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9일
에르노의 글은 감정의 선과 디테일이 그 어떤 작가보다 섬세하고 솔직하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글을 10년전 정도 전에 읽을 때는 왜 이렇게 모든것을 적나라하게 묘사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녀의 섬세한 글이 내면의 의미로 다가오진 않았다.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 어떤 것보다 투명한 유리알 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가가 가진 생각의 흐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찬탄을 보낸다. 세상을 바라보는 분명한 그녀의 시선과 개인적인 경험이 때론 아프기도 하고, 때론 사랑스러우면서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녀의 감정은 문장 위에서 춤을 춘다. 그녀의 글은 적나라 하면서도 정제 되어있고 자신의 경험에 대하여 제3자적 관점을 견지 하면서도 완숙 넘치는 인생의 철학을 글에 투영한다.
아니 에르노는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났다.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부모 사이에서 외동딸로 자랐다. 대학 졸업후 교사를 거치고 대학 교수로 일했다. 1974년 <빈 옷장>으로 데뷔하였고 계속해서 자신의 개인적 삶을 글로 썼다. 1984년 <남자의 자리>로 르노도 상을 받았고, 어머니의 죽음을 주제로 쓴<한 여자> 에서 자신의 작품을 '문학과 사회,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이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이며 그녀는 202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모든 책은 담담하면서 수정 같다. 맑고 깨어지지 않는 유리알이 태양아래 반짝 거린다고 할까.
그녀의 수 많은 저작중 서점에서 2~30분이면 읽을 수 있는 <젊은 남자>를 소개한다. 사랑은 세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하는 아니 에르노. 당신과 나, 그리고 이 둘을 지켜보는 또 다른 나라고 선언하며 젊은 남자, 서른살 가까이 어린 남자와의 연애를 담담히 구술해 나간다. 그녀는 자신이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사건은 그저 일어난 일일 뿐으로 한편으로 기억하기 위해 쓴다고 말한다.
그녀는 작가로서 활동하며 한 대학생과 어설픈 밤을 보내고 대학생은 작가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왔고 아니 에르노는 그를 만났다. 글을 쓰도록 그녀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그와 사랑을 나누고, 때론 고독과 피로를 느끼면, 삶에서 더는 기대할 것 없는 이유와 같은 것을 찾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랑은 맹렬한 기다림의 시간이었고, 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권의 책을 쓰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 A로 칭하는 청년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할때나 커피를 마실때나 대부분 말없이 수줍게 있었고 작가는 그녀보다 서른 살 가까이 어린 남자와 교제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자신이 학생시절 겪었던 회환과 신혼초 전남편과 함께 했던 집안 속 곳곳 초라한 가구를 떠올린다. 전기레인지는 온도조절기가 고장나기도 했고 프라이팬에 후라이가 달라붙기도 하고, 파스타를 삶으면 물이 넘치던 그 시절을.
그과 그녀는 어떤 순간이던 의미있는 노래를 CD플레이어로 함께 들었고 그 음악은 과거로 현재로 때론 추억과 기억으로 넘나드는 경험도 했다. <그녀는 러브 스트리트에 살아요>라는 도어스의 화음과 힘 있는 목소리는 도어스가 최초로 노래로 표현한 이래로 전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다양한 세대들과 연인들의 추억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 남자와 함께 한 사실적 단편 소설과 같은 짧은 수기를 덤덤히 읽어내리면 독자는 원하던 워하지 않던 자신과 마주한다. 이 자신은 과거의 나라는 조금은 낯선 존재이기도 하고 현재의 나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신과 마주치기도 한다. 하나의 경험은 사람의 색이나 형태를 조금씩 변하게 만든다. 너무 작아서 스며들지 조차 않는 경험도 있고 너무 커서 온존재가 무너지는 경험도 있다. 이 책은 덤덤히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어요.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곳을 향하고 있나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