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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05. 2024
중독, 피해자 의식
하지 말아야지 마음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 그 행동은 중독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독은 약물, 알코올, 담배, 게임, 등이 있습니다. 중독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과 세포에 있는 수용체가 결합하여 특정 감정을 유발하게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중독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수용체와 결합하여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중독 물질이 계속해서 체내에 들어오면 세포의 수용체가 위축됩니다. 위축된 수용체는 동일 양의 중독 물질에 똑같은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현상으로 중독 물질의 양은 늘어나고 수용체는 점점 더 위축되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시상하부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 예를 들어 엔돌핀이라고 하면 엔돌핀은 고통을 줄여주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작용에 관여합니다. 엔돌핀을 뇌에서 생성되는 아편 유사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외부에서 엔돌핀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약물이 투입되면 뇌에서 만들어지는 엔돌핀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을 줄이게 됩니다. 이런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신경전달물질 생산에 차질이 생깁니다.
신경전달물질의 내부 생산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외부 공급에 대한 갈망이 증폭됩니다. 이 상태가 중독입니다. 외부 공금에만 의존하면 신경전달물질 생산의 안정성과 항상성이 무너집니다. 중독 물질에 내성이 생겨 요구하는 양이 늘어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좋은 기분을 통한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 가끔 마약류에 손을 대는 것도 창의적 작품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몇 번은 가능할지 모르나 거듭되면 몸은 피폐해지고 낮은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중독의 무서움은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을 교란시키는 데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상태가 유지되면 신경전달물질 생산 체계가 무너지게 되고 외부에서 신경전달물질을 공급받으려 합니다. 몸은 망가지고 좋은 기분은 잠시만 머물며 긴 시간 동안 안 좋은 감정에 시달립니다.
술을 안 마시고 2∼3일을 버틸 수 없으면 알코올중독 이거나 비슷한 상태일 것입니다. 아침에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저녁에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면 알코올중독일 확률이 높습니다. 술 마시면 기분 좋고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것 같아 음주는 계속됩니다. 음주가 계속되면 술의 양과 비음주 시간을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중독은 판단 능력을 무디게 하는 습성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중독이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됐다면 혼자의 힘으로 끊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술, 담배, 게임 중독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중독 외에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피해자 의식’의 중독입니다. 자신이 항상 피해를 당하고 사는 것 같은 의식입니다. 자신은 늘 비극의 주인공인 듯 느끼는 그런 감정의 중독입니다.
자신이 하려는 일은 매번 실패하고, 하고 싶지 않을 일을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 ‘피해자 의식’이 발동합니다. 배우자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다른 일에만 열중하고 있으면 ‘피해자 의식’이 발동합니다. 아이가 공부는 안 하고 다른 것에만 빠져 있으면 ‘피해자 의식’이 발동합니다. 직장에서 나에게 안 좋은 감정을 퍼부으면 ‘피해자 의식’이 발동합니다. 이처럼 ‘피해자 의식’은 나에게 일어나는 안 좋은 일들을 먹어 치우며 점점 덩치를 키웁니다.
특정 감정은 신경전달물질과 비슷한 효과를 가집니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게도 나쁜 감정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피해자 의식’도 특정 감정을 부릅니다.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주변의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주변 사람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위로해 주는 모습에서 치유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기분과 감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자기 연민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이 관심 가져 주는 것을 경험하고 다음에도 그 경험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로 인해 자신에게 일어나는 안 좋은 일에 무뎌지고, 때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안 좋은 일이 끊이지 않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안 좋은 일을 끌어오게 됩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위로를 받아 치유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이 감정이 보이지 않는 길을 놓게 됩니다. ‘피해자 의식’은 이렇게 안 좋은 일의 악순환을 만듭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중독 상태의 인정입니다. 알콜중독자 치료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하는 것이 “나는 알콜중독자입니다”를 말하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중독된 상태임을 인정해야 거기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피해자 의식’에서 벗어나는 것도 같습니다. 스스로 ‘피해자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해결하는 관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피해자 의식’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지 않아야 합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 일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야 합니다. ‘피해자 의식’으로 다른 사람의 관심에서 답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중독의 이유는 중독에서 얻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술에 중독되고, 담배에 중독되고, 게임에 중독되고, ‘피해자 의식’에 중독되는 이유는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을 내 삶에서 찾을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중독의 시간이 길어지면 깊이 있는 생각은 멀어지고 똑같은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생각과 행동이 어제와 같으면 내일의 생각과 행동도 지금까지와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변하지 않으면 나의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변화를 꿈꾼다면 중독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필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