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by 긴기다림

전체에서 핵심만 남기고 덜어내야 정수를 얻는다. 미켈란젤로는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어 원래 모습에 닿는다고 했다. 정수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이를 빼내는 데는 안목과 기술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제대로 덜어내지 못해 정수를 얻지 못한다. 정수가 아닌 것을 정수라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S&P500 ETF 투자의 위력은 오랜 기간 검증되었다. 존 보글이 처음 지수 투자를 제안했을 때 온갖 조롱을 받았다. 지금은 주식 대가들도 그 위력을 인정한다. 펀드를 운영하는 금융회사는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이다. 이들은 종종 다른 견해를 섞어 내놓는다.


사람들은 S&P500 ETF 투자자를 주식 초보라고 생각한다. 개별 주식을 고르고 매매 타이밍을 맞추면 시장을 이긴다고 굳게 믿는다. 연평균 10% 수익률과 워런 버핏의 조언을 따르기로 거듭 다짐한다. 곧 더 높은 수익률의 유혹에 무너진다. 이런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사람들은 장기 투자의 힘을 좀처럼 믿지 않는다. 특정 연도의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며 S&P500 ETF를 깎아내린다. 전세계 펀드매니저가 1년 동안 시장을 이길 확률은 17% 정도다. 10년, 20년, 30년이 지나면 이 확률은 1%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개인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주식시장 구조의 문제다. 주식시장은 특정 방식이 계속 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시장 전체를 사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 부실 기업은 자동적으로 퇴출당하고 우량 기업이 새로 들어온다. S&P500 ETF 투자는 주식 투자의 정수에 가깝다.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운동, 음식, 휴식에 대한 다양한 방법에 빠져든다. 새로운 건강 정보를 접하면 실천하려 노력한다. 여러 방법을 동시에 하려다 충돌이 생기면 힘들어한다. 좋은 것을 많이 할수록 더 좋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 건강이 나빠지면 더 좋은 방법이나 나쁜 음식을 가려내는 데만 집착한다. 장수 노인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식사가 간단하고 늘 움직인다. 일에 쫓기지 않고 마음이 여유롭다. 특별한 건강식을 챙겨 먹거나 거창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바쁘게 살지도 않는다. 소식, 걷기, 평온한 마음이 건강의 정수다.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책을 읽고 전문가를 찾아도 관계는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기도 한다. 앞서 정리한 관계 개선 이론들을 실천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냥 잘 들어주기만 해도 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풀린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존중받고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상대에 대한 믿음과 고마움이 생긴다. 이 마음이 닫힌 마음의 빗장을 푼다. 경청이야말로 인간관계의 정수다.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소음에 묻혀 진짜 신호를 발견하지 못한다. 생텍쥐페리는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벽해진다고 했다. 이제는 더하기보다 빼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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