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슈테그너-삭살라 트리오
유럽 재즈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음반사로 ECM을 들 수 있습니다. 뮌헨에 본사를 둔 이 독일 레이블이 발표하는 작품들은 재즈 중심의 ECM 시리즈와 고전음악과 민속음악 중심의 ECM 뉴 시리즈로 대별됩니다. ECM 소속 재즈 뮤지션들이 재즈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고 뉴 시리즈를 통하여 고전음악, 현대음악, 민속음악, 월드뮤직 등을 시도하는 경우는 그다지 낯설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북유럽 재즈의 선봉에 있는 색소포니스트 얀 가르바레크가 힐리어드 앙상블과 함께 한 <오피시움>은 재즈팬과 클래식팬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바야흐로 음악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시대입니다. 아티스트들이 여러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고 국적, 인종, 성별, 나이 등을 초월하여 연대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음악이 나아갈 길을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그 길이 샛길일지라도.
ECM 뉴 시리즈에는 고전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년 12월 5일 발매된 앨범 <Pur ti miro(뿌르 띠 미로, 당신을 바라보며)>가 그렇습니다. 이 작품에는 세 명의 연주자가 참여합니다.
우웨이(우위): 생황
마틴 슈테그너: 비올라
야네 삭살라: 더블 베이스
우는 중국인으로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향, 베를린 필하모닉, 비비시 심포니 등과 솔로이스트로 협연한 이력이 있습니다. 독일인 슈테그너와 핀란드인 삭살라는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앨범은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과 오페라 아리아, 바흐와 비발디의 트리오 소나타, 그리고 노르웨이의 전통음악 등 총 8곡을 들려줍니다. 앨범명이자 수록곡 '뿌르 띠 미로'는 1643년 초연된 몬테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 <포페아의 대관식> 3막에 나오는 네로와 포페아의 사랑의 이중창입니다.
슈테그너와 삭살라의 현악기 그리고 우의 관악기는 동서양의 만남을 의미합니다. ECM 뉴 시리즈가 지향하는 음악의 방향이기도 합니다. 우가 연주하는 생황은 생, 화, 우 등으로도 불리며 서양에서는 마우스 오르간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 시대부터 사용하였으며 고려 시대에 궁중음악에 적용되었고 조선 전기에는 주로 궁중의례에서 후기에는 풍류방의 가곡 반주에 활용되었습니다. 생황은 대나무를 사용한 여러개의 공명통으로 이루어지며 화음이 가능한 관악기입니다.
우-슈테그너-삭살라 트리오가 들려주는 바로크 음악은 우리에게 익숙한 피아노 트리오 또는 현악 삼중주의 감동을 뛰어 넘습니다. 생황이라는 악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트리오의 연주가 현악 삼중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리더니 천변의 벚꽃이 내년을 기약하며 흐트러집니다. 음악과 함께 지친 마음을 달래면서 녹음이 우거질 봄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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