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by 숙희달



나는 한 번 어른이 되었다가

다시 딸이 되었다.


결혼을 하며 독립했고,

이혼을 하고 다시 돌아왔다.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나는 죄인처럼 돌아왔다.

누군가에겐 그 또한 잘못일 수 있겠지만

그 말을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다.


엄마를 먼저 보내드린 뒤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남아 있던 엄마의 여생과 더불어

아버지에게는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철부지 막내딸이었다.


말투는 틱틱 쏘아붙이고,

피곤하다는 말 뒤에

효도라는 단어를 덮어버린다.


아버지는 아직 건강하시다.

그래서 이별은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주변의 변화들 속에서

나는 아마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잘해보겠다는 다짐보다는

뒷걸음질 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완벽한 딸이 되어

자랑거리가 되겠다는 욕심보다는

늘 곁에 남아 있는 딸로 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다시 딸로 돌아가는 중이다.

철부지 딸로 남지 않기 위해,

어른인 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