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서 시작되는

2025년 3월 30일

by Taehun 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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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클로드 모네마주하면 느낄 수 있다. 색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물가에 비친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이 어떤것인지.


최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부상하고 있다. 지금 밝혀진 우주 자체가 우주보다 더 큰 블랙홀 안에 존재할 수 있다는 '블랙홀 우주론'이다. 블랙홀 우주론은 이론 물리학자 라즈 쿠마르 파스리아와 수학자 어빙 존 굿이 최초로 제안한 대안적 우주론이다. 우주가 더 큰 '부모 우주' 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쪽'에 위치한다는 학설이다.


빅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건이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 블랙홀이 형성되는 과정의 결과물 이라는 것이며, 블랙홀은 잠재적으로 새로운 '아기 우주'를 탄생시키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별과 우주의 세계는 신비하고 아름답다. 우리는 그안을 이루고 있는 작은 입자이자 소우주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과 경험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다. 작은 우주처럼 독특한 세계를 형성하고 별들이 서로에게 중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사람도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내 삶에는 싫던 좋던 질문이 따라온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존재란 무엇인가", "삶은 무엇인가", "사랑과 고통, 생과 사는 무엇인가"라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질문에서 시작해서 "생명이란, 시간이란, 공간이란, 지구는 어떻게 있는 것인가?", "우주의 시작은?"과 같은 근원적인, 저편의 질문을 저 깊은곳에서부터 길어 오른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답은 침묵이다. 쉽게 답해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침묵을 했다고 해서 자신만의 답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침묵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표현이 예술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고 그들이 예술가라는 생각을 한다. 근원과 본질에 대한 응시, 그에 대한 창작의 욕구, 하나의 예술작품이 태어나는 깊고 깊은 시간과 노력을 하나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기원들을 여기저기로 쫓아 다니는 것은 의미있다. "왜?"라는 것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이런저런이유로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2월 15일~5월26일) 전시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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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더현대 ALT1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파 전시전으로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과 같은 사조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작가들과 그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것이 이번 전시의 주요 테마다.


인상주의로 대표되는 화가들은 대상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빛과 섬광같은 부분들을 감각적으로 인상한 것에 대한 대상들을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그려냈다.


1874년 파리의 한 사진관에서 열린 비교적 초기 인상주의 전시에서 세상을 들썩인 작품이 모네의 <인상, 해돋이>다. 당시 비평가들은 새로움에 호기심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고, 한때는 '인상주의(Impressionism)'라는 말은 수준이 낮은 작품들에 대한 조롱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역사는 '인상주의'를 예술사에서 새로운 세계로 전환하는 흐름의 시작으로 공언하고 있다.


전시는 모네와 세잔 등 유럽의 거장들에게서 시작된 빛의 씨앗이 어떻게 미국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연결되어 피어나는지 세심하게 조망한다. 19세기 말에 유럽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돌아온 미국 화가들은 단순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도시와 풍경을 그들만의 시선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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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원에서 꽃 따기>차일드 하삼그림을 직접보면 노란색이 여인에게서 흘러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답고 아름답다.


차일드 하삼(Childe Hassam),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시어도어 로빈슨(Theodore Robinson), 로비스 크린트(Lovis Corint), 폴 시냐크(Paul Signac), 요제프 이스라엘스(Jozef Israels), 알프레드 시슬레(Alfred Sisley),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샤를 프랑수아 도비니(Charles Francois Daubigny), 줄리앙 뒤프레(Julien Dupre)등 작가들은 뉴욕의 거리, 보스턴의 해안, 뉴잉글랜드의 햇살을 인상주의적 감각으로 담아내며 프랑스 인상주의와는 다른 결의 빛을 창조했다.


전시관 한쪽에 잘 찾아보면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한 점도 있는데 나는 이 작품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그녀의 얼굴에서 쿠르베의 표정과 얼굴을 느낄수 있었고 한쪽에는 르누아르의 그림도 한 점 있어 오랫동안 아랍 여인의 표정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토요일 오후 일곱시 조금 전에 입장해서 두 시간 가까이 오십여 점의 그림을 충분히 보고 개인적으로 눈에 더 들어오는 그림을 다시 향해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한적해 질 즈음에 모네의 수련 앞에 마주섰다.



▲미술관의 폐장시간이 다가올때비교적 늦은 시간에 입장해서 문을 닫을때까지 이리저리 좋아하는 작품들을 찾아다녔다. ⓒ 노태헌 관련사진보기


정원에서 화구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있을 모네를 상상해 보았다. 연못으로 이루어진 그의 정원, 그리고 이젤을 야외로 옮기기도 작업실에 가져다 놓기도 하는 분주한 모습을. 익숙한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그만의 방식을.



경계를 뒤섞는 절대 차갑지 않은 색들을 보고 있자니 내 안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감각을 정확히 무엇이라 명명해야 할지 모르는 세계가 하나의 예술품이 가지는 정체성이 아닐까.

전시의 작품들은 모두 미국 우스터미술관(Worcester Art Museum) 소장품인데 이 미술관은 1910년에 미국에서 가장 먼저 모네의 작품을 구매한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53점의 작품 모두 인상깊었지만 그중에서도 노란 빛이 내려오는 여인(원제 : 프랑스 정원에서 꽃 따기, 차일드 하삼), 바닷가 마을 언덕에 앉아있는 소녀(원제:모래 언덕에서, 요제프 이스라엘스), 카드를 응시하는 남자(원제 :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습작, 폴 세잔)외에 다섯 점 정도의 그림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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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은 나에게 어떤 것을 강요하거나 말하진 않는다. 하나하나의 마스터피스들의 작품들은 나의 심연과 조우하여 내가 평소에 잊고 있었던 것들을 마주하게 만든다.


예술이 건네는 것은 무엇일까. ALT1에서 하는 전시에는 단단한 이야기들과 명화들과 시공간을 연결시키는 확장성이 있었다. 시대의 시선, 사람들의 마음, 개인들이 가지고 가는 세계가 있었다.


혼자 관람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와 뿜어내는 빛의 색깔도 궁금해 졌다. 빛은 어둠속에서도 언젠가 어둠을 뚫고 흘러 나온다. 담고 가야할 것을 비추고 이를 부상시킨다. 인상주의 그림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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