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불구덩이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내가 일평생 살면서 자식 한 명 못 낳을라고?
어림도 없는, 택도 없는 소리.
두고 봐라.
내가 낳을 자식이 어떤 자식일지.'
결혼을 하고 한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아 낙망하며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인터넷 카페에 있던 이 글을 저장해 놓고 읽고 또 읽고, 마음을 다잡으며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을 앞두고 생각지 못한 큰 수술을 하게 되었고 병원에서도 아이 생각이 있으면 무엇보다 임신준비를 빨리 하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남편은 아이가 없어도 둘이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고, 자식 낳으려고 결혼한 거 아니라고 말을 했지만 그 마음을 왜 내가 모를까. 남편의 말에 고마움이 컸지만 마음속 저 깊은 곳에는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들어앉아 옮기려 해도 옮길 수 없어 답답함과 엉망진창인 헝클어진 마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용하다는 한의원에 가서 진맥을 짚어봤는데 아기가 생기기 힘든 몸이라고, 임신준비를 하다가 잘 안되면 다시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병 주고 약 준다고 위안으로 들었던 말은 그래도 아기가 생기면 엄마 몸에 잘 있다가 건강하게 나올 거라는 말이었다. 말하는 이의 번쩍번쩍 빛나는,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장신구가 가득했던 매무새와 냉소적인 말투 때문이었는지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약이 올랐는지 모른다.
'두고 봐라. 내가 낳을 자식이 어떤 자식일지.
내 평생 자식하나 없을라고.
어림도 없는, 택도 없는 소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말을 수없이 반복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그다음 달에 아기가 찾아왔고, 나는 뜨거운 불구덩이에서 벗어난 삶을 살게 되었다.
살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크게 세 가지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바로 건강과 화목한 가정, 돈이 그것이다. 주변 사람들만 보더라도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몸도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버거운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몸도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지만 지옥 같은 가정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또 누구는 가정도 화목하고 돈도 있지만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결핍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두 개는 있어도 하나는 꼭 없는, 그래서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당신에게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는 꼭 들어준다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건강을 답할 것이다.
내가 건강해야 돈도 벌고, 화목한 가정도 있는 걸 테니 말이다. 물론 가정의 화목은 노력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지만, 그 또한 내가 존재해야 있을 수 있는 풍경이다.
평생 건강관리를 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으니 자연스럽게 삶의 우선순위가 정해졌다. 아이를 키우며 먹거리에 신경 쓰는 것도,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식사자리를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나 부모님과의 만남은 우리가 함께 했던 세월보다 앞으로의 세월이 짧을 거라는 걸 알기에, 건강하게 더 농도 짙게 보내고 싶어서 만들어낸 묘책이기도 하다.
유난히 햇살이 따뜻했던 가을날, 우리의 첫 번째 식사자리를 장어구이집으로 선택한 건 다시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