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6월은, 그냥 지나가지 않더라.
최근, 가족들을 만난 시기는..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이었어.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약 두 달 정도 엄마, 아빠를 못 보기도 했고
순천에 들른 지도 꽤 되어서 7월 초에 순천에 가려는 마음을 품었지.
그런데 마침, 엄마의 이가 심상치 않아서
오빠에게 임플란트를 받으려고 날짜를 잡아놨다는 거야.
오히려 난 좋았지. 순천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서 가족들과 만날 수 있으니까.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 금요일이었어.
금요일 카페 알바는 4시 30분에 끝나서,
일을 마치자마자 용산역으로 향해갔어.
오랜만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뭉친다는 것에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동시에..
‘간호학과를 휴학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현재 내 상황과 선택을 달가워하지 않으시는 부모님께
이번엔 또 어떤 말을 들으며 묵묵히 버텨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서 긴장이 되더라.
이런저런 설렘과 긴장의 반복을 안고,
드디어 엄마와 아빠와 오빠, 그리고 나까지..
모두 뭉쳤어. 너무 반가웠지.
가족들과 이 주제.. 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건 사실이야.
‘어느 타이밍에 나에게 말을 걸어올까..’
조마조마했거든.
사실 그냥.. 빨리 같이 있는 지금의 시간들이 지나가버리고
엄마, 아빠가 다시 순천으로 돌아가는 그날이
어서 다가오길 바랐어.
약간의 긴장과 불편함과 불안함을 안고서,
금요일은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갔고..
그다음 날인 토요일이 밝아왔어.
평소에 우리가 자주 가는, 더 현대로 향했지.
더 현대에서 우린 밥을 맛있게 먹은 후,
간단하게(?) 빵을 먹으며 미니 생크림 케이크로
곧 다가올 나와 엄마의 생일을 기념하며 축하 노래를 부르고..
이제 소화시킬 겸, 각자 찢어져서
각자가 보고 싶은 구경거리를 향해 떠나갔지.
토요일은 오후 5시 출근이라,
넉넉하게 3시 30분쯤엔 출발했어야 하는데,
한 3시쯤.. 우연히 나와 엄마와 아빠가 한 장소에서 만났어.
그리곤.. 그 근처 의자에 앉았지.
우려했던 그 일이, 이제 막 시작되었어.
아빠는.. 이제 그만 돌아오라며 학업을 다 마쳐야 되지 않겠냐며
부드러운 듯 강압적으로 나를 다그쳤고,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나의 표정과 태도를 보고는..
아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어.
그곳에 있던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쳐다보는 듯했고..
뭐라 딱히 할 말도 없었던 나는, 그저 아빠의 말을 듣기만 하며
‘시작되었구나..’하는 생각만 들더라.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기만 했던 엄마는,
점점 흥분하고 화가 거세지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나에게 이제 어서 가보라며..
우리의 뜨거운 대화의 온도를.. 식히려 애쓰고 있었어.
마지막 아빠의 모습은, 아직 화가 가라앉지 못한 모습이었고,
나는.. 그런 아빠를 뒤로하고
엄마, 아빠에게 간단한 인사를 한 후 겨우 빠져나왔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중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라.
만날 때마다 겪는 일인데, 익숙해지지 않고
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이 감정이 밉기도 했어.
한 30분쯤 지났을까.. 아빠에게서 전화가 오더라.
자신의 화를 좀 가라앉혔는지, 좀 미안했는지
이따 올 내 집 주소를 괜히 물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말씀하셨어.
.
.
그렇게.. 그날의 밤은 꽤나 평온하게
엄마는 오빠 집에서.
아빠는 내 집에서
토요일 밤을 보냈어.
퇴근 후, 아빠와 만났을 땐
오늘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우리의 사이는 좋았고,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 나누며
토요일 밤을 잘 보냈지.
그렇게.. 나름 긴장되었지만 다행히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토요일 밤이 지나가고.. 일요일 아침이 밝아왔어.
아빠는 오빠가 있는 치과로 가기 위해 먼저 외출을 했고,
나는 일요일도 근무를 해서,
12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을 했지.
어제 밤인 토요일 밤에 아빠가 말씀하시길,
엄마의 기차 시간은 오후 일찍이고,
아빠의 기차 시간은 저녁 8시라며
퇴근하고 용산역에서 같이 밥 먹자고 하시더라.
조금 고민을 했지만.. 오케이를 했고,
난 5시에 퇴근을 하자마자 용산역으로 향했지.
생각보다 조금 늦게.. 6시 20분쯤 아빠 있는 곳에 도착했고,
난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어.
밥을 한 30분 정도 먹고.. 카페에서 좀만 시간을 보내면
이제 곧 아빠가 떠나는 시간이 되니까..
어제 더 현대에서 있었던 그 상황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드는 거라 생각해서..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밥을 맛있게 먹고,
카페로 향했어.
커피를 주문하고.. 아빠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 살짝 긴장된 아빠의 모습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지.
‘여기서.. 말씀하시겠구나.’
안 그래도 긴장이 됐었던 나는, 아빠의 모습에 더 긴장감이 들면서..
마음을 조금이나마 차분히 할 겸, 화장실을 다녀왔지.
그러곤.. 아빠의 맞은편에 드디어 앉았어.
다행히, 더 현대에서 보였던, 아빠의 흥분과 화는 거의 걷혀진 상태였어.
자신이 곧 떠나는 지금의 상황에선 그러한 태도보단,
차분히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계신 듯했지.
차분히, 또 가끔은 유머러스하게
아빠는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나에게 전달하셨어.
덕분에 나도, 더 현대에서의 대화보단 훨씬, 열린 마음으로
아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
어느새 아빠의 기차 출발시간이 되어가고..
우린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어.
조금은 멍해진 상태로,
조금은 엉망이 된 상태로,
조금은 착잡한 상태로..
겨우 집으로 돌아온 나는,
집이라는 내 공간에 들어서려 비밀번호를 치는 순간부터..
눈물이 났어.
이렇게 울어본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크게 쏟아내며 울었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난..
난 산소 호흡기를 찾듯, 지난달에 내가 썼던 글을 황급히 찾았어.
떨리는 손과 마음으로 노트북을 열고, 그 파일을 열었지.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미리 써놓은 듯한 글을 읽고..
조금 더 펑펑 울면서, 내 마음에 있던 가시들을 모두 쏟아내었어.
그리곤 얼마 뒤.. 심호흡 한 번 하고..
다시금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
지난달에 써놓은 문장,
“우리,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내 삶을 지켜나가 보자..”
라는 대목을 보고.. 지금 피투성이가 되는 순간인가 싶더라.
그 어느 순간보다 아픈, 그 어느 순간보다 답답한,
그 어느 순간보다 무력감이 드는
그런 예상했던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어.
다음날,
어느 아침과는 좀 다르게
어젯밤에 쏟아낸 눈물 때문인지
한참 동안 눈곱을 떼야 했을 정도로..
눈곱이 참 많았어.
그리고.. 올해 들어서 한 번도 나지 않았던 혓바늘이..
생겼더라.
내 몸도, 알았나 봐. 내가 힘든지..
당연한 거지만.. 신기하더라.
평소와 다르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눈곱들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생긴 혓바늘도,
어제의 상황들 속에 느꼈던 불편함과 스트레스의 징표인 것 같았어.
다행히, 아침이 밝아오니..
어제의 어두운 감정들은 이미 희미해져있더라.
나는.. 아침에 좀 강하고, 밤에 좀 약한 사람이거든 ㅋㅋㅋㅋ
그래서.. 아침엔 괜히 기분이 막 좋고,
해가 지면 괜히 기분이 다운돼..
특히, 어제 같은 밤을 보낸 나로서는,
그다음 날 아침이.. 그 어느 것보다 효과 좋은 보약이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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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의 글을 보던 친구들은 알겠지만..
내 글 속엔 거의 매달, 가족들과 대립하고 있는 내 상황을
조금이라도 적곤 했었잖아.
사실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가족들과 만날 일이 없어서
그런 대립되는 상황이 없었어. 그래서.. 이 파트의 글을 적기 전까진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의 갈등이 담기지 않은 글이 되었지.
(글을 쓰는 스스로도 좀 놀랄 정도..? ㅎ)
그래서 이번 한 달은.. 좀 조용히 지나가나 싶었는데
그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정확히 6월 마지막 날.
나에게 그런 밤이 찾아왔어.
6월의 마지막 밤이자, 2024년의 생일이 되기 전 마지막 밤..
여러모로 특별한 밤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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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인 자취방에 돌아오고 나서야
안전함이 느껴져서.. 참 이상한 밤이었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안 들리고 나서야
비로소 평온함이 차올라서.. 참 복잡한 밤이었어.
가장 가까워지고 싶지만 지금은 가장 멀어지고 싶은 사람들이
바로 내 가족이라는 사실에.. 참 무력한 밤이었어.
이상하고 복잡하고 무력한 밤이었어.
그럼에도..
나는 나를 가장 이해해 주고픈 밤이었어.
내가 나쁜 게 아니라
시기가 나쁜 거라고,
내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시대가 이기적인 거라고,
내가 어리석은 게 아니라
사회가 어리석은 거라고..
적어도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고픈 밤이었어.
가장 외로웠지만 가장 편안했던 밤.
그런 밤이었어.
너의 밤은 어땠어?
이번 나의 밤은,
수많은 밤들 중 유독 아팠던 밤.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밤..
그리하여 내가 조금은 더 단단해진 밤이었어.
너의 밤들 중 대부분은 편안하길.
아주 가끔씩만.. 단단해질 정도로만 아프길 바라며..
성장통이 유독 컸던 이번 나의 밤을,
이제는 조금 흐릿하게 보내주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