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훗날 아련해서 애틋해질 시간들의 기록

by min


엄마가 보고 싶어 무작정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운 집밥 냄새. 별거 아닌 상차림이 어찌나 그립던지.


차 안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반가운 목소리를 찾는다.


"엄마, 어디예요?"


"응. 엄마 집이지. 왜, 무슨 일 있어?"


"나 바람 쐬러 나온 김에 집에 가고 있어. 밥 달라고."


"그래. 어서 와. 같이 먹자. 기다리고 있을게."


계획도 없이 엄마에게 가면서도 막상 엄마가 집에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다행히 엄마는 집에 계셨다. 야호. 다행이다. 엄마가 집에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집에 반찬이 아무것도 없어 쌀밥에 김치만 놓고 먹는다 해도 만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딸내미에게 내어줄 반찬이 마땅치 않다 하면서도, 엄마는 수 십 년이 넘는 주부구단의 내공을 발휘해 맛깔스러운 음식들로 밥상을 차려내셨다.


'그래. 맞아. 내가 집에 온 건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엄마 사랑이 먹고 싶어서 온 거였어.'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나의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은 날이 많겠지. 할머니가 안 계신 그 시간들 동안 엄마는 엄마가 보고픈 날엔 어떻게 지냈을까.


아이 둘을 낳으니 그제야 부모님이 눈에 들어온다.

두 번째 스무 살이 지나니, 일흔을 넘기신 부모님과의 시간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내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의 부모님도 점점 연로해지시겠지. 흘러가는 시간을 단단한 동아줄로 묶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마음을 담아 한 달에 한 번, 부모님의 시간을 사기로 했다.

훗날 아련해서 애틋해질 시간들이 분명 올거란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