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긴기다림 Jul 06. 2024

흘려보내기

  집중해서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것을 하는 것도 그렇고 좋지 않은 것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그렇습니다. 이런 자세는 대부분에서 특정한 성취를 이루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얼굴에 신경 쓰이는 옅은 점이 있습니다. 없애기 위해 레이저 치료를 몇 회에 걸쳐 받기도 했습니다. 잠시 안 보이는 것 같다가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거울을 볼 때면 그 점만 보입니다. 이번 겨울에 다시 한번 치료를 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얼굴에서 점이 차지하는 부분이라야 아주 작을 텐데 이곳만 보게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에 어떤 점이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심지어 지인 또는 가족의 얼굴에 어떤 점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 점을 보더라도 ‘점이 참 밉네’라는 생각을 가지지도 않습니다. 이 점이 신경 쓰이는 이유가 스스로가 점을 밉게 보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얼굴에 있는 모든 것은 그냥 나입니다.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지나가는 순간의 감정입니다. 그것으로 인해 내 존재에 흠이 생기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건강에 많은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건강의 척도로 삼는 수치 중 하나가 신경이 쓰였습니다. 노력하고 수치를 측정하고를 매일 반복했습니다. 수치가 좋으면 그날은 기분이 좋습니다. 수치가 좋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수치가 건강 상태를 100% 반영하는 것도 아닌데 수치에 따라 마음이 동요합니다. 건강 상태가 안 좋아 수치가 높은 것이 아니라 수치가 높은 것을 확인함으로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이 무엇을 위해 기능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벗어난 수치는 우리 몸이 선택한 상태를 알려 줍니다. 이 상태이어야 몸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몸은 스스로를 죽이기 위해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살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선택할 뿐입니다. 수치가 나타내는 것은 우리 몸이 선택한 최선의 상태가 어떤지를 가늠하게 합니다. 그 상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괜한 수치를 탓하며 수치에 과도하게 몰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도한 몰입으로 수치는 더 벗어나게 됩니다.     


  경제적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단계들을 설정하고 계단을 밟고 오르듯이 목표에 점진적으로 다가갑니다. 여러 가지 수단들을 동원해 수입을 늘리려는 시도를 합니다. 생각보다 늦어지면 특정 단계에 집요하게 매몰됩니다. 확인하고 실망하고 실천하고 만족스럽지 않고를 반복합니다. 자주 들여다볼수록 더디 가는 것 같습니다.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나의 운만 좋지 않기 때문도 아닙니다. 실천에 대한 결과를 너무 자주 확인하려는 조바심에서 좌절감을 겪게 됩니다. 잦은 확인으로 인한 작은 실망감이 쌓여 좌절감을 느끼게 합니다. 과도함이 빚어내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노력이 작용하여 결과로 드러나기까지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모든 노력은 모든 성취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있고 실천이 따르면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의 결과가 만족스럽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흘려보낼 것은 흘려보내고 다음을 위해 쌓을 것은 쌓아야 합니다. 흘려보내야 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면 쌓아야 하는 것도 함께 떠내려갈 수 있습니다때로는 못 본 척해야 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우리가 못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취약한 부분만족스럽지 않은 우리의 성취이런 것을 흘려보내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거울을 봐도 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수치에 민감하지도 않습니다. 거울 넘어, 수치 넘어 존재하는 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하는 하루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중독, 피해자 의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