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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Aug 07. 2023

나는 아침마다 간장 계란밥을 차린다.

아이들 방학 vs엄마의 개학

간장 계란밥은 먹기도 편하고 차리기도 편해서 더 좋다.

사실, 매일 간장 계란밥만 차리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꾸역꾸역 식판에 4첩 반상을 차려주던 워킹맘 시절 이 밥은,

아이들에게 안 차려 주려고 했던 밥상 중 하나다.

엄마의 직무유기이며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다.(과거형)

-엄마라는 역할에 채찍질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


정말 하루가 힘들어 밥차릴 기운도 없을 때, 

반찬 사러 갈 힘도 없고 배달할 음식도 마땅치 않을 때,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제일 마지막에 꺼내는 비장의 카드 같은 ,

간장계란밥!

그랬던 내가

이젠 아이들 방학을 맞이하여 아침마다 이 밥을 차린다.(아하하^^;;)

주부의 직무 유기도 최후의 보루도 아니다.

이게 어디냐, 언감생심으로 여기고 먹어주길 바란다.

방학하고 매일 아침으로 먹고 있다.

오늘도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이주같은 메뉴라는 사실을 눈치 못 거나  밥이 질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방학땐 내게도 이런 마음이 있다.

너희들만 방학이냐?
나도 좀 쉬자.


아이들 방학이 엄마들 개학이라말이 하루세끼+간식까지 챙겨야 해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들 개학이 엄마의 방학이라는 것처럼 들려 조금은 서운하다.

워킹맘뿐 아니라 주부도 학기 중에는 같이 긴장하며 일과를 보낸다.

늦은 밤 오래 책 읽고 글 쓰고 싶어도 다음 날 아이들 학교를 보내야 하니 늦잠이라도 자면 큰일이니 일찍 잠을 청한다.


아이들 방학엔 나도 방학이고 싶다.

방학엔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늦게까지 책 읽고 글 쓰고 여유 부리다 늦잠을 자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니 좋다.


방학 시작되는  날,

아침에 눈 뜨면 '엄마를 깨우지 말아 달라'라고 부탁했다.


조용히 거실에서 너희 일을 하고 있으렴,
엄마는 밤늦게까지 엄마 시간을 보내야 해서
아침에 좀 피곤하거든.
이젠 엄마도 방학이야!


방학만큼은 늦게  일어나는 사람에겐 상을 주자고 했다.

학교 갈 땐 아침 기상이 전쟁인데

방학되니 더 자라고 부탁해도 일찍 눈을 떠서 내 단잠을 깨우는 상황이 펼쳐진다.

방학 때처럼만 기상해 줘도 우아한 엄마가 될 수 있을 텐데...!

아침 9시가 넘어 여유롭게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며 

늦은 아침밥을 차리는 것은

방학 때 맛볼 수 있는 주부의 특권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간장 계란밥을 차린다.

삼시세끼 이 밥만 차린다면

(아서면)  밥(하고)도 두렵지 않을 텐데...!

아끼고 아껴둔 레시피 이렇게 남용하고 있다.


이 밥이 질리기  개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아침도 고슬고슬한 밥을 담고

계란을 타닥타닥 굽고(여름이니 바싹)

참기름은 한 바퀴 휘익-돌리고

김자반을 촤르르~

간장은 아주 쪼끔

들깨 가루를 솔솔솔 뿌린

간장계란밥, 완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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