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은 주택가격을 가늠하고 투자타이밍을 결정할 때 많이 참조하는 지표다. 입주물량에 따라 전세가격이 영향을 받고, 전세가격은 다시 구매자의 심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주택 개발사업이 부진하면서 앞으로 공급(입주)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입주물량이 향후 주택시장을 전망할 때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었다.
입주물량은 국토교통부의 주택 준공통계와 부동산114 등 민간업체의 아파트 입주물량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주택 준공통계는 아파트와 기타 주택 등으로 용도를 구분해 2011년부터 자료를 제공한다. 부동산114에서는 아파트에 한해 2000년부터 입주물량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정부와 민간업체는 향후의 입주물량 추정치(입주예정물량)도 제시한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 내놓는 입주자 모집공고 상의 입주 예정일을 기준으로 시기별 입주예정물량을 추정하는 것인데, 미래의 주택 공급을 추정하는 지표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민간의 아파트 입주예정물량 추정치가 서로 크게 달라지면서, 주택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통계에서 사라진 입주물량…전세하락 충격 온다(연합인포맥스, 2024.3.26)
입주물량 통계 '2만가구 차이'… 정부·민간 뭐가 맞을까?(아주경제, 2024.9.16)
2019~2025년도 청년안심주택 공급현황 및 계획(서울시)
국토부와 민간업체의 예정물량은 원래 같아야 한다. 둘이 차이가 나는 것은 집계에 포함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론 기사에 따르면, '후분양'과 '공공주택(청년안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30가구 미만 아파트'이 주범으로, 민간 업체에서는 이들을 포함하지 않는 반면 정부의 예정물량은 이 모두를 포함하므로 민간 업체보다 수치가 크다.
서울 후분양·청년주택 다 합해도 올 공급 전망치보다 1만가구 부족(파이낸셜뉴스, 2004.10.9)
사실, 공공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입주물량에서 누락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 이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일반적인 가족형 아파트' 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후분양은 일반 아파트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해당 수치는 민간업체의 입주물량에 포함되어야 한다. 실제, 최근 부동산114도 정부자료를 지원받아 후분양을 입주물량에 포함하고 있다.
입주물량을 교란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공사지연이다. 단, 공사지연은 정비사업 비중이 높은 서울에서 주로 나타나는 국지적 현상에 가깝다. 아래 그림은, 지역별로 각 연도의 아파트 준공을 3년전의 아파트 착공과 비교한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곳에서는 이 둘이 거의 일치한다. 일단 착공하면 거의 예외 없이 3년 후에는 준공되어 입주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반면, 서울에서는 2022년부터 준공물량이 예상을 하회하고 있다. 착공 이후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팬데믹 이후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분쟁으로 정비사업에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공사 중단’ 속출…“공사비 급등 추가 대책 절실”(에너지경제, 2024.10.14)
미친 자재값·인건비 못버텨…완공 20% 남은 아파트도 공사 중단(매일경제, 2024.10.2)
공사비 갈등에 정비사업 리스크↑… 공급절벽 우려(매일일보, 2024.3.19)
공사지연이 없었다면, 최근 거론되는 서울 아파트의 입주물량 감소는 당장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3년전 착공 물량이 지연 없이 준공된다고 가정했을 때,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서울의 아파트 준공물량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의 장기 평균에 비해 불과 3.5%만 감소한다. 경기도 13.3%, 지방광역시 9.8%, 기타지방 11.2%에 비해 감소폭이 오히려 작다. 다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4.3만호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착공이 2023년 2.2만호로 줄어든 것은 우려할 만하다. 준공이 지연된 물량이 있다 해도, 신규 착공이 다시 늘지 않는다면 대기수요가 많은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공급부족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지역별 장기 연평균 준공물량(2014~2023년 기준)과 2024~26년 연간 예상준공물량(3년전 착공물량)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