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진짜 좋은 거는.. 만든 사람이 제일 많이 사용하고 있더라?
내가 약 1년 전부터 좋아하던 대표님이 있어.
아마 내 글을 꾸준히 봐온 친구라면 알 수 있을 텐데
그 대표님은 나와 비슷한 결이기도 하고,
글을 쓰며 삶을 정돈해나가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분이 내재하고 있는 능력으로 시간을 잘 쌓아나가면서
여러 브랜드들을 성공적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착시켜가고 있는 분이었지.
몇 개월 전, 그 대표님이 기획한 공간을 오픈했는데,
이 공간의 이름은 ‘데스커 라운지’야.
프리랜서, 본업 외에 하고 있는 일이 있는 사람 등등
개인적인 업무를 할 때, 편안한 마음으로 몰입도 있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지.
쉽게 말해서, ‘고급 스터디 카페’야.
‘데스커 라운지’할 때, ‘데스커’가 가구 브랜드 ‘데스커’를 뜻하는데,
이 ‘데스커’브랜드와 손잡고 기획해서 만든 공간이
바로 여기여서 그런지.. 인테리어도 감각적이고, 공간도 시원시원하고,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대표님이 본인이 기획해나가는 과정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피드로 기록하고 공유했는데,
이 과정을 보다 보니.. 당연하게도 이 공간이 오픈되자마자
가고 싶었거든?
그런데 봐보니.. 1DAY 이용권 비용이 36.000원이기도 하고,
집에서 1시간 거리라.. 여러모로 부담스러워서,
방문을 늦추고 있었어. 이렇게 방문을 늦추고 있어서
조금씩 이 공간에 대한 생각이 잊힐 때 즈음..
데스커 라운지 계정이었는지 그 대표님의 계정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 어느 계정에서,
1DAY 이용권 무료 이벤트를 한다는 걸 보게 되었고,
‘될까? 안되겠지? 안될까? 음.. 되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구글폼을 작성했어.
그러고 며칠간은 또 그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있었지.
그렇게 잊어버릴 때 즈음, 문자가 왔어. 당첨됐다고!
아마 예상하건대,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은 다 당첨되는 것 같았어.
‘데스커 라운지’측에서도 1DAY 이용권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테고, 그래서 이 공간을 이용해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버리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설득하기 위해..
이 이벤트를 열어서 하루 동안 입장해서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 같았지.
결과적으론, 정말 좋은 이벤트였어.
나도.. 가격과 거리를 보고, 발길을 돌렸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하루 동안 이용해 보고 나니,
‘36,000원 이상의 가치를 주고 있긴 하구나..
다음에 여유가 된다면, 생각이 난다면 또 와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야.
.
.
사실, 예약해둔 그 당일에 엄청 고민했어.
카페에서 몰입하며 업무를 하고 있던 나는,
‘하 거리가 꽤 되는데.. 그냥 가지 말까..?
여기서도 충분히 몰입되는데.. 왕복 2시간..
투자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흐 고민이다 고민이야..’
라는 깊은 내적 갈등을 겪었지.
그런데도, 오늘이 아니면
당분간은 정말 근처에도 못 가볼 것 같아서..
그 귀찮음과 내적 갈등을 이기고!
나름 단정하게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어.
다행히, 3시쯤이라는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생각보다 비어있는 지하철 덕분에
꽤나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어.
(기대감과 설렘 덕분에 시간이 순삭 된 것일지도..)
그렇게 1시간 10여 분이 지나고..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건물 외관이 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어.
(두근두근)
누가 봐도 ‘데스커 라운지’다운 건물이었고,
투명한 유리들 속에서는 이미 온 사람들이
본인의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들이 언뜻언뜻 보였어.
설렘 가득하게, 문을 열어젖혔는데?
열자마자 본 사람이 누군지 알아..?
그 대표님이었어.
내가 참 좋아한다는, 배우고 싶다는, 존경한다는.. 그 대표님이었어.
마음속에서는 쿵쾅 쿵쾅.. 느낌표 수백 개.. 난리였지만,
이곳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 곳이기에..
마음의 소리를 조금 잠재우고.. 내부를 삥- 둘러봤어.
사실 그때 나의 상태는 그 대표님 외에 그 어느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터라.. (ㅋㅋㅋ)
어느 정도 둘러보는 척을 하고.. 그 대표님의 맞은편..
그렇지만 살짝 대각선인 어느 자리에 앉았지.
아.. 많이 떨리더라.
그 대표님의 생각과 숨소리가 담긴 장소로 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뛰는 일이었는데..
여기 계셨다니.. 그것도 지금 내 앞에!!!!!!!!!
후.. 날뛰는 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오더라?
‘아.. 진짜 좋은 거는..
만든 사람이 제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거였구나..’
그랬어.. 빈 건물이었던 이곳에,
어떤 걸로 장사를 해야 할지, 어떤 기획을 해야 할지, 어떤 가구를 써야 할지, 어떤 구조를 이뤄야 할지, 어떤 사람들을 오게 해야 할지, 어떤 책을 두어야 할지, 어떤 볼거리를 놔두어야 할지,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할지, 어떤 조명을 달아야 할지, 어떤 밝기로 공간을 채워야 할지, 어떤 티백을 두어야 할지, 어떤 스낵을 제공해야 할지 등등.. 수많은 선택지들에서 고심하여 고른 선택지들의 집합은, 이 건물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어.
그 누구의 취향보단,
일단 자신의 취향을 믿어주며 고른 선택지들이었지.
그래서.. 자신이 기획하고 만든 공간에서,
지금 내 맞은편에 앉아 본인의 업무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는 거였어.
어느 날 그 대표님이 올렸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따르면..
일주일에 3-4번은 이곳에서 업무를 한다고 하더라.
이 정도면.. 그 대표님의 삶 자체에
그 공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거잖아..
적어도 이만큼은 좋아해야..
진심이 담긴 기획이고, 사업이고, 공간인 거였어.
소비자보단 일단 나부터 끌리는 기획,
소비자보단 일단 나부터 사고 싶은 아이템,
소비자보단 일단 나부터 매일 가고 싶은 공간..
이것들을 모두 충족해야,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만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였지.
.
.
거의 다 만들어가는 다이어리..
반년 이상 동안 세상에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야.
사실 아직도.. 자신 있진 않아.
나조차도, 그 다이어리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은
들지 않으니까.
그래서 난.. ‘일단 나부터’ 다이어리를 좋아하게끔,
쓰고 싶게끔, 사고 싶게끔 만들어야 했어.
그런데 아직도 미흡해..
흠뻑 좋아하진 못해.
미치도록 쓰고 싶진 않아.
열렬하게 사고 싶다 생각하진 않아.
그래서.. 아직 그 누구의 손안에 있지 않고,
일단 내 손안에 있어.
사실,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그냥.. 출시해도 되거든?
내 노동력 외에는 다른 비용이 안 들어간
디지털 다이어리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 어떤 디지털 다이어리보다
성실하게 내용을 구성해 놓았기도 하고,
다이어리를 기다려주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꽤 많기도 하고..
지금 당장 출시해도 전혀 이상하진 않아.
그러나? 내가 용납하지 못하는 거지.
결과가 좋든, 나쁘든.. 대충 하는 태도를 갖고 싶지 않아서.
일단 나부터 만족시키지도 못했는데 뻔뻔하게 세상에 내놓는 태도를
갖고 싶지 않아서.
.
.
내가 평소에 많이 좋아하던, 존경하던 그 대표님이
내 눈앞에 있었고, 대표님 자신이 만든 공간을
본인 스스로가 가장 만족해하며 업무에 몰입하는 그 모습은..
지금의 나에게 주는 힌트 같았어.
그래서.. 더 강렬하게 기억하려 했지.
누군가에게, 어서 빨리 내가 만든 다이어리를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에
조급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던 나는,
그날의 그 광경을 보자마자,
우선 너 자신에게 마음에 들 때까지 조금 더 시간을 가져도 된다는
힌트를.. 발견한 듯했어.
진짜 좋은 것은..
만든 사람이 제일 사랑해야 하니까.
제일 쓰고 싶어야 하니까.
제일 사고 싶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다이어리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의 난..
다이어리를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껴야 할 때가 아니라
다이어리를 애정 하는 마음을 더욱,
그 어느 때보다 있는 힘껏 크~~게 키워야 할 때였어.
그래야.. 이 다이어리를 펼쳐볼 누군가에게도,
그 애정의 에너지가 전해질 수 있으니까.
.
.
혹시나.. 최근의 나처럼,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거나,
마감을 해야 한다거나.. 등등의 이유로
조급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면?
그렇다면.. 우선 네가 만든 그 작품을
마음껏 사랑해 봐.. 그리하여 그 사랑이
우리 안에 있는 조급함을 이길 수 있을 때,
그때, 우리의 뜻을
세상에 펼쳐보는 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