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내가 생각는 것,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것,
당신이 듣고 있다고 믿는 것,
당신이 듣는 것,
당신이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당신이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것,
당신이 이해하는 것,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설령 그럴지라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면 안된다.
- 에드몽 웰즈
저는 제가 가진 이명·난청에서 비롯한 감각의 시각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파티나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이명·난청의 상태를 설명하고 사회의 문제에도 대입했습니다. 해결하기 힘든 문제의 원인을 파티나몰에게 떠 넘기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또 시선에 여유를 둘 수 있었거든요. 파티나몰은 동 부식으로 나온 녹 청(파티나)과 두더지(몰)을 합쳐 만든 말입니다.
요즘은 온전한 의미의 전달 과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명·난청 상태를 들먹이지 않아도 뜻대로 말이 전달되지 않아 답답한 경우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을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저는 그림에서 찾고 있습니다.
강렬한 색채로 보인 점은 아마 대비가 큰 배색과 함께 그림자를 넣지 않고 외곽선을 다듬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제 그림은 자연스러운 하나의 공간으로 보긴 힘들지만, 이미지를 툭툭 던지듯 배치하면서 상대방의 말처럼 원래의 무엇을 맞춰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낯설게 보이는 점이 공상적인 느낌을 불러오는데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계속 청각적 심상을 불러 일으키는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표현기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청각 중에서도 이명·난청 상황에서 비롯한 감각들을 시각화 하고 있고, 한 공간을 콜라주하듯 재배치하는 방법으로 낯선 감정을 유발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감각을 비튼다면 다른 감각으로 채워지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인 제 귀의 상태가 캔버스에 구현된 형태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이명 필터’라고 부릅니다. 이명이 시각화 된다면 가려져서 잘 안보이는 상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그림에 등장하는 대상의 상태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어두운 색의 사람들을 보고 말하는 거라면 바로 그들이 그림자와 같은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주인 없이 그림자만으로 존재해서 할 수 없이 손에 쥔 조그만 휴대폰의 빛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가는 모습을 빌어 저를 포함한 현대인의 외로운 감정을 담아봤습니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통하지 않는 모습을 그렸다고 해서 회의적인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 감상자에게 남인 저도 그런 상황을 알 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저도 우리 중 한사람이고, 감상자들도 우리 중 한사람입니다. 이럴 때 그림의 ‘이명 필터’가 회의적인 감각을 가렸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기법을 한 화면에 콜라주하듯 배치합니다. 기법에 따른 순서를 정하기 위해 에스키스를 먼저 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각 기법들을 연습하는 습작을 진행합니다. 됐다 싶으면 완성작을 진행하는데 여러 기법을 쓰기도 하지만 손을 캔버스에 대고 그리는 습관이 있어서 완전히 마른 다음에 다음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점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기법적으로는 ‘이명 필터’에 대한 접근을 다르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가리는 장치에서 무엇을 지우는 장치로의 변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감상자의 감각으로, 지워진 곳을 채울 수 있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재적으로는 욕조가 있는 공간과 그림자 인간들에 대한 구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상진 작가님의 작품은 '카페 꼰띠고 건대점'에서 4월 11일 월요일부터 5월 9일 월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