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다는 사람에게

by min

주말 저녁 아이들과 집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새까만 밤 사이로 보이는 불빛들이 찬란하다.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도 익숙지 않은 풍경에 낯설어하면서도 도시의 야경을 보며 별님이 내려온 것 같다며 황홀감을 감추질 못했다. 때마침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클래식 선율은 우리가 있는 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하루의 끝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이제는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아이들과 야경을 보는 여유도 생기다니.'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나에게 밤길 운전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을 다녀오는 일이 다였는데... 지침 마음만이 있었다. 헝클어진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그 아무리 아름다운 절경이 곁에 있다한들 눈에 들어오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일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아이들의 잔병치레는 눈에 띄게 좋아졌고, 그 자리를 우리들만의 대화와 웃음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 중 토요일이 제일 좋다는 큰 아이는 일요일 저녁이면 주말이 가는 아쉬움에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할 때가 많다. 이불속에서 훌쩍이는 그 모습이 내심 귀엽다가도 이렇게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열렬히 사랑하고 아껴주는 아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덩달아 나도 눈가가 빨개질 때가 있다.





우리가 주말에 하는 일이라곤 다 같이 아침을 먹고, 동네 놀이터로 나가서 신나게 뛰어놀고 자전거를 타는 일. 그리고 그 길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하나씩 선물처럼 들려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아이들 입가엔 함박웃음이 핀다. 집에 와서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은 동화책을 읽든지 그림을 그리든지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별거 없는 점심시간을 보낸 다음에는 온 식구가 방으로 들어가 한 바탕 낮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다시 새 날을 맞이한 것처럼 히히 호호 깔깔 거리며 신나는 무언가를 찾아 시간을 보낸다.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그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도 특별한 날을 만드는 아이들. 그건 아마도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는 백 퍼센트의 순수함이 담긴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거기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과 훌쩍이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어 주말 밤은 되도록이면 아이와 늦은 시간까지 놀다 잠들곤 한다.


마음속으로는

'얼른 자자. 그래야 엄마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이번엔 엄마 너네 재우다 안 잠들 거야. 얼른 자자'

를 외치지만 또 그렇게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노라면 왜 이리 아쉬운지.

쌔근쌔근 콧김을 내며 잠든 아이의 볼을 어루만지고, 포개진 두 손을 하나씩 만져보며 부러 아이를 깨우고 싶은 마음을 애처 참는다. 아차차. 어떻게 재운 아이인데 정신 차려야지.






늘 육아는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지금이 육아 황금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엄마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충분조건이 성립되는 시기. 스스럼없이 다가와 사랑의 언어를 쏟아붓는 시기가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있을까.


우리들의 여름.

진초록의 녹색이 가득 찬 이 계절에 더 많이 사랑하자.

열매 맺는 계절에 아쉽지 않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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