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 유선혜 시집에서

2025년 12월 14일

by Taehun Roh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 운석은 다가오고

우리들은 어떤 방식으로 완벽하게 침묵할 것인지

어젯밤 우리가 나누던 말들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우리의 언어는 멸종에 관한 것이었는지 사랑에 관한 것이었는지“


“폭발할때 가장 빛나는 것

말 단어 대화 목소리들 “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 보십시오> 시에서


조연정 평론가는 유선혜의 시를 '철학적으로 청소된' 영혼의 문장들이라 했다.


<평론 서문>

"이 세상에 불행이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 천국에 있다 고 믿게 될 것이다." 시몬 베유의 문장이다. 『중력과 은총』에서 그는 신에 비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우월성이 바로 고통이라 말한다. 이러한 고통을 대하는(겪는) 인간은 그것이 유용하기 때문에 고통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사랑해야 한다. 이 세상에 불행이 없다면 인간은 스스로 천국에 있다고 믿게 될 것이며, 이러한 착각은 시몬 베유가 생각하는 지옥의 두 가지 개념 중 하나다. 그리고 고통에 관한 그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불행 속에서 겪는 고통과 타인에 대한 연민은 우리의 기쁨이 충만할수록 더욱 순수하고 강렬해진다." 기 쁨이 없는 사람에게서 고통이 앗아갈 것은 없고, 고통은 결국 기쁨의 충만함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고통은 그저 존재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 인간은 "무이기도 하면서 빈자리인 고통 속에서 더욱 충만한 실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인간들은 자신 앞에 닥친 불행을 그 불행이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견딘다. 그러니까 제 앞에 놓인 불 행을 있을 수 없는 예외적인 것으로 여기며 참아내거나 오히려 명백한 이유가 있는 필연적인 것으로 인정해야만, 인간은 그 불행을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베유의 생각은 다르다. 인간은 '쓰라린 괴로움'을 괴로움인 채로 받아들 일 때에만 '천국에 있다는 착각을 넘어' 기쁨의 충만함이 실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중략-


시인은

이걸 쓰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죠?

라고 말한다. 묻고 독백한다. 나는 듣는다. 바라본다. 읽는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야겠지라고 속삭여본다. 알 수 없는 곳에서 인생이 전개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한다.

두려운 것은 없다라고 적는다.


동시에 나는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을 읽는다.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의 새 시즌을 본다. 요즘은 퍼펙트 데이즈처럼 거장의 시선과 생각이 담긴 영화가 좋았는데.

빠른 영어말에 영어자막을 켜본다. 한두편을 보고 등을 따뜻한 바닥에 대고 누워본다. 그리고 주말에는 가급적 멀리 하려는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본다.

일어나 음악을 튼다. 스탄게츠의 The Girl from Ipanema와 Alone Time을 듣는다. 책상에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과 더글러스 스튜어트의 셔기 베인,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이 있다. 책 한권에는 옆서 두장이 꽂혀 있었다. 존 버거의 세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눈물이 나지 않을까라는 문장. 엘라 피츠제랄드의 Spring can really hang you up the most를 듣는다. 작은 포스트잇에 이것저것 적어보고 그중 몇개는 떼내어서 종이를 구겨본다. 오늘 술과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했지만 결국 쓰지 못하고 있다. 옆서의 발신인은 무슨 내용을 내게 썼는지 모를것이다. 십년도 더 지난 옆서. 앞으로 내가 쓴 옆서를 사진 찍어 놓는 것을 생각한다. 발신함에 담겨진 메일처럼. 내 핸드폰의 배경 화면은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다. 이것을 왜 해두었는지, 지금까지 이것이었는지 의식을 하지 않고 있다가 영화의 내용을 떠올린다. 이야기. 떠남과 만남의 이야기. 헤어짐과 고독에 관한 이야기. 이를 극복한 오이디푸스적 이야기. 한스 짐머의 우주 음악을 들어본다.


Or perhaps, we've just forgotten.

어쩌면, 단지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that we are still pioneers that we've barely begun,

우린 여전히 개척자이며,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임을.

and that our greatest accomplishments cannot be behind us.

그리고 우리에게 최고의 업적은 아직 있을 수 없음을.

Because our destiny lies above us.

왜냐하면, 우리의 운명은 저 위에 있기 때문이다.


나가야겠다. 세상을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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