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망고에게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한다.
가만히 있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무언가 해야지 하루를 잘 보낸 거 같아서 그럴까?
나를 자꾸만 무언가로 채우려고만 한다.
나는 하루 눈을 뜨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몸을 움직인다.
할 것이 없으면 청소하고 세탁하며
책도 읽다가 강의도 듣고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거나
나를 소비하는 시간을 보낸다.
온전히 쉬는 시간에도 다음 일정을 생각하고 정리한다.
바삐 움직이고 약속을 처리하며
무언가라도, ‘하나’라도 더 하려고 노력한다.
가끔은 쉬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변의 말들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잘 와닿지 않는다.
망고는 다르다.
하루 루틴을 꼭 지킨다.
아침에는 엄마 방으로 가서 엄마의 출근길을 마중한다.
점심 즈음엔 집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곳에서
몸을 말고 낮잠을 잔다.
점심 즈음엔 밥을 먹고 아빠와 티비도 보고 잠시 놀다가
내 방으로 와서 저녁잠을 잔다.
내가 퇴근하면 나에게 이제 왔냐고 꼬리를 세우고 달려온다.
내가 저녁을 먹을 때쯤 저녁을 먹고,
간식도 먹고 한참 뛰어놀다가
거실 캣타워에 올라가 우리 가족들의 저녁 시간을 구경하며 잠이 든다.
새벽에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자신만의 시간을 요란하게 뛰어다니며 보내곤
새벽 3시반 즈음이 되면 내 옆으로 기어와 잠을 청한다
망고는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며 일상을 보내기도 하고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한다.
나는 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조급한 건지 돌이켜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인 것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망고처럼
나도 현재에 조금 더 집중해서
나를 채워가고, 나의 에너지를 채워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책하지 않고
가끔은 그냥 햇살이 좋아 낮잠을 자기도 하고
오늘의 나를 망고처럼 즐겨보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도, 망고도 존재하니까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도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