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평생 그렇겠지.
"아빠. 아빠. 아빠.
아빠는 할아버지 안 됐으면 좋겠어."
잠들기 전 나긋한 목소리로 아빠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를 너무나 사랑해 미워할 수 없다는 아이. 그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시간의 유한함을 아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할아버지처럼 자신의 아빠도 그렇게 모습이 변해 갈 거라는 생각에 아이는 가끔씩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부모와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라고. 하지만 마냥 슬픔 속에서 살 수는 없는 거라고.
먼 훗날 우리는 죽음 이후에 천국에서 함께 할 테니, 너는 너에게 주신 복을 다 누리고 천국에서 아빠와 엄마를 만나면 된다고 말이다.
아이가 나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느낌으로는 알 거라는 생각에 이제 고작 다섯 살인 아이를 붙잡고 나의 마음을 전한다. 그 말에 아이는 그러겠노라고, 씩씩하게 답을 한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걸 알면서도 서글픈 생각이 든다. 평생 내 아이 옆에서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며 곁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 그럴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걸 알기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지만 그때를 생각할 때면 마음이 아려온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랄 때가 있다. 좀 더 정확히는 아이의 자람과 동시에 점점 더 연로해져 가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부모님과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적을 거라는 생각에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살다 보니 어느새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두 번째 스무 살이 지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때는 알 수 없었던 삶의 묵직함이 가끔씩 툭 하고 밀려올 때가 있다.
지난해부터 지근거리에서 들려오는 친인척들의 부고소식은 이제는 긴장할 때라는 신호탄이 되어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나는 아직은 덜 컸다고, 나이만 먹었지 몸만 자란 어른이라고, 아직은 엄마 아빠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내 마음속 어린아이는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다.
사실은 그렇다.
내가 내 아이에게 했던 말은,
실은 내 마음속 부모와의 이별이 무서운, 어린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특별히 부모님이 어디가 아프신 것도, 불편하신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피할 수 없는 그 상황들이 언제부터인지 두려움이 되어 내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건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는 거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함께 하는 시기.
나의 든든한 비빌언덕인 부모님과 모든 걸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나의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기이니 말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직업과 귀천을 떠나 이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게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어도 적어도 후회되지 않게 보내리라. 매일같이 다짐한다.
내 인생의 황금기가 십 년이 될지, 어쩌면 그 보다 짧을지, 길지 알 수 없지만 더 많은 만남과 이야기들로 두려움이 들어올 틈을 없애고 싶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추억을 담아놓는 건 미래의 나를 위한 잊지 말아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