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거리를 나섭니다. 공기가 차갑습니다. 다니는 차도 많지 않습니다. 떡집 사장님은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냅니다. 공원에는 벌써 몇 분이 걷고 있습니다.
손 모아 장갑, 귀돌이, 워머까지 챙겼지만 얼굴이 시려운 것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사거리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면 달리기는 시작됩니다. 처음은 워밍업 수준으로 천천히 달립니다. 10분 정도 지나면 정상 속도로 달립니다.
어느 구간에서는 좀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아니면 다음 신호등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숨이 차지만 저스트로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맛이 있습니다. 골목길에는 저의 발소리만 들립니다.
같은 시간 같은 위치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뵙니다. 아침 공기가 차가우신지 두꺼운 옷을 입고 앉아 계십니다. 무료한 삶의 모습이 조금은 묻어 있습니다. 길 왼쪽으로 막걸리 창고가 보입니다. 두 사람이 차를 대고 막걸리를 싣고 있습니다. 알만한 브랜드 막걸립니다. 어디로 배달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의 배를 불려주고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것입니다.
편의점 밖 나무 의자에서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핼맷을 쓴 모습을 보니 배달하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30분쯤 달리면 몇 년 전에 살았던 아파트를 볼 수 있습니다. 세대수가 많고 조경이 잘 되어있습니다. 단지 내에 차들이 빨리 다니는 것이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젊은 분들이 동대표로 선출되면서 아이들 놀이 시설이 많이 개선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교회를 지나는 길에서 덩치가 작은 개와 함께 산책하시는 할아버님이 다가옵니다. 갑자기 개가 달려들면서 짖어 됩니다. 놀라기는 했지만 달리기를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할아버님은 개에게만 한 번 뭐라 하시고 가던 길을 가십니다.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터라 낯설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아파트 방음벽 바깥을 따라 만들어진 조그만 숲길을 뛰고 있으면 자연 속에 있는 느낌입니다. 식물이 주는 편안함과 푸근함이 전해집니다. 무인카페를 지나며 안을 봅니다.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며 무언가를 하던 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번 달리다가 넘어진 길을 지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을 합니다. 아스팔트가 일어나 올라와 있었지만 새벽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무심코 달리다가 넘어진 이후로는 그 길만 들어서면 정신이 바짝 듭니다. 덕분에 이후로 넘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 살고 있는 아파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의 집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정감 어린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현관 앞에 놓인 신문을 들고 들어옵니다. 근력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 후 커피를 내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위한 워밍업을 마쳤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