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보물찾기

언제까지나 철없는 응석받이처럼

by min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마음먹은 건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지라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를 가면 좋을까, 분위기 좋고 근사한 맛집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며 오랜만의 데이트에 더 설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분주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네 돌, 두 돌이 지난 엄마바라기들과 시간을 나누어 쓰고 살기에 무얼 하고 싶어도 오롯이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이 잠든 깊은 밤이 되어서야 찾아왔기 때문이다.


"여보, 아이들 잠들면 나 일어나서 일할 거야. 해야 할 일 많으니까 잠들어있으면 꼭 깨워줘야 해."


그렇게 남편에게 다짐하듯 말을 건네고 아이들과 누운 날은 꼭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난다.


그때의 허무함과 속상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왜 못 일어났을까 되짚어 보면 여러 번 불러가며 깨웠지만 깊은 잠에 빠져 듣지 못했던 날이 팔 할이요, 남편과 나 우리 모두 잠이 들어 깨워줄 이가 없던 날이 이 할이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었을 거라 여기며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아버지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뭐가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은 줄줄이 생각이 나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어떤 게 있었는지 잘 기억나질 았는다. 새삼 엄마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입이 짧고 예민한 엄마는 당신이 만든 음식도 잘 안 드시는 편이다. 음식을 만들면서 맡았던 냄새들에 싫증이 나서 손이 잘 안 간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고기나 해산물같이 몸보신에 좋은 음식들을 즐기시면 좋으련만 그런 음식들은 권할 때마다 생목이 올라와서 싫다는 답변으로 돌아온다.


어찌 되었건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의 시간을 사기로 했으니, 그 시간은 몸에 좋은 음식들을 먹으며 추억을 쌓으리라 다짐을 한다. 그리고 한정된 예산안에서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아 검색하고 또 검색을 한다.


'왕년에 리포트 좀 써본 솜씨를 다시 발휘해 봐야겠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컴퓨터를 켜고 본격적인 맛집 찾기에 나선다. 우선은 아버지, 엄마 두 분이서 공통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 게 급선무다. 머리를 굴려가며 오랜 기억 저장고를 열어보니 장어, 복어 두 가지 음식이 나온다.


'맞아. 엄마는 고기는 잘 안 드셔도 생선요리는 좋아하셨지!'


이제는 한정된 예산과 일정들을 조율해 가며 맛집을 알아볼 차례다. 마음 같아서는 내로라하는 호텔에서 근사하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못난 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마치고 하원하는 시간 전에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 엄마이기에 너무 멀어서도 안 되는 거였다.


맛집 품평사이트로 유명한 블루리본서베이에 접속해 친정 근처의 복요리, 장어요릿집을 찾아본다.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들도 열심히 살펴보고 가격도 이만하면 괜찮은지 확인한다. 처음에는 복요리집을 찾았는데 아무래도 복요리를 한 번도 안 먹어본 나로서는 과연 이 집이 진짜 맛집인지, 부모님 입맛에 맞으셨을지 도무지 감을 못 잡을듯하여 마지막에 장어요릿집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렇게 고른 장어요릿집은 친정에서도 10분 거리로 오고 가기에도 좋고, 실제 자기 돈을 내고 먹었다는 사람들의 후기들을 봐도 평타 이상의 점수를 받은 곳이다. 부모님께는 이번 달에 있을 아버지 생신을 기념하여 미리 식사를 하자고 말씀을 드리고 약속날짜를 잡았다. 남편과 아이들 빼고, 아버지 엄마 딸인 나 만 데리고 우리 셋이 먹자고 말이다. 이제 그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밥 한번 먹는데 이리도 유난일까?' 싶기도 하겠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쉽고 야속할 때가 많다. 내 아이의 예쁜 몸짓, 표현 하나하나를 두 눈에 담아두고 싶어 그럴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부모님과 함께 한 세월보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더 짧을 거라는 생각이 못 견디게 슬퍼서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다가오는 첫 번째 날은 언제까지나 철없는 응석받이처럼 그렇게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오고 싶다. 그리고 그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