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쿤테라에서 에이드리언리치

by Taehun Roh

내 눈앞에는 여전히 나무뒤에 앉아 카트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류의 실패에 대해 생각하는 테레사가 있다. 이와 동시에 또다른 이미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토리노의 한 호텔에서 나오는 니체. 그는 말과 그 말을 채찍으로 때리는 마부를 보았다. 니체는 말에게 다가가 마부가 보는 앞에서 말의 목을 껴안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그 일은 1889년도에 있었고, 니체도 이미 인간들로부터 멀어졌다. 달리 말해 그의 정신 질환이 발병한 것이 정확히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점이 그의 행동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한다. 니체는 말에게 다가와 데카르트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던 것이다. 그의 광기 (인류와의 결별)는 그가 말을 위해 울었던 그 순간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느 니체가 바로 그런 니체이며,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하는 테레사는 죽을 병에 걸린 개의 머리를 무릎에 앉고 쓰다 듬는 테레사다. 나는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이들 두 사람은 인류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가 행진을 계속하는 길로부터 벗어나 있다. -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



그녀는 스튜디오가 저절로 유지될 거라고 생각했지

사랑의 가구에는 먼지가 없을 거라고.

반은 이단, 수도꼭지가 덜 시끄러웠으면,

창문은 때에서 벗어났으면. 배 한 접시,

페르시아 숄이 덮인 피아노, 고양이

그림 같은 재미있는 쥐를 쫓아다니는 모습

그의 권유로 일어났지.

다섯 시에 각각의 계단이 꿈틀거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

우유 배달부의 발걸음 아래; 그 아침 햇살이

너무 차갑게 지난밤 치즈 조각과 세 개의 무덤 같은 병들을

그려낼 거라고는; 부엌 선반 위 접시들 틈에서

딱정벌레 눈 두 개가 그녀의 눈을 고정시킬 거라고는–

몰딩 속 어떤 마을에서 온 사절…

한편, 그는 하품하며,

건반 위에서 열두 개의 음을 울리고,

조율이 안 됐다고 선언하고, 거울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수염을 비비며 담배를 사러 나갔지;

그녀는, 사소한 악마들에게 조롱당하며,

시트를 걷어내고 침대를 정리하고

식탁을 닦을 수건을 찾아

커피 포트가 스토브 위에서 넘치도록 놔뒀지.

저녁이 되자 그녀는 다시 사랑에 빠졌지,

하지만 그렇게 완전히는 아니어서 밤새도록

그녀는 때때로 깨어나 계단을 올라오는

무자비한 우유 배달부 같은 햇빛을 느꼈지.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날들. 부재와 채움이 교차된다. 비움을 원하면서 마음을 원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람은 모순된 존재겠지. 아침 지하철역사에서 올라와 바라보는 하늘의 색이 틀리다. 어느날은 어떤날들은 구름이 떠있고 어떤날들의 푸름이 뒤덮힌 하늘에는 달이 보인다. 달. 달에 의해 파도가 생겨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무엇인가를 움직이는 힘. 이 힘이 생명으로 연결되고 이어지는 태어남과 사라짐. 사라지는 모든것들 역시 아름다움을 품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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