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니가 건강하게 우리 곁에 좀 더 오래 있어 주면 좋겠다.
우리 기숙사 옆집에는 이상한 여자가 산다. 정신 줄을 놓을 때가 많은데 근래 들어서는 폭력성이 심해졌다. 이웃집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질러대는 괴성과 쇠파이프 들고 휘두를 때는 정말 무섭다. 애꿎은 기숙사 대문은 파손되어 모양새가 볼품이 없다. 기숙사 복도 유리창도 박살이 났다. 한국이었다면 벌써 무슨 조치를 하고도 남았을 터인데 동티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딱히 없다. 정신병원 같은 시설에 보내지도 않고 방치하는 가족들을 제삼자인 우리로서는 이해를 못 하고 있다. 기숙사 선생님들끼리 저녁 인사는 자연스레 “오늘 밤은 조용히 지나가길”
기숙사 지킴이 셰퍼드 브라우니는 담벼락에 들고양이가 지나가도 마구 짖어댄다.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짖고, 우리 선생님들이 오면 꼬리를 흔든다. 특히나 간식 담당인 고쌤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나이가 많음을 넘어서 늙어버린 브라우니는 아직까지는 영리하다. 고양이 큐티가 종종 현관을 탈출해 마당을 활보하다가 숨곤 한다. 브라우니에게 “큐티 어딨어?”하고 물으면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이런 브라우니가 신기하게도 옆집 여자의 횡포에는 침묵한다. 아니 어디에 숨었는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리끼리 왜 브라우니가 조용한지 논의를 해봤다. 브라우니도 미친 여자를 무서워하나? 브라우니가 영리하긴 하네. 옆집 여자의 폭동에 브라우니까지 짖어대면 사태가 심각해질 수도 있으니 조용히 있는 게 정답이다. 브라우니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우수한 품종의 브라우니는 새끼 강아지로 들어와 자랐으며 이곳의 터줏대감과도 같다. 한때는 이 동네를 평정할 정도로 위세가 당당했단다. 지금은 나이를 먹고 털도 빠지고 꼬리는 내려가고 힘도 달려서 산책도 오래 못한다. 동네 개들이 꼬리 쳐도 아무런 관심도 없다. 작년에 몇 번 아파서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히 회복했다. 기숙사의 보안을 위해 브라우니의 뒤를 이을 강아지를 서서히 찾아봐야 한다. 브라우니는 안타깝게도 자손이 없다. “브라우니, 지금이라도 2세를 만들어 보렴.” 들은 척도 안 한다.
출근하고 퇴근할 때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브라우니.
때론 더위에 지쳐 마당 그늘막에서 엎드려 눈만 꿈뻑꿈뻑한다. 더위에 지치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같다. 브라우니가 건강하게 우리 곁에 좀 더 오래 있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