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따뜻한 시선을

2025년 1월 14일

by Taehun Roh

영하 10도를 넘나 드는 겨울이다. 바람까지 세다. 도심의 아침, 출근길 버스와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면 누구나 만원이된 공간안에스 혼잡함을 느낀다. 야외에 살갗을 애는 바람이 불어오면 평소에 여유있게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은 긴 시간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제자리에 정차하지 않으면 날씨가 춥기 때문에 가끔 조금 이라도 빨리 타기 위해 가지런히 섰던 줄이 무너지고 버스의 출입문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도 보인다.


지하철에서도 이렇게 추운 날에는 좀더 사람이 붐비기 마련인데 이미 만원인 지하철 임에도 불구하고 문이 닫히기 전에 사람들 속으로 자신의 몸을 우겨 넣는 위험한 상황도 종종 본다. 춥고 빨리 가야하는 상황이 다들 있게 마련 이겠지만 유독 이런 날씨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건 반대로 이런 날씨에도 훈훈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새해의 첫째 주 금요일 아침 일곱시반. 사무실로 가는 길이었다. 살을 애는 바람이 불어왔다. 비교적 이른 시간 이었지만 차도에는 차들이 도로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영등포의 신축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고 있었다. 가는 길의 맞은 편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천천히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거리가 좁혀져 왔다. 아버지는 오육십대 정도 나이로 보였고, 아들은 이십대 전후로 걸음걸이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그리고 마주 스쳐 지나간 순간 알게 되었다. 아들은 눈이 안보였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노출된 두손이 꼭잡고 연결되 있었으나 손등은 강추위로 빨갛고 추위때문에 약간 푸른 기운도 올라오고 있었다. 아침 일찍 이 추위에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해 하면서 이 추위에 손을 잡고 가는 두 사람의 손에 두 사람의 체온을 올려주는 따뜻한 불꽃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보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2023년 연말이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저녁 광화문 교보문고의 폐점시간 이었다. 평소 대비 붐비지 않았던 것은 아마 가족 친지와 삼삼오오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어 그랬으리라.


그날도 한파가 몰아쳤고 도시 외관은 얼어 붙어 있었다. 저녁을 혼자 보내다 가볍게 책을 보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 나이가 사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아버지와 열살정도의 딸 그보다 세네살 어린 아들이 교보문고의 장난감 코너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뭔가 먹거리인듯 검은 봉지를 들고 있었고 표정이 조금 어두웠다. 그도 그런것이 아들이 사기로 한 장난감을 들고 이번에는 사주면 안되냐고 울진 않았으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남자 아이를 달래는건 딸의 역할이었다. 다음에 오면 아빠가 사줄 것이라고 그러면서 아빠에게 밝은 미소를 보냈다. 여자 아이의 얼굴에 그늘은 없었다. 아버지는 굉장히 슬퍼 보였으나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 했다.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의 손을 잡고 책보러 가자 하면서 여유있게 걸어갔다. 그런 아이들을 아버지는 뒤에서 힘없이 쳐다봤고 나역시 세사람을 조심스럽게 보았다.


살아가는 세상에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는지 그 수 많은 생각을 다 떠올릴 순 없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연탄이었던적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기억할 순 없다. 단지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겨울 여기저기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따뜻한 불꽃이 세상 어디에선가 피어나고 있고 내안 어디에서도 일어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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