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꼭 맞는 취미도 하나는 있을 걸요?
넷플연가는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취향을 나눌 수 있는 멤버들을 만나는 커뮤니티예요. 100가지 주제의 모임들이 상시로 열리고 있죠. 재즈, 음악, 미술, 주식, 건축, 영화, 요리 등 멤버들이 어떤 모임에 관심을 가지고 반응하는지 365일 관찰하고 있어요.
트렌드 리포트는 3년 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2023년 가장 인기 많을 취미를 6가지 트렌드로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인스타그램 속 친구들은 자신만의 취미로 바쁜데 나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넷플연가 리포트에서 발견해 보세요.
핵심만 보기
- 호그와트 파티, 신서유기 게임 모임 등 콘셉트에 몰입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른들이 늘었어요.
- 피터팬과 달리 해리포터를 자처하는 어른들은 휴식을 위해 능동적으로 세계관에 접속해요.
넷플연가에서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 가운을 입고 기숙사 분류 모자를 쓰며 입학식을 진행하는 모임이 인기였어요. 나영석 PD가 연출한 <신서유기> 등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임을 모여서 하는 모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죠. 서울 시내 한복판의 작은 방에 모여 콘셉트에 몰입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른들이 있는 거예요.
캠핑, 낚시, 해외 여행 등에 반해 도시에서 순식간에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세계관에 접속하는 일은 간단하고 효과적인 선택지예요. 이런 모임은 평어 쓰기, 복장 규정 등 세계관 몰입을 위한 규칙들을 세세하게 마련합니다. 코스프레를 하지 않더라도 마피아나 보드게임 등으로 세계관을 확보하죠. 일터에서의 책임과 무게, 직함과 나이를 벗어 두고 세계관 속으로 상쾌하게 빠져드는 거예요.
수년 전만 해도 비용을 크게 들여 휴식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트렌드였어요. 주말에는 호캉스를 떠나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맛집을 찾아 갔죠. 물론 이런 트렌드는 이어지고 있지만 신체적인 휴식을 넘어서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즐거운 망각’ 상태를 찾는 트렌드가 커지고 있어요. 놀이 공원에 놀러갈 때 교복을 입거나, 개화기 시대 코스튬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는 것도 세계관에 몰입하는 행위죠.
캐릿에 따르면 이런 문화는 Z세대에서 더 적극적으로 시작됐어요. 과몰입 공부법이라고 아시나요? 내가 유럽 귀족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거예요. 유튜브에 귀족 컨셉 플레이 리스트, 성균관 유생 플레이 리스트가 나와요.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고, 넷플릭스 콘텐츠 <브리저튼>을 콘셉트로 한 중세 분위기의 호텔이나 파티룸을 예약해 유럽 여행을 떠난 기분으로 놀면서 인증샷을 남기는 일도 해리포터 신드롬으로 해석 가능해요.
1983년 미국의 심리학자 댄 카일러(Dan Kiley)는 어른의 책임과 역할을 거부하고 어린이의 심리 상태에 머무르는 어른들을 ‘피터팬 신드롬’이라 명명했어요. 하지만 이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고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어른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죠. 이에 반해 해리포터를 자처하는 어른들은 자신이 어떤 순간에 행복해지는지 정확하게 알고, 밀도 높은 휴식을 위해 세계관에 접속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요. 이렇게 놀고 나면 현생을 버티는 마음도 더 즐거워진다고요.
자신이 더 즐겁게 몰입할 수 있다면 스스로 세계관을 만들어 양질의 정신적 휴식은 물론 생산성까지 챙기는 해리포터의 세계, 건강해 보이지 않나요?
조윤재ㅣ넷플연가 호그와트 세계관 모임장
Q. 호그와트 세계관 모임을 열었다고요. 사진을 봤는데 기숙사 분류 모자부터 망토까지, 호그와트 입학생이 된 기분이었어요.
덤블도어와 함께 마법의 분류 모자를 쓰고 기숙사를 배정하고, 스네이프 교수가 진행하는 해리포터 밸런스 게임을 했죠. 두려움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해낸 경험을 나누며 “리디큘러스!” 주문을 외치기도 하고요.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싶다’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공간부터 소품까지 실감나게 준비해요.
Q. 쉽게 보기 어려운 콘셉트의 모임을 기획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팍팍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익숙하지 않고, 정해진 틀에 맞춰 살면서 남들이 정한 성공을 좇아 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 모임은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 경험과 대화의 장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해요.
Q. 많은 분들이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세계관이나 메타버스 등 현실과 동 떨어진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이유가 뭘까요?
현실이 힘들기 때문이겠죠. 어린 시절이나 가상 세계에는 책임과 걱정, 근심이 존재하지 않잖아요. 긴 팬데믹 기간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내가 뭘 좋아했는지 질문하게 된 거죠.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면서 진짜 나의 모습을 찾는 분들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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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깅은 불확실한 사회에서 내 스스로 행복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 디깅을 하다가 그 분야에서 영향력이 생겨 초보자를 가이드하는 부캐가 생기기도 해요.
- 기업에서도 디깅의 경향을 주시하며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요.
취미를 찾는 건 기본, 좋아하는 걸 찾았다면 과할 정도로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좋아하는 공간을 수집하는 것처럼 다니는 사람, 연간 미술 캘린더를 만들어서 전시회를 보러 가는 사람, K-POP 아이돌을 좋아하다 대중 음악의 역사까지 파고드는 사람들이 있죠. 디깅의 대상은 연예인, 캐릭터, 음악 장르, 공간, 커피나 차와 같은 기호식품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넷플연가에도 좋아하는 영역이 확실한 분들이 많은데요. 왜 이렇게 디깅을 하는지 물었더니 ‘스스로 통제 가능한 행복’이라서 좋다는 거예요. 매일매일 바뀌는 트렌드, 금리, 시장 상황 등 세상에는 내가 바꿀 수 없는 요소가 너무 많잖아요. 기성 세대와 다르게 우리 세대는 ‘오늘 하루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토로 삼아요. 노력의 미덕과 가치를 모르는 게 아니라 노력을 베이스로 깔고 가도 변수가 너무 많은 세상이 됐기 때문이죠.
기업에서도 디깅 경향을 주시하고 있어요. 영화 <슬램덩크>가 인기를 끌면서 만화책 판매가 급증했고 전주 페이퍼와 한솔 제지 등 용지 회사의 발주량이 40%나 늘었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요.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좋아하는 대상을 밝히면서 나의 디깅 과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거예요. 이런 문화는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는 기회로도 연결돼요. 디깅하는 분야가 독특하거나 꾸준하면 팬이 생기기 마련. 이렇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디깅 분야를 부캐로 삼아 활동합니다. 넷플연가도 좋아하는 분야가 확실한 모임장을 발굴해 모더레이터로 부캐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또 다른 멋진 가능성을 모색해본다는 건 꽤 매력적인 일이죠? 즐거우니까 좋고 유명해지면 더 좋고요. 토끼처럼 굴을 파는 디깅족들의 전성 시대입니다.
김봉현ㅣ영화 평론가, 넷플연가 LP 모임장
Q. 일상이 디깅 그 자체인 수집가라고 들었습니다.
여가 시간에 저는 주로 혼자서 취미에 전념합니다. 전 취미도 일처럼 하는 사람이에요. 엑셀에 보고 싶은 드라마, 영화, 비디오 게임, 스포츠 등을 분류해 놓고 본 작품들은 리스팅을 해요. 분야별로 나누는 것만 아니라 최근에 즐기는 것들은 ‘최근’ 셀에 적어 둬요. 요즘은 <정직 부동산>, <사이버펑크 2077>, <나는 솔로>, <더 와이어 시즌2>를 보고 있습니다.
Q. LP 수집가를 위한 모임을 열기도 하셨죠.
LP를 모으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고, LP를 모으는 마음도 나누고 싶었어요. 무언가를 수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안도감도 전하고 싶었고요. 모임을 만드는 이유는 MBTI의 효용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 ‘난 별난 게 아니라 하나의 유형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싶은 거죠. 참여하신 분들을 보니 제가 제일 과하고 별난 것 같았지만요.
Q. 봉현 님께 디깅이라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저에겐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놀랍거나 신선하진 않아요. 제 모습 그 자체거든요. 저는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하게 이해해야 하고, 다음에 즐길 작품을 리스팅해야 하고, 다 즐긴 작품에 대해서는 저만의 태도를 정립해 둬야 해요. 바이닐 콜렉션도 마찬가지에요. 일하는 것만큼 꼼꼼하고 치밀하고 효율적으로 모으다 보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그래야, 불행하지 않고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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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나 미술관 투어, 음악 공간 방문 등 특정한 목적을 공유하는 친구들은 찐친과 달라요.
-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였기 때문에 정보와 재미를 주고 받는 데 집중해요.
넷플연가에는 찐친과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고 관심사가 통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어서 찾아 오신 분들이 많아요. 시시콜콜한 개인사는 공유하지 않지만 미술관에 같이 가고 음악 공간을 방문하는 친구들이 있는 거죠. 솔직히 나의 모든 역사를 아는 친구보다 이런 만남이 더 편할 때가 있지 않나요? 예전에는 목적있는 관계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였지만 (예: 너 이런 목적으로 나 만나는 거야? �) 지금은 목적의 의미가 더 풍성하고 넓어졌어요.
공부나 미술관 투어, 음악 공간 방문 등의 활동을 매개로 낯선 사람과 우연한 만남을 만들고, 재미와 정보를 나누는 거예요. 다양한 모임을 연결하는 플랫폼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영화, 음악, 재즈, 요리, 와인 등 다양한 주제의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넷플연가, 관심사 기반으로 멤버들을 연결하는 문토, 독서 모임 플랫폼 트레바리, 와인 공부를 목표로 하는 와인 살롱 등이 대표적인 예시죠.
왜 우리에겐 FWM이 필요할까요? 그럴 때가 있잖아요. 나는 요즘 미술에 푹 빠져 있는데 찐친과 이 얘기를 나눌 수 없을 때요. 왠지 미술 얘기를 꺼내면 ‘얘가 왜 이렇게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를 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도 같고요.
목적 달성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미술 등의 관심사에 진심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라 나에게 어떤 편견도 없어요. 혹시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꼭 만나야 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고요. 무엇보다 관심사가 통하는 건 강력한 장점이에요.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말 통하는 지점도 꽤 많거든요. 그러다가 호감이 가는 사람이 생기면 혹시 아나요? 운명의 연애 상대를 만나게 될지도요.
전희재ㅣ넷플연가 대표
Q. 취미 생활은 혼자 해도 즐겁지 않나요? 왜 같이 하는 게 좋을까요?
혼자 가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면 배우는 게 많더라고요. 잘 몰랐던 음악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고 멤버들과 이야기 하면서 전시를 한번 더 소화할 수 있어요. 친한 친구와는 미술이나 음악으로 몇 시간이고 대화하는 게 어렵잖아요.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30번 이상의 모임을 열었던 것 같아요.
Q. 잘 모르는 낯선 멤버들과 모이면 어색할 것 같기도 한데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대화할 때 몰입도가 달라요. 적당한 긴장감이 서로의 대화에 더 집중하게 만들죠. 저만 해도 어떻게 해야 모두의 시간이 더 알차게 흘러갈지 고민하면서 미리 전시 관람 준비를 하니까요. 일이 아닌 대상에 훅 빠졌다가 나올 때 정말 휴식했다고 느끼는데 제게는 미술관 친구들과의 만남이 그래요.
Q. 같이 가면 더 좋을 전시나 음악 공간이 있나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만 꾸준히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제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께는 좋은 관람자가 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보여 주기 위한 생각이 아니라 나에게 작품이 어떤 느낌인지 면밀하게 관찰해 보라고 해요. 그러면 전시 관람이 서서이 내가 주도하는 하나의 취미가 됩니다. 음악 공간은 곱창 전골 좋아해요. 한번 찾아 보세요!
핵심만 보기
- 2030세대가 원소주, 김창수 위스키 등 술 열풍을 주도하고 있어요.
- 이제 술은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취향 탐구와 자기 계발의 영역이에요.
- 전통주는 온라인 배송이 가능한 품목이라 접근성이 높아 성장 가능성이 커요.
세계 맥주가 4캔 만 원이라고 신기해 했던 게 엊그제인데 세상에 술이 정말 많아졌어요. 지난 달에는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인 김창수 위스키를 사러 편의점 앞에 길게 줄을 선 진풍경도 보였어요(�).
이런 열풍을 주도하는 건 내 취향에 맞는 술을 맛있게 마시고 싶은 젊은 세대예요. 홍대에 위치한 전통주 주점 산울림1992는 다양한 전통주를 맛보러 온 이들로 붐비고요, 영화 <소공녀>의 배경이 되어서 더 유명해진 서촌의 코블러 바도 긴 웨이팅을 자랑하죠.
술은 이제 자기계발 영역이기도 해요. 사람들은 술을 고를 때 도수나 가격만 아니라 맛과 향, 제조 방식, 원재료, 브랜드의 역사와 스토리 등을 보고 선택하게 됐죠.
넷플연가에서 가장 인기 많은 주종은 전통주예요. 우리나라에만 1,200개의 전통주 양조장이 있는 것 아세요?
오랜 역사를 지닌 곳부터 양조장부터 실험적인 술과 브랜딩을 가미한 신흥 양조장까지 술 종류만 해도 무궁무진하죠. 맥주, 와인, 소주와 달리 전통주는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 더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어요. 전통주를 큐레이션하는 술담화 등의 술 스타트업 성장은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방증하죠.
술과 책, 운동을 엮는 비어 요가나 책맥 등의 트렌드도 계속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김혼비 작가의 유쾌한 술자리 이야기를 담은 <아무튼, 술>처럼 작가들이 좋아하는 술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책도 큰 인기를 얻고 있죠. 장항준 감독은 와인을 마시며 김은희 작가의 카드를 더 빈번하게 사용하게 되었다는데 … 중독성이 강하지만 알수록 더 신비한 술의 세계를 나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박준돌ㅣ넷플연가 전통주 모임장
Q. 전통주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요?
회사에서 술 관련 취재를 도맡게 됐는데, 양조장에 갈 때마다 제 무식이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좋은 글을 쓰려면 내가 술을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게 됐죠. 요즘에는 퇴근하고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우리술을 공부하고 만들면서 우리술 제조관리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어요.
Q. 사람들이 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마시는데 매력을 느낄까요?
알고 마셔 보면 더 맛있거든요. 전통주를 만나고 나서 저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스페인 와인 농장을 탐방하고 집에서 누룩을 만들고, 혼술도 즐기게 됐죠. 술 유튜브도 열었고요. 주량이 소주 3잔인 저도 이렇게 재밌게 사는데, 타고나길 술을 잘 드시고 좋아하는 분들은 얼마나 더 즐기실 수 있겠어요.
Q. 준돌님의 넷플연가 모임 <낮술해방>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우리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음해 보고 시음평을 남기고 멤버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모임이에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집중하는 모임’을 만드는 거였어요. 가볍게 술 마시고 대화하는 모임이 아니라 시음 노트 작성, 시음평 나누기라는 동적인 활동이 있는 모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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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순수한 지적 만족을 추구하는 일은 돈을 내고 싶을 만큼 귀한 가치예요.
- 지식을 외우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인생을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한 공부라는 경향을 보여요.
지식 예능 <알쓸인잡>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BTS의 리더 RM은 양자 역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고요. 천체 과학을 다루는 심채경 박사는 천문학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어요. 유튜브에도 역사, 과학, 심리, 철학 등을 깊이 있게 다루는 채널이 많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하기 싫던 공부에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어른이 되고 나면 쓸모에 대한 압박 없이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학창 시절 만큼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때가 없다는 건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알게 돼죠. 회사 생활은 성과를 내야 하는 일들로 가득차 있어요. 무언가를 배울 때도 당장에 실무에 써먹을 수 있는 것부터 투자합니다. 그러니 당장의 쓸모를 넘어서 지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건 돈을 지불하고 싶을 만큼 소중한 가치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현명한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라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접근을 하기도 해요. 우리는 고전을 읽고 문화를 배우며 일상 풍경에서 그 너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거든요. 미술관에 가서는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와 지금은 무엇이 같거나 다른지 생각해 보고, 역사적인 리더의 글을 읽고 나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마음과 동기를 생각해 보게 돼죠. 그 너머에서 엔진처럼 움직이는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고요.
서점에서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등 일상의 언어로 쓰인 철학 에세이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비결은 ‘일상과의 연결고리를 포착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진입장벽을 달래는 점’이라고 해요. 과거의 인문학이 두꺼운 책을 옆에 끼고 안경을 쓴 지식인의 학문이었다면 이제는 인생을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해 기꺼이 배우는 영역으로 발전한 거죠.
한 도시에 사는 일을 여행이라고 본다면, 인문학은 좋은 여행을 하기 위한 준비가 됩니다. 지식을 쌓고 현장 학습을 가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더 기꺼이 즐길 수 있게 돼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사람이 되는 건 덤이고요!
이지수 님 / 미학 연구자, 넷플연가 미술 모임장
Q. 쓸모를 초월한 지식을 탐구하는 일이 왜 재밌을까요?
저의 경우 쓸모에 대한 생각은 자신에 대한 탐구 뒤에 따라오는 것 같아요. 명쾌한 답이 있지 않아도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을 파악해 보는 건 너무나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수집에 대한 모임도 운영하는데요. 수집은 왜 관심을 가지나요?
무언가를 수집하고자 한다는 건 내가 놓인 환경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별 생각없이 모은 골동품을 통해 제 수명을 넘어서는 과거의 사람들을 이해해 본 적이 있거든요. 넷플연가에서는 예술 작품을 함께 수집해 보며 서로의 환경을 이해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까지 귀기울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Q. 요즘은 무엇을 탐구하고 있나요?
요즘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읽고 있어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영상 속 수많은 사진과 광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에요. 끊임없이 사라지고 생성되는 콘텐츠를 보면서 우리가 저마다 떠올리는 미래나 생각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핵심만 보기
- 영끌을 넘어 돈의 흐름과 경제를 읽는 근본 감각을 키우는 데 집중해요.
- 외환 위기나 2008년의 금융 위기가 남긴 교훈을 들여다 보는 거예요.
- 부업이나 전자책 등의 파이프 라인을 만들고 싶은 트렌드도 꾸준하게 포착돼요.
제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올렸더라고요. ‘술 대신 청양 고추로 스트레스 풀었는데 1봉에 3,990원이라니! 청양고추 150그램 사기 VS 소주 2병 사기’
요즘은 두 명만 모여도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이야기를 해요. 출퇴근 택시족도 다시 지하철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도 향후 2년 간 세계가 직면할 심각한 위기 1위를 생계비의 위기로 꼽았어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주식 열풍으로 시작된 자산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어요. 대신 지난 열풍처럼 단기적 시각이 아닌 돈의 흐름과 경제를 읽는 근본 감각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역사에서 배울 수는 있으니까요. 금융 시장이 급변할 때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해야하는지 외환 위기나 2008년의 금융 위기를 통해서 다시 배워 보려는 거죠.
넷플연가에서도 자산에 대한 기본 개념을 세우는 모임에 대한 호응이 커요. 가진 돈을 점검하고 똑똑하게 쓰는 셀프 재무 설계 모임, 부동산 지식을 쌓기 위해 임장 투어를 같이 하는 모임 등이죠. 이런 흐름을 반영해 자산관리사들도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경제 금융 스터디를 운영해요. 과거와 다르게 직접 경제 관념을 배우면서 알아가고 싶은 고객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월급이 아닌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부업이나 전자책 등의 파이프 라인을 만들고 싶은 트렌드도 포착돼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로 수입을 만들 수 있다면 언젠가는 직장이 아닌 나만의 일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탐색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신승우 님 / 미국주식사관학교 대표, 넷플연가 주식 모임장
Q. 영끌 열풍이 사그라든 자리, 이제 어떤 식으로 돈을 봐야 할까요?
근육에 생긴 상처는 근성장의 밑거름이 되지만 피부나 신경에 남은 상처는 후유증을 남겨요. 어떤 식의 영끌을 시도했는지에 따라 지금 돈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를 거예요. 어떤 투자를 하든 목적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해요. 투자 과정에서 편향된 생각(이 아이템이 미래야!)을 갖거나, 목적을 망각하는 경우(가치 투자로 장투해서 버는 게 맞지)가 생기지 않도록요.
Q. 자산 관리에 집중해 보고 싶은 분들이 유념해야 하는 게 뭘까요?
목적을 잊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언제나 친절해야 해요. 좋은 주변인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는 사실 같은 건데, 베풀 수 있는 사람만이 좋은 사람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자산 관리에 왜 사람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면 제 모임을 추천하고요. (웃음)
Q. 이번에 준비한 주식 모임은 어떤 모임인지 소개해 주세요.
아직 자산 투자 경험이 없는 분이라면 ‘세상에 이렇게 자낳괴도 있구나’라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생생한 모임을 준비했습니다. 투자 시장에 돌아다니면서 만난 생생한 사람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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