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2404 선구안이 살아있는 타자가 되고 싶어서

03.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도대체 누구를 만족시킬까

by 마차

어느 주말과 다름없이, 투썸 카페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어.

조금 한가해진 시간이 찾아와서, 여유롭게 이것저것 치우고 있는데..

그때, 같이 일하고 있는 유진님이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신영님, 저 신영님 브이로그 잘보고 있어요..!”

라고 속삭이는 거야..

그 순간 나는.. 너무 행복했어.

삶에서 몇 찾아오지 않는, 꽉 찬 행복이 다가오는 듯 했어.

나의 브이로그를 관심 있게 봐줘서 고마웠고,

잘보고 있다는 말을 건네주는 지금이 고마워서..

입틀막(입을 틀어막다)을 하고 두 눈이 동그라지면서 감격스러워 했지.

유진님에게 그 한마디를 듣고 얼마 뒤,

30분 쉬는 시간이 찾아왔어.

휴게실에 도착하고는..

이런저런 복합적인 생각과 마음이 차오르더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떠오르는 생각은 이거였어.

‘아 그러네.. 그동안은 내 주위사람들조차도, 아니.. 나조차도

그리 맘에 들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어오고 있었어..

어쩌면 내가 너무 어렵게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일단 나부터, 일단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부터 만족시키는 게

우선인데 말이야.. 그동안 난 도대체 누구를 만족시키려 했던 거지?’

유진님이 나에게 던진 한마디는,

나의 머릿속에 수많은 한마디로 가득 메워지게 만드는,

힘이 가득한 한마디였어.

생각해보니..

요즘 브이로그를 만들기 시작하고부터

나에게 직접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는 친구들이

확연하게 늘었거든.

중학교 친구 우진이는..

내가 스토리로 공유한 브이로그 하나를 보고,

최근에 올려진 브이로그 모두를 정주행 했다면서

자주 올려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였고,

고등학교 친구 지성이는..

브이로그에서 선물 받은 옷에 대해 설명할 때,

3초 동안 나타났던 어떤 자막을 언급하며

그 부분 궁금했다고.. 구체적으로 질문해줄 정도였고,

대학교 친구 수민이는..

브이로그 속, 화장하는 장면에서

내가 지나가듯.. 뷰러가 없어서 곧 사야겠다는 자막을 보고는

우리가 오랜만에 만나는 날, 올리브영에서 뷰러를 사왔더라..

거기다가.. 본인이 나왔던 장면은 수십 번 돌려봤다고 ㅋㅋㅋ

그리고 투썸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매니저님과 유진님께서는..

자막이 잘 안 보인다는 중요한 피드백과,

아래에서 찍는 구도가 부담스러워서 다음 장면으로 넘긴다는(^^)

그동안 내가 몰랐던 숨은 요소를 짚어주시는

귀한 피드백을 말씀해 주셨어.

이 피드백을 듣고, 다음 브이로그 편집 때부터 반영하자마자..

내가 봐도 훨씬 나은 결과물이 나오더라..

‘그동안 왜 이렇게 안했지..?’싶을 정도로 ㅋㅋ

생각해 보니.. 그동안 만들었던 대부분의 콘텐츠는

겨우 만들고, 완성된 콘텐츠를 다시 보는 일이 거의 없었어..

오히려 예전 콘텐츠를 본다는 게 벌칙처럼 느껴지기도 했지.

뭔가 오글거리고.. 지금과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고..

편집도 투박해 보이고.. 이런 저런 이유들로

내가 만들었던 그 콘텐츠를 다시 보기 힘들어지더라고.

그런데 얼마 전에 다시 시작한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는?

만들고 난 직후에도, 업로드 하기 전에도, 업로드하고 나서도,

업로드 한 후 반응이 올 때도 계속 보고 싶어져 ㅋㅋㅋ

‘다시 봐도 이 부분 편집 잘했어..’,

‘다시 봐도 웃기네 진짜 ㅋㅋㅋㅋ’하는 생각으로 재밌게 볼 수 있었지.

이렇게.. 유진님이 나에게 던져준 그 한마디가,

요즘 나에게 직접적으로 오고 있는 반응과 피드백들..

그리고 과거의 콘텐츠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어.

그래서.. 휴게실에 올라가서 의자에 앉자마자,

‘오.. 브이로그 뭔가 잘될 것 같은데..? 뭔가.. 오래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가득차.. 마음이 아주 충만한 느낌이 들었어.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어느 것보다 확실한 근거들이라 생각됐거든.

.

.

그동안의 나는..

나도, 나의 주위사람들도 아닌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더라..

누구를 생각하며 만들고 있었는지는.. 사실 모르겠어..

그때의 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겠다만,

콘텐츠라는 영역을 어렵게 바라보지 않았나 싶어.

대중들에게 선택을 받아야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대중들이 곧, 나와 내 주변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거지.

맞아.. 당연하지만 당연함을 인지하지 못했던 지난날들 속에서 난..

나도, 내 주위사람들도 아닌 어떤 누군가를 만족시키려했고,

어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으려 했어.

아직도,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말이야..

생각해 보면..

대중들의 눈은 정확할 때가 많더라.

“이 식당.. 너무 맛있는데..? 근데 생각보다 손님이 없네”

라는 말들이 속속히 등장하기 시작하면,

곧 이 식당은 방문자 수 상승 곡선을 띠고 있었고,

“와 이 유튜버 영상 잘 만드는데..?”

라는 반응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곧 이 유튜브 채널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구독자 상승을 앞두고 있었고,

“이 걸그룹.. 뭐야.. 완전 색다른 느낌이잖아?”

하는 리액션이 나오기 시작하면,

곧 이 걸그룹은 독보적인 행보를 걸어가게 되었어.

그리고 그 전엔?

그 식당을, 그 유튜브 영상을, 그 걸그룹을 만든 기획자들이

자기네들 선에서는 이미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지.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들 눈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음식/영상/노래 및 콘셉트]이야’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말이야.

.

.

얼마 전, 5월 첫째 주 연휴 덕분에 우리 가족은

부산에서 오랜만에 알찬 휴가를 보냈어.

부산에 갈 때마다 우리 엄마, 아빠, 오빠, 그리고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풍원장’이라는 식당이 떠올라. 누가 먼저 가자고 할 것 없이 바로.

심지어 지난번 부산 여행 때는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3일 내내 풍원장에서 점심을 먹어서 진짜 찐 사랑이다 싶었지 ㅋㅋㅋㅋ

그리고 이번 부산 여행에서

가장 늦게 부산에 도착한 나를 보자마자 아빠는

흥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와 눈빛으로

풍원장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말씀하셨어.

하루 뒤, 아빠는 자신이 알아낸 풍원장의 비밀을

해운대 바닷가를 걸으며 이야기해주셨어.

단순했어. 완벽했대.

모든 반찬, 서비스, 위치, 사이드 메뉴, 양, 품질 모든 게 완벽했대.

매번 갈 때마다, 작은 아쉬움조차 들지 않은, 완벽한 식사를 경험했기에,

3일 내내 풍원장에서 점심을 먹을 정도로..

풍원장에 대한 사랑이 찐하고 오래갈 수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아빠의 말씀을 듣고, 찬찬히 생각해보니..

내가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용하는, 구매하는 공간/상품/서비스도

나에게 있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었어.

내가 자주 가는,

수유역 부근에 있는 ‘에피네 수유’라는 카페는

내가 원하는 카페의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어.

내가 원하는 카페의 조건은..

1. 일단,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좌석과 카운터(및 직원들)가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좋고

2. 낮에 주로 방문하기에, 낮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햇빛이 많이 들어올수록 좋아.

(에피네 수유는 한 면 전체가 통창으로 되어있어서 베리굿)

3. 내 노트북과 핸드폰이 나이가 꽤 많아

배터리 성능이 많이 안 좋은데,

이것들을 충전하기 위한 콘센트가 있어야 해.

4. 화장실은 되도록 가까이 있으면, 왔다갔다하기에 부담 없지.

5. 의자도 오래 앉을 수 있는, 등받이가 있고 푹신한 의자가 좋더라.

6. 위치는 우리 동네에서 그리 멀지도,

또 그리 가깝지도 않은 곳이 좋아.(기분 전환도 하고 싶으니 ㅋㅋ)

7.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5,000원이 넘지 않은 곳을 주로 가고 있지.

8. 맛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아메리카노구나~’

할 수 있을 정도의 맛을 가지고 있는 곳이면 돼.

알게 모르게 더 많은 조건들이 있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인데..

이 정도라도 충분히 까다로운 조건인 것 같네.

또 생각나는 건,

최근까지 이용했던 서비스야.

그 서비스는 바로 ‘유튜브 프리미엄’인데..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유튜브를 볼 때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고, 유튜브 뮤직을 사용할 수 있었어.

유튜브 프리미엄은 매 달 8,690원씩 나갔어.

처음엔 그닥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기도 하고,

유튜브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쭉 써왔는데..

올해 들어서부터인가, 뭔가.. 아까운거야.

금액도 금액이지만, 유튜브를 이제 좀 적당히 보고 싶은데

광고가 없어서 오히려 더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어쩌면 광고가 나와 유튜브의 사이를

조금이나마 멀어지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크게 들어서,

과감히 서비스 구독 해지를 했어.

중단한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너무 만족!

오히려 광고가 있어서, 정말 보고 싶은 영상정도만 보게 되었고,

광고가 나올 때, ‘아참.. 나 유튜브 보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번 더 할 수 있게 되니까 유튜브를 이성적으로 볼 수 있게 되더라고.

이처럼.. 소비자인 나는,

‘광고를 안볼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광고가 안볼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해지했어.

서비스의 본질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소비자의 생각이 변하고 태도가 변하니까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된 거지.

여기까지 최근 나의 소비패턴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두 가지를 이야기 해봤는데..

종합해보자면..

소비자인 나는, ‘완벽한 무언가’에게 돈을 쓰고 있었어.

그리고 소비자인 나는, 이전엔 ‘완벽한 무언가’에게 돈을 썼었지만

지금 나에겐 ‘완벽하지 않은 무언가’가 되었기에

이제는 돈을 쓰지 않고 있어.

유진님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이번 부산여행에서 아빠가 알아낸 풍원장의 비밀,

그리고 요즘 나의 소비패턴을 통해 배운 것은..

우선적으로는, 그 음식/영상/음악 및 콘셉트를 만든 기획자 본인이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을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있어 ‘완벽에 가까운’것들을 향해

끊임없이 변화해나가면서 소비자와 발맞춰서 가야한다는 것이었어.

그 우선이 되는 것을.. 나는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더라.

콘텐츠를 만들면서, 서비스를 만들면서..

우선 기획자인 내가 최고로 만족하고, 뿌듯해하고,

세상에 빨리 내놓고 싶어 미쳐있어야 하는데..

그 누구보다 기획자인 내가 내 콘텐츠에 대해 긴가민가하고,

내 서비스에 대해 의심하고, 심지어 결과가 좋았을 때는?

‘왜 구매하셨을까..? 어떤 점이 맘에 드셨을까?’라며

갸우뚱하고 있었더라..

그래도 다행이야. 지금까지의 난..

‘왜 내가 만든 것들은 그리 큰 반응을 이끌지 못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다음 것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때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 다음 것이 아니라

이전 것에 대한 깊이 있는 피드백이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아차려서.. 참 다행이야.

그 시간들이 부끄럽지만,

부끄러운 만큼 이제는 실천해야겠지?

오늘 너에게 보내는 이 글도,

하나의 결과물이자 콘텐츠로서..

그 누구보단 너에게 먼저, 너보단 나에게 먼저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이 되려해.

오늘의 글이 나의 마음에 가득 차

너의 마음까지 닿을 수 있길 바라며..

이번 글을 마무리 해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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