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사회주의자들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들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마르틴 뉘밀러,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모두가 예라고 할때, 아니요! 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어릴 적 보았던 한 광고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의 저는 같은 상황에서 손을 들 수 있을까요? 어쩌면 저 문구에서 한 단어를 바꾸어보기도 합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 라고 할 수 있는 사회.’ 내 자신의 용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사회 때문이라는 합리화를 해보면서 머릿 속이 복잡합니다. 아직 내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 나와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그리려 했다. 특정 집단이나 성별, 세대를 떠나서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담을 수있는 인물 필요했고, 그래서 개인적인 특성들을 나타낼 수 있는 개성들을 다 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현대인을 떠올렸을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의복인 서양식 양복을 입혔다. 양복이 남성성을 드러내서 그 점이 조금 아쉽지만 벗겨놓으니 현대인 같아 보이지 않아서 계속 입히고 있다.
사회에 남아있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띈 상황에서 저렇게 전체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영웅'이나 '정의로운 자'이기보다는 그냥 ‘눈치 없는 놈’으로 비춰지는게 대부분의 상황이라 생각했다. 좀 과장해서 ‘반역자’라 칭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것들을 그리는 행위로, '불만'을 토해냄으로써
스스로가 그 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거나,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어 위안 받고자 했던 것 같다.
-작가노트 中
어떤 상황에서 어떤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도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림속의 인물이 특정 상황에 대해 감정을 드러내는것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내 그림속의 인물이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보여진다면 그것은 희망적인 사회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된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반응한다는뜻일 테니까. 하지만 내 그림속의 인물들은 그렇게 하질 않는다. 감정의 상실, 무기력, 가면속으로 숨는 것, 혹은 무관심 다 포함되는 것 같다.
불만에 대해서 작품들을 그리게 된 것은 군 복무시절부터였다. 나는 군인이라는 신분이 정말 싫었고 답답했었는데, 군대라는 사회가 그런 답답함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도 어려운 공간이었기에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답답함이나 부조리 같은 것들을 그리다보니 속이 조금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정말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불만, 내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로 현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래서 뉴스나신문, 책, 잡지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데, 사실 그런 것 보다는 내가 실생활에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부조리나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영감을 제일 많이 받는다.
딱히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생각을 시각화시키는 작업은 어떤 주제를 생각했을 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이미지를 구체화 시킬 때도 있고, 여러가지 이미지들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굉장히 체계적으로 작품을 구성해가기도 한다. 사실 두 번째 방법이 훨씬 더 생각을 많이 하고 공도 많이 들이지만 보통 첫 번째 방법을 통해 나오는 작품들이 더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의식적인 구상보다는 무의식에 더 가까운 것들이라 더 재미있는 표현들이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할 때나 강의를 들을 때, 회의를 할 때 등 다른 곳에 집중 하면서도 낙서를 할 때가 굉장히 많은데, 그런 낙서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을 많이 얻는다. 오히려 다른 시각작품들을 통해서 시각화에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괜히 그 이미지들에 사로잡혀 구상을 가로막는 적이 많기 때문이다.
해석하기 나름인데 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 우울함, 트라우마와 대면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고, 그와 동시에 언젠가는 꼭 대면을 해야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선 대면을 하는 것도 어렵고 대면을 하고 난 뒤 어떻게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인물’은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 안으로 들어가 끌어 안을 수도 있고, 밖으로 끌고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문을 닫고 뒤돌아 내려올 수도 있다.
존중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 아니, 사라진다기 보다는 재력이나 외모,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려가며 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싫다. 사실 같은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서로 존중해주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든 간에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현 시대를 그릴 수 있는 작품들을 해나가고 싶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변한다고 해도 분명 사회의 부정적인 면들이 사라지진 않을 테니까. 그런 부정적인 면들을 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한 번 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보는 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불만들을 대신해서 표출해 냄으로써
그들에게 내가 가졌던 '불만 표출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작가노트 中
채정완 작가님의 작품은 '합정 BBOX'에서 3월 8일 화요일부터 4월 5일 화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
거인의 식사_91X73_캔버스에 아크릴_2014 / 1,200,000원
(좌) 대면_73X91_캔버스에 아크릴_2014 / 1,200,000원
(우)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_51X73_캔버스에 아크릴_2014 / 800,000원
(좌) 독재자의 뇌에 꽃을 심자_60X73_캔버스에 아크릴_2012 / 800,000원
(중) 최초의 고독_53X65_캔버스에 아크릴_2012 / 600,000원
(우) 반역자_ 38X45.5_캔버스에 아크릴_2012 / 판매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