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깼는데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평소는 조금 지나지 않아도 잠들었는데 오늘은 다르다. 생각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해결해야 하는데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이렇다.
2년간 학부모님 대상으로 연수를 했고 동영상으로 올렸다. 언제나 오시는 분들이 있어 연수를 하는 동안 텐션을 유지했다. 지금은 카메라만 있는 곳에서 연수를 해서인지 그때와는 다르다. 아무도 오지 않아도 포트에 물을 끓였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
아무도 오지 않으니 버릴 물을 굳이 끓일 필요가 없었다. 준비한 연수를 시작했다. 수치가 많이 등장하는 연수다. 중간에 몇 번씩 끊겼다. 앞에는 스마트폰만 있어 틀리면 다시 찍으면 그만이다. 틀리고, 멈추고 다시 찍기를 반복한다.
연수 영상을 편집하는데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6분 정도의 영상인데 잘라 버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영상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다. 어떤 영상은 너무 잘라서 누더기가 됐고 결국 버렸다.
뭐가 문제일까? 마음이다. 예전 마음과는 다르다. 사람이 앞에 있을 때와 없을 때,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지 않았다. 사람이 없기에 커피물을 끓이지 않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물을 끓이지 않음과 동시에 마음도 끓지 않았다.
틀려도 괜찮다는 생각과, 틀리면 다시 하자는 마음이 생겼다. 수치를 틀리는 것은 긴장의 끈을 놓아서다. 적당한 긴장감과 몰입감이 없는 영상을 누가 보겠는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담은 그릇이 빛이 나지 않는데 누가 보겠는가? 내용도 재미없고, 매가리도 없는 영상을 찾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는가.
자료를 만들고 읽어보고 수치를 확인하고, 다시 읽어보고 수치를 확인하는 일을 완벽할 때까지 했던 마음에 균열이 생겼다. 연수를 시작했던 이유를 잊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있든 그렇지 않든 연수에 대한 마음이 변하면 안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예전의 마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수요일에 10분 정도 영상을 5개 정도 찍었는데, 당분간 형식을 바꿔야겠다. 월, 화 각각 한 개 영상, 수요일에는 3개 영상을 찍어야겠다. 신문 읽기는 수치가 많아 하루 하나에만 집중해야겠다. 끊김 없는 영상이 될 때까지 집중해야겠다.
많은 수치가 등장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다. 마음에 빛을 잃으니 행동도 길을 잃는다. 편한 것이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감성에 호소하지 않아도 되는 팩트라도 분위기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이 다르게 반응한다.
내가 아니다. 듣는 이다. 편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하는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한 것은 다시 돌아보라는 신호다. 스스로의 신호를 외면할 정도로 감을 잃지 않아 다행이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시작을 다시 하면 좀 더 깊게 새겨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