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온도계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외로움 등 우리의 감정은 다양합니다. 이렇게 보니 긍정적인 감정의 단어보다 부정적인 감정의 단어가 더 많이 보입니다. 감정은 우리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를 힘들게도 합니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은 좋아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싫어합니다.

슬픔, 분노, 두려움, 외로움 등의 감정이 일어난다는 것은 대상이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가족과의 이별, 누군가로 인한 무고, 안 좋아지는 경제 상황, 주변 사람이 떠날 때 등 특정한 일이 벌어지면 해당하는 감정이 일어납니다.

기대한 것이 아닌 일이 벌어지면 그 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이 생깁니다. 부정적이라는 표현은 그 감정 자체가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해하기 편하도록 ‘부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좋고 나쁨의 평가 대상이 아닙니다. 감정은 나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온도계입니다. 지금 감정의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이 이유도 없이 욕하면 화가 납니다. 나에게 욕한 것에 대한 마음 상태를 화라는 감정이 보여줍니다. 이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와 상대가 있습니다. 상대가 내게 욕한 사실이 있습니다. 나는 화가 났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것이 부정적이고 어떤 것이 긍정적인 가요? 욕을 먹은 나, 욕을 한 상대, 화난 마음 중에 어떤 것이 부정적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유 없이 욕을 먹은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어떤 조치도 필요치 않습니다. 욕한 상대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유에 따라 상대를 이해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가 난 상태의 나입니다. 상대의 욕으로 화가 난 나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가 화를 낸 이유를 밝혀낸다면 다른 대응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욕먹은 나와, 화난 나는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어떤 조치도 필요치 않습니다. 내가 욕먹은 것은 들어갈 수 없는 남의 영토입니다. 욕먹은 것에 대해 자신을 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로 옆을 지나다 차로 인해 물이 튀었다고 물을 뒤집어쓴 자신을 책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물을 튀기고 가버린 자동차를 향해 삿대질과 욕을 해봐도 감정만 요동치지 상대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화난 감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날이 더워 온도계가 영상 30도를 가리킨다고 온도계를 탓하지 않습니다. 날이 추워 온도계가 영하 10도를 가리켜도 온도계를 탓하지 않습니다. 온도계가 영상 30도를 가리키든, 영하 10도를 가리키든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합니다. 더울 때는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도움을 받습니다. 추울 때는 난방기구에 도움을 받습니다. 온도계는 기온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수치로 보여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온도계의 수치가 어떻든 그것을 탓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 두려움, 외로움, 슬픔에 대해 부정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감정이 일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일들로 가득합니다. 이런 일들은 화, 두려움, 슬픔과 짝이 됩니다.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과 짝이 되는 감정에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도 부질없는 일입니다. 일어난 일은 받아들이고 감정은 흘려보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하려 할수록 감정은 위태로워집니다. 특정 감정을 부정적으로 대하면 삶은 풍랑에 놓입니다.

삶이 이루어지는 대로 두어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크게 벗어나면 더 큰길로 들어서는 안내표지판이 나타납니다. 안달할 것도 책할 것도 없습니다. 주어진 대로의 삶을, 일어나는 감정 그대로를 받아들여도 행복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