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생각을 줄이는 방법

인도 싱잉볼과의 인연

by Be still

어제는 마음과 생각의 속도가 다른 때에 비해 많이 빠른 편이었다.


오후 병원 진료를 위해 조출 신청을 하였으나 조출 신청이 처리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를 처리하는 이가 쌓여있던 업무 중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면서 생겼던 일이었다.


SK유심교체를 위해 대리점을 방문하였는데 내 계획대로 유심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직원 1명이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고 신규가입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었다.


요가수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나는 유심교체를 다음으로 미루고 그 자리를 뜨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마음이 꾸물꾸물거렸다.

마음은 길들여져 있던 방향으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그 속도를 제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내 감정은 섭섭함과 화남을 넘어서 울분과 억울함까지 치닫고 있었다.


그래 참아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요가 수련을 마치고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말부부인 나는 남편에게 주저리주저리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위안을 받고자 했다.


남편 S는 순박함과 함께 말했다.


"뭐 그리 작은 일에 신경을 쓰고 그래"

"집에 가서 냉면그릇이나 돌리소"


싱잉볼을 냉면그릇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에게 요가 수련을 하고 나니 그래도 회사 일도 이해가 되고 유심 관련 일도 조금 수그러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집에 와서 싱잉볼을 넌지시 바라보고는 한번 튕겨보았다.

묵직하고 청아한 소리가 순식간에 가슴과 미간에 도달하더니 내 몸을 휘감는 듯했다.

싱잉볼의 소리를 따라 따라가다 침묵과 마주하면서 돌고 도는 생각의 양과 속도가 줄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만난 싱잉볼이다.


싱잉볼.jpg


몇 해 전 추운 겨울, 눈비와 우박이 쏟아지는 날씨에도 다람살라 가게들을 돌며 싱잉볼을 둘러봤었다. 그중 가격을 합리적으로 부른 한 가게를 정하고 며칠을 드나들며 싱잉볼들을 켜보며 그 소리들과 함께 한 후 나와 함께 한국으로 온 것이다.


인도 라닥에서 가져온 오래된 싱잉볼이라고 했다.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오랜 기간 여러 수행자들의 손을 거쳐온 것. 두께는 얇지만 울림과 소리의 깊음이 나를 사로잡았었다.


며칠 드나들며 마지막 날 알게 된 것은 그 가게주인이 뱅갈로르 학교에서 석사를 할 때 늘 내 옆에 앉아 서투를 영어로 내가 불편하지 않게 도움을 주었던 티베트친구 텐진과 함께 어렸을 때 학교를 다녔던 사이였다. 그 덕에 가게 주인은 나에게 맨 처음 가격보다도 적은 가격을 받고 싱잉볼을 나에게 넘겨주었었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싱잉볼과의 인연이다.


그때 그곳 다람살라의 살을 에는 듯한 눈비,

울퉁불퉁한 시멘트 길에서 신발을 뚫고 올라오는 참아야만 하는 그 한기,

살을 에는 듯한 날씨로 어깨를 움츠렸었던 나의 꼴,

싱잉볼 앞에서 차분해지려 호흡을 가다듬으려 했던 나의 의도,

가게 문을 열 때마다 울려 퍼지던 작은 벨소리,

가게 안에서 은은하게 퍼졌던 샌들우드향,

바로 옆 티베트식당에서 퍼지던 티베트 허브냄새,

바로 앞 티베트 사원에서 마니차를 돌리는 소리,

가게를 들어가기 전에 올라오던 하수구 냄새까지도 순식간에 기억이 났다.


싱잉볼과 함께 하며 나는 잠시 다람살라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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