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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ul 08. 2024

문학기행을 떠나다

바람문학회 제1회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덜컹거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버스 안에서 손목에 힘을 줘본다. 시선 끝에 가닿은 바다는 섬과 만나고 버스가 한 고개를 돌면 그다음 섬과 만난다. 바다는 한없이 잔잔하고 버스 안 공기는 에어컨 덕분에 상쾌하다.

 '바다가 저렇게 잔잔했다고?'

 배를 타고 오는 동안 느꼈던 꿉꿉함과 울렁거림이 나만의 착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들을 마주한다. 곡예 운전을 하시는 기사님의 얼굴엔 매일 봐 온 풍경이고 매일 지나가는 길이라는 무심함이 있다. 초등학교 이후로 해 본 적 없는 멀미가 살금 올라올 무렵 버스는 봉암 몽돌에 도착했다. 

 "자, 여러분! 여기 몽돌해변도 있고, 저쪽에 소나무 숲도 있어요. 이 근처에서 자유롭게 습작하시고 12시에 점심 식사하시러 이동할게요."

 회원들은 각자 원하는 장소로 흩어져 자리를 잡는다. 

 바람문학회 첫 문학기행 장소인 이곳은 한산도다. 통영에 17년을 살았지만 한산도를 와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번은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거제에서 차를 싣고 왔었다. 그때도 여름이었다. 제승당을 향해 걸으며 힘들었던 기억, 정자 같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나름 이순신 장군 흉내를 내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가 둘째 어린이집 다닐 때였으니 지금으로부터 15년도 더 된 옛날이다. 그 이후로는 섬을 가 본 적이 없다. 

 통영에 570개의 섬이 있다는데 내가 가본 섬은 결혼 전에 휴가로 갔던 비진도와 한산도가 끝이다. 바다를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섬이 주는 매력을 알지 못하기에 별다른 감흥이 있지 않았다. 

 욕지도나 사량도는 유명해서 외지인들도 사랑하는 섬이라는데 그래서 통영에 산다고 하면 "그 섬 좋죠?"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 물음이 무색하게도 나의 대답은 "안 가봐서 모르겠다."이다. 그러니 자력으로는 한산도에 오지 못했을 이 여행이 나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하다.

 자리 잡고 앉은 카페는 양쪽에 바다가 있는 곳이다. 오른쪽에는 몽돌 소리가 들리는 날것 그대로의 바다가 있고, 맞은편에는 마을과 방파제에 둘러싸인 호수 같은 바다가 있다. 능소화 늘어뜨린 담벼락이 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순응하며 자란 소나무가 있고, 어느 동네에도 있을법한 고양이가 무념한 표정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7월의 섬바람이 매섭다. 섬은 오감을 자극하는 환경들로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나의 감각을 깨운다. 파라솔 펄럭거리는 소리, 그에 맞춰 몽돌 굴러가는 소리, 피부에서 느껴지는 끈적함, 비릿한 해초 냄새, 낮게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해무를 보고 있자니 섬 좋다고 하는 사람들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 아마 섬은 말초신경까지 자극해 지쳤던 감정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재생에너지가 아닐까. 

 상다리 휘어지는 점심을 먹고 제승당으로 향했다. 승전을 알리는 불꽃같은 적송을 지나 충무사를 둘러보고 수루에 앉았다. 습작했던 작품들을 돌아가며 발표해 본다. 자연이 경계를 허문 것일까. 말랑해진 마음들은 단단한 겉껍질을 깨고 감정을 토해낸다. 그리고 진실한 말들은 휘발되어 한산도 바다로 흩여진다.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미리 계획했던 것들이 실행되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우리는 모두 자연에 순응하는 시간을 보냈으리라. 

 배를 타고 뭍으로 돌아온 지금, 아직도 파도에 굴러가는 몽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섬에 남겨두었던 기분 좋은 설렘이 섬바람을 타고 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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