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이야기라 이가 썩을 수도 있음)
퇴근한 남편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방으로 불렀다.
윗옷을 걷으면서 등과 배를 보여준다.
"나 뭐가 났어"
"이거 대상포진 같은데요? 내일 바로 병원 가봐요"
말로만 대상포진을 들어본 내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남편은 파스 붙였던 자리가 덧난 줄 알고 며칠 지켜봤단다.
부위가 점점 더 번지니까 그제야 나한테 말한 거다.
대상포진 걸리면 칼에 베이는 통증을 느낀다고 하던데 다행히 남편은 따끔한 정도다.
남편이 대상포진에 걸린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나 보다.
"내가 그동안 억제된 삶을 살아와서 그래"
억제된 삶의 주원인이 나여서 찔렸다.
남편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의 필요가 보였다.
이번 설연휴에 아이들이 할머니댁에서 2박 3일 지내다 오게 되었다.
그 기간에 남편이 혼자 바람 쐬고 올 거라 예상했고 그렇게 제안했다.
그런데 남편은 나의 예상을 뒤집었다.
나와 같이 보낼 계획을 짜고 있는 남편 모습에 처음엔 놀랐다. (남편의 마음에 무척 감동받음)
둘이 있는 동안 남편은 세심하게 나를 배려했다. (남편의 행동에 연속으로 감동받음)
연인이 된 지 17년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이렇게 달달할 수 있다니.
어우 달달 달아.
대상포진으로 시작해서 달달한 애정 이야기로 마무리. 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