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나는 계엄령이 선포된 지도 모르고 잤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서 온 알람을 보고 알았다.
큰애는 걱정이 많아진 채 학교에서 돌아왔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16년 만에 처음으로 소곤소곤 쌍욕을 내뱉었다.
그 주에, 친정엄마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나는 야심 차게 명란파스타에 도전했고 너무 야심 찼던 나머지 명란 조절에 실패해 짠맛이 났다.
엄마는 식사하는 내내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하셨다.
그다음 날, 시댁에 다녀왔다.
어머님은 부엌에 유튜브로 극우방송을 크게 틀어놓고 김밥을 마셨다.
계엄령이 성공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하셨다.
누구는 분노하고 누구는 안타까워한다.
나는 다음 대통령으로 뽑고 싶은 인물이 안 보여서 안타깝다.
소통이 되는 사람
서민의 삶을 살아본 사람
부모의 심정을 아는 사람
경제발전만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볼 줄 아는 사람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