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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반짝반짝 빛나는
Jul 31. 2023
김밥은 언제나 옳다.
김밥에 관한 조금 긴 단상
내 최애 기호식품 몇 가지가 있다.
얼음, 커피, 빵, 그리고 김밥이다.
(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에
비용이
많이
안 드는 장점이 있
다
.)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시내
가자하면 얼음컵
한잔이면 오케이였고,
대학생,
직장 다닐 때
내게
부탁
하는
사람
들은 커피
한잔이면 오케이였다.
밥 대신 빵과
커피를
먹고살라면
몇 개월 정도
가능하다.
(앗, 거기에 김밥까지 넣어주면
몇 년도
가능!)
다른 음식은 먹고 나면 종종
'다른 거
먹을걸' 후회할
때가
있지만, 김밥을 먹고 나서는 한 줄이 아쉬워 더 먹고 싶을 뿐이지 다른 음식이 먹고 싶다는 후회
한 적은 없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김밥을
싸는
소풍날
꼬다리를
배불리 먹었던
고소한
향기의 아침을
기억한다.
소풍을
가서
즐거움으로 배가 부른
지 김밥을 종종
남겼었는데
일부러
남겨
올 때도 있었다.
돌아와 가방을 정리하고 도시락을 싱크대에 풀기 전 출출해진 배를 달래기 위해
통에
남아있는
반나절 숙성된 김밥 맛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교회나 단체서 나들이
갔다가 남은 김밥을 주면 사양치 않고 받아온다.
돌아와 저녁으로 계란물을 묻혀 구워 먹으면 더 꿀맛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을 가게 되면 제일 먼저 찾아보는 가게는 커피숍, 빵집, 김밥집이다.
간혹 새로운 김밥집이 보여 무심코 들어갔다가 아침에 준비한 신선한 재료가 아닌 냉장고에서 봉지 봉지 꺼내 어제 혹은 그 전날 만든 듯 축 쳐진 야채로 만 김밥을 먹기도,
살짝
쉰 김밥을
먹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김밥은 언제나 옳다.
이사 와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커피숍, 빵집, 김밥집이었다.
국산 참기름을 쓴다는 모 김밥집은 국산 참기름만 빼면 맛은
똑
같은데(국산
참기름 맛을
잘 모르겠다.)
보통 김밥집 보다 가격이 1500원이나 비싸 패스.
모 김밥집은 땡초 김밥을 주문했는데, 비인기 재료인지 냉장고에서 뒤늦게 꺼낸 신선하지 못한 눅눅하고 축축한 맛이 느껴져 패스.
겨우 가성비 좋은 김밥집을
발견한 행복도 잠시,
즐거운 마음으로 김밥을 사러 갔는데
김밥을
싸던 그 손으로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는 것이었다.
사장님께 부탁을 드려볼까
?
김밥이 너무 맛있고 좋아서 오래 번창하셨으면 좋겠는데,
비록
비닐장갑을
낄지라도 담배 피운 손으로 김밥을
마는 것은 ㅜㅜ(아흑흑)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보았더니
그
김밥집은
폐업을 했다. (또르르)
그렇게 동네 김밥집을 찾지 못하고 아쉬워하던 찰나,
대박 김밥집이 개업을 했다.
그것도 우리 집 바로
건너
상가
1층.
가격은 국산 참기름을 쓴다는 김밥집 가격보다 약 5백 원이 더 비쌌지만 김밥의 스펙은 차원이 달랐다.
묵
(은지)
진
(미채)
땡
(초)김밥,
묵
(은지)
참
(치)김밥은 날 설레게 했다.
무엇보다도 한 줄로 아쉬운 적이 없는 김밥은 내겐 처음이었다.
묵은지 덕분에 정말
맛있다.
김밥 위에 생김치를 얹으면 더 환상적이다.
쫄면과 떡볶이는 금상첨화였고
커피와 먹는 맛도 예술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 김밥집을 일주일에 많게 3번 적게 1번은 꼭 가고 있다.
물론 집에서 김밥을 싸 먹기도 하지만 당연히
김밥집
맛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
다.
집 김밥은
아이들 입맛
위주의 재료
이며 김말이가 시원찮고 칼이 무뎌 썰어놓으면 안 터진 김밥을 찾기가 힘들다.
(괜한 연장 탓을 해 본다.)
김밥은 언제나 옳다.
먹기에도 간편하고
빵이랑 과자로 끼니를 때우려다 김밥을 사 먹으면 내 몸에 조금 덜 미안하다.
(나름 건강식이다.
야채, 참치, 참기름, 쌀밥, 쓰다 보니 5대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완전식품이다. )
그런 연유로 라면이나 인스턴트, 과자로 대충 한 끼
때우는 것보다 김밥 한 줄을 선호한다.
그렇게 내 몸을
챙겼다는 위안을 삼아 본다.
어떤 재료가 들어가도 다 맛있다.
돈가스나 새우는 물론이고
토마토가 들어가도 맛있다.
간혹 내가 한 밥이 정말 먹기 싫을 땐
김밥
한 줄을 사 와서 몰래 먹으며 저녁을 차린다.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나는 우아하게 앉아있다.
그럼 아이들의
''엄마는 밥 안 먹어요?''
라는 질문에 너희들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웃어준다.
그렇다.
김밥은 혼자 몰래 먹어도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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