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야기 들어주는 책

by 긴기다림

사람들은 자신에게 제일 관심이 많습니다. 어디에서나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럿이 모이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을 정도입니다. 가끔은 자신의 순서가 되지 않았는데도 끼어들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1.png


고민의 대부분도 누군가의 조언이나 빛나는 통찰의 말을 듣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 내용을 말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도 대부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많은 부분이 해소됩니다. 상담선생님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마음 주머니가 가득 차서 비워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상담선생님도 주기적으로 상담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누구나 마음에 고민이 가득 차면 비워야 하고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2.png


출판사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어렵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독서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만 가고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것도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더 재미있는 매체가 많이 생겨서도 이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은 누구의 이야기도 오래 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위인이 이야기한다 해도 내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재미가 덜 합니다.



책을 안 읽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가 이야기해도 자신이 말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 사람입니다. 책은 위인들의 이야기, 세상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아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려고만 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도 내가 포함되지 않는 이야기는 내 이야기에 관한 흥미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 책입니다.

3.png


책은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포맷을 취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책의 포맷을 바꿔보는 것을 어떨까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책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책말입니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 마음이 무거우시겠군요” “그럴 때는 이런 말들이 힘이 될 수도 있어요” “누군가가 미운가요? 제게 말해 주세요.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해 보세요. 그리고 미운 사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책을 사는 사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책이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세가 쌍방향이라면 책도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png

이야기 들어주는 책들이 많이 나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감정이라는 온도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