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우리가 빛이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2025년 4월 28일

by Taehun Roh

영화관에 들어서기 전과 후의 마음을 기억 하시는지. 어떤 영화는 감흥이 오래오래 남아 우리 인생의 어떤 조각으로 맞춰지고 어떤 영화는 흥미는 있었지만 나중에 내용도 생각이 안나는 영화가 있다. 소개할 영화는 전자의 영화다. 2025년 4월에 국내에 개봉한 2024년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

영화의 시작은 인도의 수도 뭄바이(과거 봄베이) 거리풍경 이다. 풍경은 덥고, 습하고, 어딘가 분주하다. 젊은 남자들은 힘을 쓰는 육체노동을 하고 있고, 나이 든 여성들은 야시장에서 음식을 팔고 있으며, 통근 열차는 밤의 반짝임 속에서 도시(뭄바이)를 가로 지른다. 도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의 나라(인도 14.2억, 중국 14억 / 2023년)의 수도답게 분주하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구석 구석을 채우고 있다.

주인공인 뭄바이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프라바는 독일로 돈을 벌러 가고난 뒤, 이제는 연락이 1년이상 끊긴 남편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전기밥솥)을 받고 평범했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른 여주인공인 그녀의 룸메이트 아누는 흰두교 사회에서 여전히 금기되는 무슬림 남성과의 사랑에 빠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둘만의 사랑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병원 요리사 파르바티는 수십년동안 보금자리로 살아온 건물의 철거소식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인공들에게 도시란 살아가야만하는 생의 공간이면서도, 버티고 감내해야 하는 낯선 공간이기도 하다.

86년생 감독인 파얄 카파디야는 뭄바이 출신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쓴 그녀는 이 영화를 찍기전 논픽션 다큐멘터리 <아는 것 없는 밤>으로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다큐멘터리<아는 것 없는 밤>에 이어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서사라는 이야기를 갖추고 관객에게 다가왔다. 영화 시작 오픈 시퀀스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뭄바이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곧 이어 영화의 두 주인공 프라바와 아누는 영화 전면으로 소개되고 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화는 상업물 위주의 OTT와는 극명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의 내용 전개와 주인공들의 서사는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주제를 끌어 안으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주인공들의 삶의 변주를 들려준다.

우리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정식이 맞는지 천천히 우리에게 되 묻는다. 생계를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먼 길을 떠나오고 돌아가는지, 어떤 장소를 '집'이라 부를 수 있는지, 사람들이 가득한 대도시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곳이 될 수 있는지, 영화관에서 홀로 거대한 스크린을 마주한 이들을 사색에 잠기게 만든다.

영화속 배경인 뭄바이는 많은 비가 내리고, 비는 때론 도시를 씻기고, 따뜻하게 만들고, 새어나오고, 흐릿한 빛으로 물들이게 한다. 뭄바이는 어떤 도시이다가 아니라 뭄바이는 어떤 도시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뭄바이가 궁금해지고 한번쯤 가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영화는 여성들만이 더 잘 알고 있는 여성들끼리의 관계와, 사회 분위기, 사회속 풍문, 그리고 연대를 이야기 한다. 사회로부터 삶의 어떤것이나 행동의 어떤 것이 부정 당했을때, 혼돈을 거쳐 마주하게 될때,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라는 것이 어떤식으로 전개되는지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따뜻하고 소중한 무언가를 건넨다. 그 눈물 하나와 소리침 하나, 사랑해, 고마워는 우리들의 마음에도 건네어진다.

영화의 종반부에서 파르바티는 철거민이 되어 도시를 떠나 바닷가 해안에 위치한 고향 마을로 돌아가게 된다. 프라바와 아누는 그녀를 돕기 위해 귀향길에 잠시 동행한다. 타인에게 순수하게 바치는 선의의 소중함. 선의의 발현과 동시, 주인공들은 도시 뭄바이를 빠져나가 햇살 가득한 해변가에 도착하게 된다. 아름답다. 조용히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삶의 속도가 느리게 굴러가는 여유로운 공간에서, 프라바와 아누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나는 삶의 질문을 가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인생이란 과연, 어디에 속하는 걸까? 우리가 살아가는 곳인가, 아니면 메모리속 이상적인 어떤 이데아의 세계 같은 것일까?" 감독은 거장의 반열에 올라가는 감독답게 해답을 제시하거나 결과론적 삶의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우리를 헤메게 만들고, 이끌고, 소중한 것에 담궜다가, 메모리를 불러 일으키고, 때론 주인공을 통해 우리를 아프게까지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삶이란 원래 그런것이 아닐까하는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마지막에 영화속 주인공들은 서로라는 존재에 대해, 사랑에 대해, 삶에 대해,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각자만의 아름다운 장소에 도달하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는 마치 우주를 항해하는 별빛 처럼 시공간을 가른다. 마치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나오는 '시'처럼 시적이고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영화속 몇 대사들을 소개한다.

"Maybe the light is inside us, not somewhere else."
아마 빛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일거야. 어딘가 바깥에 있는게 아니야.

"When you can't find the light, you have to become it."
빛을 찾을 수 없을 때는, 네가 직접 빛이 되어야만 해.

"The city blinds us with lights, but inside, we are still searching."
도시는 수많은 불빛으로 우리를 눈멀게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찾아 헤매곤 해.

"We are small lights floating in a vast darkness."
우리는 광대한 어둠 속을 떠도는 작은 불빛들이야.

"Even when everything disappears, the memory of light remains."
모든 것이 사라져도, 빛의 기억은 우리안에 소중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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