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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임 Mar 16. 2024

시간여행

엄마아빠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실까?

    

 우기철이라서 비가 매일 내린다. 간밤에도 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에서야 멈췄다. 대문을 열고 나서니 동네 골목에서 풍기는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찔렸다. 나는 종종 이 내음을 시골 냄새라고 부른다. 유년 시절에 외갓집에 가서 맡았던 냄새와 흡사하다. 간혹 우리는 어린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그 시절로 잠시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동티에서 지내다 보면 한국의 시간에서 50~60년은 거슬러 올라감을 느낀다.     


 외삼촌이 사진첩 정리하다가 발견하셨다면서 오랜 빛바랜 사진을 나에게 보내셨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쯤 되었을 때 할머니, 부모님, 동생들과 식물원 놀러 가서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반가움에 동생들과 사진을 공유했다. 동생들의 반응이 다들 같았다.

“우리 부모님 정말 젊으셨네.”

“나는 자식 하나 키우기도 힘든 데 우리 부모님은 셋을 어찌 키웠을까?” 

“우리 부모님도 30대가 있었구나.”

사진 한 장을 놓고 우리 삼 남매는 단톡방에서 부모님과의 추억을 한참이나 풀어놓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엄마아빠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실까? 지금의 우리보다 더 젊은 사진 속의 그 시간으로 가고 싶을까?   

  

 엄마가 오래전부터 교체하고 싶어 하던 주방 싱크대를 바꿔드렸다. 하는 김에 안방의 옷장과 문갑도 색깔 맞춤하여 구비했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다.

“역시 돈이 좋구나. 이렇게 새 단장하고 나니 새 집 같다. 내가 얼마나 오래 살다 갈지도 모르는데... 다 사용하지도 못하고 아까워서 어쩌냐.”

“엄마, 앞으로 20년은 사용하고 가세요. 아까우니 일찍 가시면 안 돼요.” 서로 까르르 웃었다. 


엄마아빠는 어쩌면 지나간 세월의 시간보다도 앞으로의 시간이 더 간절하실 것이다. 매년 세간살이를 하나씩 바꿔 드리면 엄마아빠의 시간이 리셋되어 오래도록 우리들 곁에 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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