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과 오지 않은 시간 사이에서

by 긴기다림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에도 우리는 자주 그 사실을 잊는다. 사람들은 지난 행동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자주 흔들린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의 선택들이 불쑥 떠올라 마음을 찌르고,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시야를 가린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주는 위로와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의 평온함은 무심히 지나치면서,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나 아직 오지 않은 일로 마음을 어지럽힌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지금 이 순간을 두고, 불확실한 시간 속을 헤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의 실수를 계속해서 떠올리는 것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혹은 스스로를 비난함으로써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반성이 아니라 마음을 괴롭히는 일일 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과거의 모습이 현재의 나를 규정한다고 믿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해결책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내일을 완벽하게 대비하고 싶어 하지만, 삶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 불안은 그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 미리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이다. “만약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정작 오늘 써야 할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과거는 지났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는 석가의 말처럼, 우리가 확실하게 가진 것은 오직 ‘지금’뿐이다. 과거는 기억 속에 있고, 미래는 상상 속에 있을 뿐이다. 우리가 숨 쉬고, 움직이고,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은 현재밖에 없다. 행복은 거창한 성취 뒤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먹는 것에 집중하고, 걸을 때는 걷는 것에 집중하는 그 단순함 속에 삶의 중심이 있다.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복잡할 때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이 다른 시간을 떠돌고 있다면, 그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에 가깝다. 지난 일을 잊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짐으로 지고 가지 말고 경험으로 남겨두라는 뜻이다. 불안을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불안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뜻이다.

없는 시간에 매달리기보다 있는 시간을 충실히 보내야 한다. 억지로 애쓰기보다 눈을 들어 지금 앞에 놓인 삶을 바라보는 편이 낫다.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들은 실체가 없다. 오직 지금 내쉬는 이 숨결만이 진짜다.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 삶은 언제나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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