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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다림 Jun 18. 2024

끝이 있다는 생각

  3월 스위스와 멕시코가 5월 스웨덴이 기준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6월 캐나다, 유럽중앙은행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와 미국도 올해 안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연준은 9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그 이후 금리를 인하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눈치를 보기에는 우리나라 상황이 녹녹지 않으니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기준금리 인하에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채무에 대한 이자가 부담되는 주체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만을 기다리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머지않아 기준금리 인하를 할 것 같아 마지막 힘까지 짜내고 있습니다. 만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기준금리 인하가 장기간 동결되는 분위기라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어렵게 버티던 주체들 중 많은 이들이 무너질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버틸 수 없는 주체도 있지만 물리적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도 포기하고 무너질 것입니다. 큰 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분이 처음에는 집안일을 걱정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삶에 희망을 잃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게 되듯이 말입니다. 2년여의 고금리 상황에서 마지막 지점이 보이는 것 같아 남은 힘을 모두 짜내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끝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끝나지 않고 기약 없는 상황이 다시 시작된다면 지탱할 버팀목을 잃고 무너지고 맙니다. 지난 부동산 장에서도 오랫동안 버티다가 2013년 바닥을 치던 그 시기까지 왔는데 거기서 무너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끝이 아닌 것을 확인할 때 이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을 결승선으로 인식하면 안 됩니다선이 아니라 구역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구역도 확정된 영역이 아니라 변동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그래야만 멘탈이 버틸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집니다.      


  큰아이가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고 큰아이는 수영을 아주 조금 할 줄 아는 정도였습니다. 수영을 별로 못하는데도 다리가 안 닿는 곳에서 수영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수영으로 몇 미터 정도는 간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습니다. 수영하다 힘이 들면 옆의 수영장 레일(코스로프)을 잡고 쉬는 것입니다. 아이는 헤엄을 치다 힘들면 코스로프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수영장에서는 아무리 깊어도 물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았습니다. 힘들어도 조금만 수영해서 손을 뻗으면 코스로프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만일 물놀이에 모든 힘을 다 써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옆에 코스로프가 있다고 해도 물에 빠졌을 겁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면 다시는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물놀이를 하지 않겠지요. 아이가 터득한 가장 중요한 것은  헤엄치는 것이 재미있어도 코스로프를 언제라도 잡을 수 있는 힘을 남겨야 한다는 것입니다발이 닿지 않고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가 본능적으로 터득한 내용입니다.      


  마라톤 10km 경기에 처음 참가한 때입니다.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고 대회 참여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속도를 냈고 1km 정도를 남기고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 달렸습니다. 1km 정도 남은 것으로 확인한 터라 최고 속도로 달렸습니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결승지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남은 거리가 1km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끝난 줄 알고 힘을 다 썼는데 1km 더 남았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걷는 듯 뛰는 듯 달렸고 결승선을 가까스로 통과했습니다. 사실 1km 정도는 웬만한 상태에서도 가능한 거리였지만 결승선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아닌 것을 알게 되자 급격하게 무너졌습니다. 10km의 결승선이 변한 것이 아니라 실수로 잘 못 알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달리기는 결승선이 정해져 있지만 다른 일들은 결승선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 운동, 경제적 자유, 마음의 평화 등 우리가 원하는 것들은 대부분 명확한 결승선이 없습니다. 결승선에 대한 확신이 때로는 좌절을 겪게 합니다. 좌절로 인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이 고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승선의 개념을 확정형으로 이해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승선은 유동적이라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하락이 끝나면 다시 상승을 시작하고 상승이 시작되면 언젠가는 하락이 시작됩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상승이고하락인지 정확하게 가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흐름으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라 생각합니다누구나 다 알게 되는 그 지점을 변곡점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행복한 가정’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요인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인별로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 관계, 경제적인 안정 등을 ‘가정의 행복’ 관점에서 어떻게 보고 적용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학부모님 대상으로 연수합니다. 연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가 됩니다.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아 관련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깨달은 것들을 돌이켜보면 만족스럽습니다. 때로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가정에서의 다양한 문제상황을 접하다 보면 아직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톨스토이가 쓴 안네카레니나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의 첫 문장을 떠오르게 합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한 방법은 거의 비슷하지만 가정의 불행한 모습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불행한 모습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자료를 찾아보고 생각하지만 끝이 나지 않는 문제들도 많습니다. 가정의 불행한 모습을 해결하면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행의 끝을 지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행복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듣습니다. 불행이 끝나면 그때부터 행복이 시작된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자세히 보면 불행과 행복은 늘 함께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제는 하루종일 웃음 짓는 일로 가득했지만 오늘은 인상을 찌푸려야 하는 일로 가득합니다. 하나가 완전히 끝나야 다른 것이 시작되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나 봅니다. 모든 것이 섞여 있다는 생각입니다.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삶이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행한 일, 행복한 일로 가르는 것이 아니라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행복으로 가는 길목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큰 불행 -> 중간 불행 -> 작은 불행 -> 작은 행복 -> 중간 행복 -> 큰 행복이라는 도식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조금은 불행한 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한 것으로 생각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지 싶습니다나의 인생은 행복이 디폴트이고 때때로 작은 불행이 있지만 금세 행복이 불행을 감싸 사라지게 한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행복과 불행은 객관적인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행복과 불행은 우리의 생각에 의해서 시작되고 생각에 의해서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대상입니다생각이 바뀌면 행복은 커집니다행복을 만나기 위해 불행의 꼬리를 눈 빠지게 기다리는 일은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의 것이 끝나야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기존 것의 결승선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결승선은 단일선이 아닙니다. 대부분 영역으로 있거나, 기존 것과 새것이 섞여 있는 상태로 존재합니다. 결승선으로 딱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만 세상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보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곳에 고정된 시선을 넓게 펴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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