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의 세계

아무도 모르게 선물을 주는건 가능한 것일까.

by Taehun Roh


다시 공항이다. 공항에 오면 생각나는 것. 떠남과 돌아옴. 그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 어딘가가 전혀 모르는 곳이었을때와 알게 된 곳이었을때, 긴장이나 감각이 어떤식으로 전개되는지.

내가 더운 장소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추운 장소에서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생각한다.


영국에 도착한 첫째날 숲속 공원을 향한다.

흐린 하늘, 청명한 공기, 지저귀는 새, 겨울에도 녹색이 보이는 푸른 겨울.

비로 인해 곳곳에 웅덩이가 있다.

나는 웅덩이 속에 비친 내 발과 희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 얼굴이 내가 원하는 모습인지 묻는다.


잠시 따뜻해진 겨울 하루에는 아침공기보다 저녁 공기가 조금더 밀도가 높다.

멀리서 영국인이 다가온다. 나는 당당한 아시아인, 한국인의 역할을 하려 한다.

먼저 굿모닝이라고 미소를 담아 아침 기분을 전달한다.


온통 생각은 꿈이다.

당신이라는 미지의 세상. 나 또한 상대방에게 미지의 세상일지도 모르는 생각.

그 미지의 세상에 현재와 과거, 오지 않은 미래가 넘실 거린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과거를 함께하며 살고 있는게 아닐까.

과거의 우리가 없다면 현재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현재를 만들 수 있었을까.

현재의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것일까. 부재의 견딜수 없음.


아무도 모르게 당신에게 하얀 캔버스를 선물 하고 싶다.

그러면 놀라겠지. 눈을 뜨고 이젤 위에 올려진 하얀 캔버스를 보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당신의 색은 너무나 선명해서, 무슨 색이라고 말을 할수가 없지만 빨갛고 하얀 스카프의 색이라고 지금은 말해주고 싶다. 단발 머리가 잘 어울렸던 소녀.


사람도 때에 따라 예술과 같이 선명한 색을 가질 수 있다.

남는 것 감정이고 흘러간 시간이며 함께하는 얼굴 모두인 것이다.

산책을 다녀온 아침 커피를 천천히 마셔본다.

아무도 모르는 좋은 일을 해본다. 줍고 또 귀찮아도 줍는다.

버려진것들을. 때론 재사용하기 위해. 누군가의 눈에 비친 세상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지금의 생각보다 조금만 더 나아가는 창의성을 가지고 싶다.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을 이용하여 아무 의미 없는것에서 의미를 찾고 샆다.

그리고 그 찾은 의미를 꽃처럼 피워 건내준다.

그리고 돌아서서 미소를 띄어 보는것. 조우했던 우리를 생각하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크지 않은 작은 행복이면 되는.

시간이라는 침묵의 공백을 의미로 가득 채워보려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 숨쉬기가 아깝지 않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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