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너에게 주고 싶은 마음
(사실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으나, 초등학생이었던 것은 확실함)
10살의 신영은, 학교 근처에 있는 문방구에 자주 들렀어. (거의 매일)
터질 듯 말 듯 하게 잘 구워진 100원짜리 길쭉한 소시지를 먹으러..
종이컵에 야무지게 담긴 500원짜리 라면을 먹으러..
새로운 신상 물건 나왔나 탐색하러..
어느 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문방구에 들렀는데..
얼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물건이 보이는 거야!
그 물건은 바로.. 시계 반지였어.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울 수 있었고,
그 반지 한가운데에 시계가 달려있어서
언뜻 보면 큐빅 대빵 큰 왕 반지 같았지.
아마 지금 내 기억으론.. 15,000원인가? 했을 거야.
그 당시 100원, 500원.. 많아도 1,000원쯤만 쓰던 나에게는..
아주 큰돈이었지. 그 당시 내가 15,000원을 바라보는 것은,
지금으로 따지면 아마 5만 원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할 정도니까.
그래서 당연히, 첫눈에 반하자마자 살 순 없었고..
어느 날 엄마에게 받은 용돈, 어느 날 아빠와 내기에서 이겨서 받은 돈
등등.. 몇 달 며칠을 모아서 드디어 시계 반지를 살 수 있는 돈
15,000원을 모았어.
6월 3일, 나는 그 문방구에 찾아가서
마음속으로는 이미 집에 모셔놨던, 그 시계 반지를 당당히 구매했어.
그리고 그날 저녁만을 기다렸다? 엄마에게 줘야 하니까.
사실, 6월 3일은 우리 엄마 생신날이었고, 나는 엄마 생신 선물로
내가 그토록 차고 싶던 그 시계 반지를 주려는 마음을 품었거든.
나도 무지하게 가지고 싶었지만.. 일단 엄마에게 먼저 주고 싶어서.
엄마는 나보다 더, 블링 블링한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공주 스타일이었고, 더군다나 내가 갖고 싶은 거라면,
엄마도 당연히 좋아할 거라 예상해서
10살 신영은, 시계 반지가 엄마의 생일선물로 제격이라 생각했지.
결과적으론, 엄마는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셨지만,
실제로 차고 다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 ㅋㅋㅋㅋㅋ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였어.
엄마를 생각하며 생일선물로 시계 반지를 준 딸의 마음이
참 예쁘고 고맙긴 하지만..
누가 봐도 장난감스러운 시계 반지를 일상생활에서 착용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이 일화는.. 평소에는 생각도 못 했다가,
어느 날 문득 떠오르더라고 ㅋㅋㅋㅋ
그리고 이렇게 문득 떠오른 이 일화는
내 머리와 마음에 작은 불을 켜도록 했어.
10살의 신영은, 자신이 제일 갖고 싶은,
자신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건네었어.
고양이가
자신이 가장 먹고 싶은 죽은 쥐를
사랑하는 주인에게 건네어주는 것처럼.
만약 지금의 나라면?
스물네 살의 신영이 엄마에게 문방구 시계 반지를 선물한다면?
아쉽지만 나는.. 10살의 신영이 가졌던 그 설레는 마음으로
줄 순 없을 거야.
일단 내가 그 시계 반지에 대한 애정이 식었고,
엄마가 이 아이템을 맘에 들어 하지 않을 걸 예상하고 있으니까.
그래, 누군가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할 수 있으려면
그 선물을 내가, 누구보다 사랑해야 했어.
10살의 신영이 제일 갖고 싶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는 시계 반지를 엄마에게 내어줄 때..
10살의 신영은 얼마나 짜릿하고 설레었을까?
응.. 난 그날의 어린 신영에게 배워야 했어.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건만..
과거의 나에게도 배워야 하는 게 인생이었더라.
과거의 나에게 배운다는 건.. 어쩌면 참 막막한 일이기도 해.
나는 현재에 머물러 있고,
이미 과거의 일은 끝난 일인데..
‘또? 또 생각해야 된다고?
도대체 얼마나 더 생각하고,
도대체 얼마나 더 배워야 하는 건데?’
하는 두려움과 억울함이 드니까.
그냥.. 생각날 때만 배우면 되지 않을까?
십여 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문득 자기 전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뜬금없이 십여 년 전 그날의 일이 찾아온 것처럼..
그날의 순간이 갑자기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면
펼쳐진 장면 속, 과거의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꽤 귀여운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오히려 지금보다 성숙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뭘 모르기에 더 순수한, 순수하기에 더 가감 없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며..
과거의 나에게 배워가기도,
과거의 나를 가르쳐 주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
.
우연히 다가온 이 일화에서,
스물네 살의 신영이 열 살의 신영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살짝 다를 텐데?”
라는 거였고,
열 살의 신영이 스물네 살의 신영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네가 선물할 그거, 일단 네가 제일 갖고 싶은 거야?
네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질문에 모두 ‘yes’로 답할 수 있으면
그때, 선물해”였어.
10여 년이 흐른,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생각한 신영은
열 살의 신영이게 배워야 했더라.
‘내가 좋아하니까.. 그래서 너에게 주고 싶었어’
라는 마음을 품고 있는 10살의 신영과
‘나는 사실 그냥 그런데.. 너는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주는 거야’
라는 마음을 품고 있는 지금의 신영은..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지난달 너에게 보낸 MACHA ver.2405의 글,
유난히 글을 검토하는데, 내가 썼지만 나의 글에 빨려 들어갔어.
편집 잘 되었나 한두 페이지만 훑어보려 했는데 그다음 페이지,
또 그다음 페이지, 또 또 그다음 페이지로 가서 읽고 싶더라.
훑어보려던 건데.. 정신 차려보니 맨 마지막 페이지에 가 있었어.
그런데... 참.. 신기하지.
지금까지 보냈던 모든 글 들 중에 그 글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어.
가장 많은 답장을 받았고, 가장 솔직한 이야기들을 받았어.
여기에서 또 힌트를 얻게 된 거야.
일단 나부터 매료시켜야, 그 누군가도 매료시킬 수 있다는 힌트를..
그리고 오늘, 10살의 신영에게는..
이 힌트와 더불어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게 된 거지..
과거의 내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흐릿해져서 그 마음을 배우고 싶은 마음,
참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어.
10살의 신영에서 24살의 신영으로 되기까지,
나는 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주지 못했을까?
두려움.
두려움 때문일 거야.
약 14년간의 세월 안에서 신영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주면, 거절당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면, 무시당했던 순간도 있었겠지?
그 순간이 켜켜이 쌓여서.. 결국 두려웠던 거야.
내가 좋아하는 걸 주고 싶지만, 거절당할까 봐.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하고 싶지만, 무시당할까 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엄마에게 줬지만,
한 번도 착용하지 않은 엄마를 보며.. 다소 실망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이 들었을 거야.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꽤 많은 밤들 동안,
고스란히 놓여 있는 시계 반지를 보며 엄마에게
“엄마, 왜 제가 준거 안 차요~ 예쁘지 않아요?”라고 말을 건네었고,
엄마가 집에 없을 동안 안방에 얌전히 놓아져 있는 시계 반지를 보며
꽤나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던 감정과 장면들이..
흐릿하지만 선명하게 기억나네.
아마 10살의 신영은, 그날 또 하나를 배웠을지도 몰라.
내 선물이 선물로 인정받지 못한 느낌에.. 서러워서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을지도 몰라.
그런 수많은 순간들, 장면들로 신영은..
마침내 결심한 거야. 사랑받으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면 안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면 안 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뚜렷한 날짜는 없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결심은 점점 더 커지고, 굳어져서
지금의 신영을 만들어내고 있었어.
누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들었을 때 최대한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답변만을 내놓는..
나에게 솔직하지 못한.. 신영이 되어있었어.
누군가를 배려하는 영역을 넘어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나를 배려하지 못한 게 되니까.. 이런 지금의 신영은
10살의 신영에게 배워야 하는 거지.
너에게 솔직해지는 순간,
나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을..
왜 나는 자꾸만 잊게 되는 걸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다고 말하는 게..
참 어려운 영역이었다는걸..
10살의 신영에게 다시 한번 배우고 느껴.
.
.
지난달의 글을 너에게 보내며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엮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어.
마침,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이번 글부터는 꼭 내가 기획한 곡들을 너에게 보내어
글과 함께 느끼게 하고 싶었거든.
딱 4곡이었어. 4곡을 두 번 반복하여
약 30분 정도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했지.
너~~~무 맘에 들었어.
내가 꿈꾸던, 내가 글을 쓰며 듣고 싶었던,
내가 가장 많이 듣고 싶었던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졌지.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몰입하여 이 글을 쓰고 있어.
마치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끝났다고 종소리를 울려주는 것처럼,
이 플레이리스트를 귀에 꽂고 듣는 순간,
‘이제는 몰입하여 글을 써야 할 때’라는 신호가
내 온몸에 있는 세포들에게 전달되는 듯해.
그래서.. 요즘 몰입하고 싶을 땐?
이 플레이리스트 없이는 시작도 못하는 정도까지 된 거지.
내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에 내가 푹 빠진 이 사실보다
더 깜짝 놀란 것은.. 대중들의 반응이었어.
현재까지 조회수는 700회가 조금 넘는 수치이지만,
좋아요 수는? 25개.. 28명에 한 명씩은 좋아요를 눌렀다는 건데..
그냥 그런 수치 같지만? 이때까지 올렸던 콘텐츠들과 비교해 보면..
이 수치는 확연하게 달랐어. 또.. 실질적으로 이 콘텐츠를 보고,
구독 버튼을 누르는 비율이 꽤나 높았거든.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매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조회수가 높아지는 동시에, 구독자 수도 늘어나고 있더라.
좀 많이.. 의외였어.
이 플레이리스트는.. 내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다른 콘텐츠들과는 다르게, 결과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었거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엮어서 너에게 보내주고픈 마음이
8할이었어. 근데.. 결국 그거였던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너에게 보내주고픈 마음.
그걸.. 보는 사람도, 대중들도 다 알아차릴 수 있는 거였어.
그래서... 예상치 못했던 좋은 반응들이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거였지.
사랑받는 무언가를 만들려면,
사랑받으려 애쓰는 것보단
사랑을 주려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었더라.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들여 만들고,
만들어진 작품을 내가 좋아하게 되면,
그다음 너에게 주는 것.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태도였더라.
.
.
최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카페에서 서로의 업무를 하고 있는 ‘몰입 친구’가 있어.
그분도, 나도. 혼자 일을 하는 프리랜서 겸 사업가이다 보니,
가끔은 외로울 때도 있고, 가끔은 풀어지고 싶을 때도 있고,
가끔은 감이 안 잡힐 때도 있는데.. 그런 우리 각자를
조금은 외롭지 않도록, 조금은 긴장감 있도록,
조금은 현재의 감각을 살리도록 해주는..
매주 우리의 만남이자 행사지.
나의 소중한 몰입 친구는,
바로 미니오 사장님, 지민님이야.
‘미니오’라는 지갑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감각적인 손길과 센스로
많은 분들에게 행복감을 선물해 주고 계시지.
약 1년 전, 나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시곤 했던 지민님께서
나에게 고마웠다며.. 선물을 주셨었어. 그 선물은?
자신이 기획하고, 디자인하여 판매하고 있었던 지갑이었지.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디자인과, 계절을 잘 안 타는 질감에..
나도 한눈에 반했어.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매일 내 옆에서 붙어있는 애정템이 되었지.
깔끔한 마감과 품질 좋은 재료 덕분인지..
아직도 어제 받은 것처럼 매끈하고 상처 하나 없어서..
볼 때마다 신기하기도 해.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지인에게 선물한다는 게..
꽤나 어려운 일이더라고.
‘선물한 나의 제품이 지인의 품에 들어가 잘 쓰일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지인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어쩌지..’
고민스럽기도 하고,
‘괜히 부담을 주면 어쩌지’
불편스럽기도 하고,
‘써보고 별로면.. 나를 안 좋게 보지 않을까?’
불안스럽기도 하고..
등등..
내가 만든 제품을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
내가 아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인데,
미니오 사장님은 자신의 제품을 나에게
애정을 담아, 큰 거리낌 없이 건네주었어.
이건 무슨 뜻일까?
자신의 제품을 참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었어.
확신하고, 애정하고, 사랑하고, 어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어.
미니오 사장님과 매주 만날 때마다
미니오 사장님의 책상 위에 항상 올려져 있던 것은?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지갑들 중 하나.
자신이 매일같이 쓰고 있는 그 뽀얀 지갑이 고스란히 놓아져있었어.
‘소비자들이.. 이 디자인을 괜찮게 생각할까?’
‘반응이 별로면 어떡하지..’하는 고민들을 매일같이 하고 있을
한 브랜드의 대표이지만,
그 고민들은 제쳐두고,
일단 그 누구보다 대표인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쓰고 싶고, 가장 사고 싶고, 가장 곁에 두고 싶은 지갑을
만든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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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을 너에게 주고 싶을 때,
내가 행복해지는 것을 너에게 나누고 싶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되나 봐.
내가 좋아하지 않지만 네가 좋아할 것만 생각하게 되면
우리의 관계는.. 오래가기 힘들 것이고,
내가 좋아하지만 네가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겠다면
우리는.. 적어도 진심은 통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