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시작된 나의 백수 생활 2-3달은 사람 만나고 날씨 즐기고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 바빠서 못 만나던 친구들, 덕질 친구들, 우연히 연락 닿은 학부모님들, 6년 전 일 하던 곳 원장님, 셔틀버스 안전 선생님, 내 대모님이자 대학원 다닐 때 만난 교수님, 등등
3, 4, 5월 점차 따뜻해지는 날씨도 좋았고, 계절의 멋진 분위기와 만나는 사람과 저 마다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고 편안한 사람들과 계절을 만끽하며 차를 마시거나 맛난 음식 먹는 시간들은 너무 행복했다. 3개월 동안 그렇게 매주 3번 이상의 약속을 잡고 사람들과 만났다. 평일 낮의 여유 로운 생활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6월쯤 되니 내가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만나자고 약속 잡는 것도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곤하고 힘든 일로 다가왔었다.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과 온전히 3시간 이상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들에 대해 집중과 공감을 하다 보면 나의 모든 에너지가 그들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공감과 감정 이입을 매우 잘하는 나 이기에... 그 시간은 매우 즐겁지만 집에 돌아오면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서 6월에는 거의 약속을 잡지 않았다.
그렇게 6월부터는 약속도 잡지 않았고 비 오는 날도 많아서인지 뭔지 모를 무기력과 귀찮음이 찾아왔다. 필라테스하러 나가거나 산책하러 잠시 동네를 나가는 것을 빼면 집에서 무력하게 있었다.
가끔 예전원에서 거래하던 거래처 분들에게서 연락이 와서 학원계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듣곤 했는데 그중 한 분이 어느 날 전화 와서 온통 부정적인 말들을 나에게 했다. 항상 그 사람과 전화하고 나면 뒤끝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연락 와서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나는 너무 순진하다며 훈수를 뒀다. 그 전화를 끊고 생각을 했다. 마음이 심난 해 졌다. 나의 백수 생활이 길어질수록 갈 곳이 없어지는 건 아닐지…
평온했던 마음에 돌이 날아왔다. 너무도 불안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한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력서를 내는 모든 곳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연락이 오고 막상 면접을 보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여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기는 이래서 안 되고 이런저런 논리를 펴며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핑계로 돌리며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오랜 고민을 했다. 6월 말 까지 그러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있을 때 시작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일자리를 찾는 것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무기력으로부터 빠져나올 뭔가가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