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편지#1

by Taehun Roh

저는 지금 당신과 마주한 세계의 어떤 장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오지 않을 단 한순간 입니다. 그 특별한 장소에서 우리는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조용한 음악이 흐릅니다. 테이블 한편에 놓여있는 꽃과 밤의 어둠속으로 들어가기전의 촛불 하나가 타오르고 있습니다. 침묵마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평화로운 공기의 사이 음파가 진동되지 않는 순간도 대화의 한 순간임을 이제는 압니다. 당신의 미소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말을 주고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저녁의 말과 마주함이 깊이 새겨지길 바랍니다. 기억의 문신처럼. 내가 찾아야할 단어와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남과 대화가 시작되고 나면, 시간은 무의미해집니다. 기억이 사진을 찍는 순간입니다. 그 중 몇 순간은 영원히 기억되어질 것이고 그 영원속에서 다시 현재가 끊임없이 생성될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의 감정과 느낌을 잊지 못합니다. 당신과 함께 할때면 뺨으로 스치는 바람이 청명하고 부드럽게 느껴졌어요. 그 시간을 기억하고, 소중히 하고, 다음번 만남을 기약하기 위해 당신과 함께 했던 시절을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 함께하는 만남의 자리가 바꿀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특별한 만남은 앞으로 있을 소중한 무언가를 점화 시킵니다. 그 점화가 어떤 불꽃을 일으킬지는 알 수 없겠지요. 불꽃이 일어나는 파란 스파크가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히 어느 한 순간이 오면 당신을 바라보는 순간으로부터 마음속에서 작은 불꽃이 생성 됨을 각인합니다. 점화된 불꽃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아니면 더 깊은 곳으로 숨겨질 수도 있겠죠.


가까운 미래의 시간에서 일상이 바빠지고 서두름이 생기며 마음이 복잡할 수 있는 순간도 많겠지만 적어도 당신 앞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천천히 자세를 가다듬고 마주 앉아 눈을 마주치며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고 싶어요. 무엇이든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당신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을 걸고 기억을 걸고 애써 꾸미지 않는 순수한 무형의 결정체를 주고 싶습니다. 보석보다 빛나고 밤의 장작불보다 생동스 따뜻함을 전달하길 원해요.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합니다. 당신과 함께한 시절이 다시 오지 않을 최고의 시간입니다. 그 순간에 저를 던지려 합니다. 흘러 나오는 말에는 꾸밈이 없고, 자신만을 위하거나 자랑하는 말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짐의 순간.

생각과 생각이 이어져 살아 숨쉬게되는 그 순간. 신비스럽고 행복이 춤을 추는 당신과 함께하는 순간을 늘 꿈꾸고 있답니다.


걷고 생각하며 계획했던 것들과 일상에서 하고 지내는 것들을 앞으로 당신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게 어쩌면 인류가 하는 모든 일의 근원이자 앞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아닐까요? 우리는 결국 이야기가 형체화된 존재가 아닐까요. 차분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행복이 저에게도 주어진다면 그 자리를 빌어 또다시 얘기하고 십습니다.


오늘은 유독 당신에게 전달하고 싶은게 많은날 이에요. 우리는 늘 우주의 같은 시공간 아래에 있어왔습니다. 그중에 오늘입니다. 소중한 당신과 이렇게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게 많아요. 오늘의 끝에 다가섰을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헤어질 시간이 오면 손으로 시간을 들여 쓴 편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그 편지에는 당신에 대한 설렘과 우리가 나눈 마음, 시간과 사랑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을거에요. 보이는 시간과 보이지 않는 시간이 영화처럼 연결되면 그렇게 된다면 다시 당신을 향한 숱한 그리움이 있을것이라는 말이에요.


아침에 눈떠 눈감을때까지의 시간의 감각속에 어떤 장소에 있던 당신을 느낄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잘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과하게 표현하고 싶진 않아요. 지나치면 도로에서 쌩쌩달리는 스포츠카처럼 굉음을 내고 훅 먼저 가버리고난후의 요란한 소리만 남겨지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카이로스의 시간을 가지길 원합니다.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바다의 자식입니다. 구름처럼 마음이 흘러 다니고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근원은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품고 있고 또다른 근원인 비밀의 숲속 어딘가에서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그 숲속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슴에서 행동까지의 거리가 길어진 현실을 함께 들여다 보았습니다. 답답한 날이면 우리는 무작정 길을 나서기도 했고, 머무르기도 하며 둘이 함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어요.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는 모든 시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과 늘 이야기하고 꿈꿨던 시간입니다. 꿈꾸는 현실이라는 꿈 속에서 우리의 찰나 같은 현재를 붙들기 위함입니다.


저에게는 소망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건강하게 아프지 않게, 오래오래 당신이라는 존재가 현존하기를

마주하며 당신의 눈과 마음속 우주에서 나 또한 기억되기를.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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