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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Dec 02. 2016

'탐구생활' _ 강소선 작가

Artist interview


허그 시리즈_ 화합,  48 x 36cm, digital print, 2015



발 달린 손이 등장한다. 그리고 가벼운 듯 무거운 이야기한다.

안녕하세요. 핑거맨과 벌룬맨으로 작업하는 강소선입니다. 전 소통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하게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러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자연스럽게 제가 겪었던 소통과 소통의 부재에 관한 경험을 2010년부터 작품의 모티브로 끌고 들어와 ‘탐구생활’이라는 주제 안에서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모습은 때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때로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화면에 발현돼요. 화면 속에서 그들의 모습은 개별성이 제거된 풍선처럼 보이는 보호막을 쓰고 있는 여자의 형상이나 손과 다리가 결합된 형상으로 표현되는데 여기서 이 인물들은 얼굴을 숨기고 있거나 손과 발로 이루어진 형상으로 표현되어 어떤 한 개인의 얼굴이 아닌 은폐된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줘요.


따라서 이러한 은폐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저의 경험은 단순히 한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소통의 문제를 겪는 모든 인간들의 모습으로 그 영역이 확장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소통’에 관한 문제의 제시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소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자 해요.


방관자, acrylic on canvas, 116.8 X 80, 2012


손과 다리가 결합된 형태가 메인으로 등장한다. 기괴한 듯 하면서도 잘 어울린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 작품에는 풍선처럼보이는 보호막을 쓰고 있는 형상의 사람과 손과 다리가 결합된 형상의 인물이 등장해요. 그런데 둘 다얼굴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신체의 부분 중 인물의 표정이나 감정, 정체성 등 모든 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 바로 ‘얼굴’이라는 부분이잖아요. 근데 제 작업 자체가 제가 가진 생각과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작품에 제 얼굴을 등장시킨다는 것이 저 자신을 모두 발가벗겨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저 자신을 숨기고익명성을 획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외부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보호막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요.ㅎㅎ


두 번째 이유는 인물의 얼굴을 제거하고 규정화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이 조금 더 쉽게 작품 속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그와 동시에 풍선 같은 막을 쓴 형상과 미세한 형태의 변화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손이라는 수단을 이용, 의인화된 형상으로 작품 속 인물들의정체가 무엇이며 왜 그런 제스쳐를 취하고 있는지 관객들이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형상을 빌어 작업에 주소재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의미없는 숨바꼭질, acrylic on canvas, 162.2 x 130.3, 2016



‘소통’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다.

일단 전 일기 쓰듯이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작업을 시작하던 그때 제게 그림이라는 것은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배설해내는 배출구의 역할이 컸어요. 물론 이 작업은 제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을얘기하고자 시작했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가 ‘소통’이고, 인간이라면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누구나 한번씩 소통의 어려움을 겪게 되잖아요. 그래서 주변 지인들, 관객 분들과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가 더욱 쉽게 공감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러한 점이 좋아서 ‘소통’이라는 주제를 계속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소통’ 이란?

이심전심. 서로의 마음이 통하여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단절, digital print,  82 x 70cm, 2014



판화를 전공한 걸로 알고 있는데, 회화 작업이 눈에 많이 띈다.

결과물을 얻기까지 과정의 복잡함, 판화설비를 마련할 수 있는 공간의 제약  

이 두 가지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어요.



밝고 부드러운 색채의 그림이 많다.

학부 때 작업이 매우 어둡고 우울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족들은 제게 왜 항상 어둡고 우울한 작업만 하는지 묻곤 했었죠. 작업에 시선이 가지 않고 작품을 대하기가 부담스럽다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관객들이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작업이 가진 메시지를잘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표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밝고 가볍게 가되, 내용에 있어서 무거움을 유지하여 그 둘 사이에 균형을 이루게 된거죠. 색을 선정하는 기준은…저도 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드리고 싶은데 딱히 뭐라고 설명할만한 기준을 가지고 있진 않아요.ㅎㅎ 그때 그때 작업이 가진 내용에 따라 파스텔톤 안에서 여러 조합을 퍼즐처럼 맞춰 보며 비교, 수정하며 작업해요.


두려움과 어려움과 그 어떤 것, acrylic on canvas, 116.8 x 91cm, 2010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다른분들과 작업 과정에서의 차이가 있다면 저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진행하고자 하는 작업의 타이틀을 먼저 정해요. 전 작품의 제목이 작품 해석의 방향성을제시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제목을 정하고 작업을 진행했을 때 뭔가 그 둘의 관계가 딱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둘의 관계에 대해 꽤 오랜 시간동안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타이틀의관계가 서로 잘 부합하지 않으면 관객들도 그것을 똑같이 느끼기 때문이죠. 많이 생각해야 해요.

이 밖의 작업 과정은 다른 분들과 비슷하게진행되는 것 같아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

소리없는 아우성(2010)진실된소통_1(2012)이라는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가요.

아마도 제 감정이 가장 오롯이 담긴 작업들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이 작업에 잘 녹아 들었는지 작품을 감상하시는 관객 분들도그 두 작업을 가장 많이 좋아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더욱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좌)소리없는 아우성, 2010 / (우)진실된소통_1, 2012



작업 이외에 요즘 하는 일이 있다면?

먹고 사는 일? 현실과 이상을 조율하는건 작가들이 처한 당면과제죠.ㅎㅎ



앞으로의 작업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는 ‘소통’이라는 주제 안에서만 제 작품을 표현했었어요. 그래서 표현의 한계를 느낄 때도 많았고 제 자신이 작업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던것 같아요. 이젠 ‘소통’이라는주제에서 벗어나 더 넓은 범위에서 제 캐릭터들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떄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말이죠.


그리고 전에 했었던 피규어 작업을 조금 더 심도 깊게 다시 진행해보려고 해요. 같은 주제더라도 평면작업과 입체 작업에서 표현되는 느낌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이그 둘의 차이를 보시면서 재밌어 하시더라구요.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면…입신양명하여 부모님을기쁘게 해드리는 것? 그것도 솔직한 바람 중 하나고요.ㅎㅎ 

또 하나의 바람이라면..그림으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내, 외적으로 넓고 깊은 작가가 되는 겁니다.  


줄다리기, acrylic on canvas, 130 x 80 cm, 2016





강소선 작가님의 작품은 건대 '카페 ho2 2호점'에서 11월 17일 금요일부터 12월 15일 금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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