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덩어리, 그리고 소통_
이윤진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유유자적_순지에 수묵_597x280, 2012.jpg 유유자적_597x280cm_순지에 수묵_2012


자세히 들여다 보았을 때 나무 결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순차적으로 나무 기둥으로 시선을 넓혔을 때 느껴지는 작품의 구성과 배치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나무기둥 하나하나를 선적인 요소로 보고 화면을 구성한다. 화면은채워진 부분과 여백으로 나누어진다. 전체적으로, 거리를 두고보면 여백의 부분이 작은 면들로써, 채워진 부분으로부터 떨어져 각각의 조형들로 화면을 구성한다. 채워진 부분은 선으로 면을 이룬다. 그림과의 거리에 따라 순차적으로다른 느낌이 되어 보는 이에게 다가가고자 하였다. 점과 선으로 면을 만드는 작업 과정은 단순 반복 노동의 집약체라 할 수있겠다. 이는 정적인 면이 아닌 잔잔한 움직임이 있는 동적인 면을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이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어떤 것일까.

하고자 하는 바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지치고 초조해 하고 있었을 때 부석사에 다녀오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부석사에 다녀오면서 생각도 많이 정리가 되고 마음도 안정을 찾았다. 부석사 앞의 사과나무 밭도 너무 좋았고 단청이 칠해지지 않은 느낌도 너무 편안하였다. 고요하고 편안하면서도 강렬하였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더욱 새로운 것, 더욱 자극적인것들을 추구하는 현 사회 속에 있다 보니 우리는 수수하지만 섬세한 감성들을 잃어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자극보다는 생명력을, 화려함 보다는 편안함을, 정적이면서도그 안에 쉼 없이 움직임이 있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러한 고요함 속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행위자체의 중요성, 반복에 의미를 두시는 것 같다.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순간, 그 자체로도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함축해 놓은 그림을 그리고자 반복하는 행위로 큰 화면을 구성하였다. 큰 그림을 그릴 때는 밑그림이 제일 문제이다. ‘유유자적’작업을 할 때에는 빈집을 빌려 밑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밑그림 작업은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수정이 불가능한 수묵 작업에다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 중간에계획을 변경하기도 힘들고 다시 제작도 어렵다. 그래서 사생을 바탕으로 여백과 채워진 공간과의 관계를생각하여 수많은 화면구성을 해본 후 밑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완성된 밑그림을 나누어 벽에 붙이고 그위에 순지를 덮어 선을 그어 나간다. 이제부터는 한 선, 한선 쌓아서 면을 채워나간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순간에도무수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수많은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반복적 행위를 통하여 선으로 면을 만들면서 나의생각, 감정, 시간을 그림에 담는다. 사진이 아닌 그림을 직접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기운을 담고자 한다.


고요함 속의 움직임, 장지에 수묵, 150x80, 2009.jpg 정중동(靜中動)-고요함 속의 움직임_150x80cm_순지에 수묵_2009


나무, 돌, 섬과 같은 자연을 통해 표현하려는 시도가 여러 시리즈에서 나타난다. 소재 선정(의도)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다.

시간, 에너지, 감정과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시각화시키는데 있어서 가장기본이 되는 점, 선, 면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있는 것을 추구하여 나무, 돌과 같은 자연에서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다.인공적이지 않으며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형태들을 ‘감정’과연관 지어 보았다.


가장 애착을 가졌던시리즈가 있을까? 그리고 여러 시리즈로 나아가면서 조금씩 바뀌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무 시리즈는 작업의 시작이자 지금까지 이어져 진행해오고 있는 가장 오래 해온 작업으로 큰 애착을 가지고있다. 대학시절 학교에 있는 나무들을 하나씩 사생하여 276장의드로잉을 이어 선적인 느낌을 강조한 작업을 시작으로, 각각의 나무시리즈 작업들은 사생을 바탕으로 추상화하여표현되었다. 나뭇결을 그리면서 처음에는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였지만 점차적으로 패턴을 만들고 추상화 하였다. 나무의 질감, 결의 표현에 있어 사실적인 묘사에 익숙해지고 그로인해 나무의 표현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지게 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점차 나뭇결의 표현을 쌀알무늬, 격자무늬등으로 추상화 하게 되었다. 나무 기둥의 묘사에 있어서도 가지와 굴곡을 줄이고 점차 선적인 부분만을취하였다. 소재로써 나무는 자아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나무라는 소재 자체가 더 중요시 되지않기 때문이다. ‘나무’ 다시 말해 본인에 대한 근본적 탐구에 있어서 그것을 세포조직과 같은 유기체의근원적인 모습으로 형상화 하였다. 반복되는 선묘들은 공간을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데, 다시 역으로 그것은 마치 나무의 결과 같이 느껴진다.


china_105x74_순지에 수묵, 2012.jpg 休_China_105x74cm_순지에 수묵_2012


‘France’, ‘Africa’ 등 나라 혹은 대륙 이름으로 되어 있는 작품명이 흥미롭다. 작품에서 각 나라의 지형을 나무와 섬들로 담아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나의 마음 들여다보기’로부터 시작된 ‘감정 덩어리’ 그림에서 ‘섬’ 시리즈로구체화되고 이것이 나아가 인간 본연의 모습을 탐구 하고자 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기본적인 감정’을 소재로 ‘소통’이라는 것을 주제로 작업을 하였다. 이 ‘나라’시리즈는 각기 다른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서로 다른 국가에서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아가는사람들이지만 인간 본연의 감정들을 가지고 살아가며 서로에게 충분히 전달되며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다른 모습으로, 여러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혼자가 아닌 ‘소통’함으로 함께한다. 점으로 이루어진 나무와 선으로 이루어진 바위들로구성된 덩어리는 각기 다른 나라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도식화된 나무와 바위로 이루어진 대륙의 모양과나라의 형상들을 모아 ‘나만의 지도’를 만든다. 이는 자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형상화하고자함이다.


‘소통’을주제로 하여 자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형상화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작업을 해나가면서 느꼈던 ‘사람’, ‘관계’, ‘소통’에 대한 작가님 개인적인 생각들이 궁금하다.

‘사람’, ‘관계’, ‘소통’에 대한 생각은 혼자인 시간이 많았던 터라 어렸을 때부터지속적으로 생각해왔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애매모호하며 추상적이고 어렵다. 무리 속에서 ‘나’를 찾는 일이 나에게는 쉽지 않는 일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일도 두려웠다. 나를 알고, 타인을 알고, 세상을 알아가는 일은 지금도 버겁지만 이를 나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통해 시각화하고자 한다. 걱정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각박함과 긴장감 속에서 벗어나 오롯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함은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경계하는자세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자신과 소통하고 타인과 소통할 마음의 여유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


전시전경.jpg 전시 전경


작품 활동 이외에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듣고 싶다. ‘부석사’에서 느껴진사과 나무 밭, 단청이 칠해지지 않은 느낌에 대한 이야기에서 작가님이 어떤사람인지 더 궁금해진 것 같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부석사는 물론이고수목원가는 것도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드로잉하는 것도 좋아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수 있는 여행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다. 틈틈이 여기저기 다녀본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한 달간의아프리카 배낭여행이었고 계획 없이 당일에 급작스럽게 결정하여 떠난 터키여행도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또한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고양예술고등학교에서 실기강사를 하고 있고 아트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럼 앞으로도작가님의 작품들도 지금까지와 비슷하게 작업되는 것인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나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작업에 시간, 감정, 에너지를 담고 이를 오랜 시간을 가지고 전달하고자 한다. 앞으로 계속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발전해 나가고자 하겠지만 ‘지금까지와다른 작업’을 위하여, ‘새로운 것’ 자체를 위하여 작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더 진중히 풀어내기 위하여 그에 적절한 시각적 표현을 찾아 가고자 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시리즈들을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는 작업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되어가는모습을 기록해 나가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이윤진 작가님의 작품은 '한남동 Cafe Tolix'에서 2월 17일 수요일부터 3월 8일 화요일까지 커피 한잔과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

http://7pictur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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