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3일
기억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것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해낼 때마다 그것은, 귓속말이 방 안을 한 바퀴 돌며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곡해되듯 조금씩 변질된다. 만약 내가 '성 프란체스코의 무아경'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면, 그림에 대한 나의 기억은 내 인생이 변화를 맞는 동안 그것에 맞춰 서서히 모습을 바꿔갔을 것이다. 또 누가 아는가, 그 그림이 내 어린 시절 상징물이 되었을지. 아마 그림에 대한 기억은 다른 그림에 대한 기억과 섞이면서 점점 모호해졌을 것이다. 요즘에는 그림을 찍은 고화질 사진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함께 자연스레 기억이 희미해지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 사진은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시간과 함께 점점 희미해져 결국엔 사라져버리는것이 최선인 경우에도 기억을 붙들어 놓는다.
기억이란 원래 시간과 함께 희미해지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제임스 엘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