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2025년 2월 17일

by Taehun 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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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동쪽 출입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는 고대에서 비교적 최근까지 한국인이 지내온 삶의 모습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와 우리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한 나라의 문화는 한두 사람이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군중들의 삶의 터전과 그들이 보여 주었던 삶의 모습 자체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과거의 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가 바로 국립민속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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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동북쪽,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기 전 길목에는 영화속에서나 보았던 70,80년대의 상점들과 방앗간과 물레같은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다. 추억을 불러내는 야외 전시공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고갱을 대표하는 말년의 그림의 제목(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이 떠오른다. 과거로의 여행에서 현재를 살펴보고 앞으로를 생각하게 하는 유물과 전시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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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民俗)은 우리 민족의 삶의 내용과 방식을 담는 생활양식이다. 때론 한 국가의 국민이 살아가는 암시적인 생활형태를 나타내는 부분인 민속은 우리의 삶을 주도해 왔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접근하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능동적으로 세계에 대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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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시실은 <한국인의 오늘>이 주제다. 선조들의 일상생활과 민속문화를 보여준다. 19세기와 20세기 초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아직까지 지게 위에 일상을 쌓고 호미로 삶을 일구고 있었다. 자연 재료로 자연을 닮은 색의 물건들과 옷가지를 만들었다. 완만한 곡선이 생활의 아름다움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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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시실에 전시된 한옥은 사랑채와 안채, 마당과 장독대에서 펼쳐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풍경까지 담고 있다. 3전시실은 <한국인의 일생>을 주제로 조선시대에서 현대까지 한국인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겪게 되는 주요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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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사회였지만 과거시험을 통해 신분 상승이 가능한 사회이기도 했다. 학문을 숭상하는 유교 사회에서는 문관을 무관보다 우대하였으며, 신분과 남녀 성별에 구분을 두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일정한 지위와 직업의 범위가 달랐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적인 유물과 유적은 현재에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눈에 익숙하기도 하다. 한편으론 그 물건들의 효율성과 효용성의 부분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시대와는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아 소멸 위기에 있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아마 박물관측에서는 급속히 소멸되어가는 민속자료를 확보하고 현재와 미래세대에게 보여주기 위해 13만여 점 이상의 유물을 소장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박물관에서 볼수 있는 우리 전통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어져 우리 삶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와 철학이 담긴 생활 방식, 의례, 놀이, 음식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왜 이런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의미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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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는 자연과 넉넉한 마음의 철학을 느낄 수 있고, 자연의 변화를 기념하는 세시 풍속(설날,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등)에는 공동체에 대한 생각과 의식을 알 수 있다. 김치, 각종 장(된장, 간장, 고추장등), 떡과 같은 전통음식에도 단순한 맛뿐이 아닌 철학과 지혜의 식문화를 알 수 있다.


박물관을 다녀간 사람들에게는 이 공간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전시실 안을 걷다 보면,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 조상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상상한다. 이는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부모님들의 부모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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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서기 전 한쪽 코너에 전시된 1980년대 물건인 도시락, 보온병, 전기밥솥을 보여주는 공간이 있었다. 한 여성이 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았다. 꽤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한 눈빛이었다. 그런 힘이 있는 공간인 장소인 박물관에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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