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해야만 하는 말

by 숙희달


아버지는 제일 마지막에 알았다.


일주일 간 아버지에게 두 번의 전화가 와서

갑작스레 들르라는 말을 하셨다.

그때마다 나는 감기 걸렸다며 나중에 가겠다고 했다.




“아빠, 집에 계셔?”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고,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날은 먼저 물었다.


“아무 때나 와. 오늘은 집에 있어. 혼자 오니?”

“아니, 같이 가요.”


전화를 끊고 나서야

이제 정말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은 가까웠다.

그래서 피할 수 없었다.


걸어도 10분, 차를 타면 5분.

집에서도 정리되지 않던 말을

그 짧은 거리 안에서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끝내 정리되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깐 멈췄다.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서 있었는데

옆에서 먼저 눌렀다.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평소엔 아무 생각 없이 타던 엘리베이터였다.


현관문 앞에 섰다.


일주일 전만 해도

연락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던 집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차마 누르지 못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옆에서 먼저 비밀번호를 눌렀다.

마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사람처럼.


문이 열렸다.


“아버님, 저희 왔습니다.”


평소 같은 인사말과 늘 같은 집이었다.

아버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 계셨다.


“어, 그래 왔어.”


그 사람은

아버지가 채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앞에 무릎을 꿇며 눈물 섞인 말을 건넸다.


“아버님,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그 옆에 주저앉았다.


아버지 뒤로

엄마의 활짝 웃고 있는 영정사진이 보였다.


아내를 보내고

딸 뱃속에 있는 손주를 보내고

항암을 견뎌낸 딸을 둔 아버지에게

차마 이 무게까지 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 것처럼

나는 엉엉 목놓아 울었다.


그날 나는

남편의 죄가 아니라

또 하나의 상실을 들고 온 사람이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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