수 있습니다. 이끼는 촉감으로 위로가 전해지고, 머금고 있는 이슬을 담은 열굴로도 제게만 인사하는 내면의 상징적인 꽃입니다. 스스로의 질서를 확고히 지키며, 주변의 것들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작가의 의지가 담긴 꽃입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자연도,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만의 전쟁’입니다. 모두가 자기만의 전쟁을 하는 거라면, 나는 좀 더 현명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지키며 나 자신을 잘 케어하고, 나아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이 생을 마치고 싶습니다. 작업도 제가 행복하게 삶을 이어가기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느껴지는 괴로움도 있지만, 저만의 전쟁 안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뒤로하고, 작품 활동하는 시간과 열정에 기대고 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가슴 벅찬 일입니다. 그리고 제 작품을 좋아해주는 누군가에게 작품을 팔고, 댓가를 받는 일 또한 작업의 과정에 많은 힘이 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에 내 인생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작업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어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개인전을 마치고 또 다른 포부가 있다면, 다음 전시는 다른 나라의 관람객이 있는 곳에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시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다른 나라의 시선과 관심도 궁금합니다. 내년에는 해외전시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작업을 계속 진행 할 생각입니다.
오후에는 작업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작업실에서 열정을 불태우며 작업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
제가 그리는 풍경은 아무런 조건 없이 저에게 주어지는 공간입니다. 각 계절의 시간 속에 자신을 맡기며, 느끼며 사는 삶을 살아야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은 내가 원하는 만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가 혼자인 삶이라서, 더 함께 공생하는 삶으로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혼자인 스스로가 온전히 행복한 삶을 살아야 다른 누군가와도 그 행복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그러기위해 오롯이 혼자인 시간에 사색과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 작업에는 달팽이, 거북이, 새 등등의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이 이미지들은, 느리게 천천히 걷고 싶은 작가, 벗이 필요한 작가 자신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토대로 이전의 작업들과 연장선상에서, 걷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추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디디며, 피로로 인해 무(無)의 경험은 다시 만나게 된 작가의 현재 모습입니다.
오보라 작가님의 작품은 '성수동 Les Philosophies'에서 2월 10일 수요일부터 2월 23일 화요일까지 커피 한잔과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